보는 사람 없어도 투지만은 "용광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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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대학 미식축구>
제31회 추계 전국 대학 미식축구 선수권 대회가 열리고 있는 효창운동장은 선수들의 거지 숨소리로 연일 뜨겁게 달궈지고 있으나 관중석에는 이들의 동작을 지켜보는 눈동자 하나 없이 비 인기 종목의 썰렁함만 남아 있다.
전국18개 미식 축구 대학팀들의 장비는 비 인기 종목답게 골동품을 연상케 할 정도로 오랜 관록(?)을 자랑한다.
특정종목에 대부분의 예산이 할애되는 각 대학의 체육정책에 따라 이들에 돌아오는 예산으로는 해마다 장비를 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려대의 경우 15년 된 헬밋까지 있으며 대부분 대학팀들은 10년 이 상된 헬밋을 3∼4개씩 가지고 있다.
미식 축구 선수들은 다른 종목 선수와 달리 자신의 이름을 등뒤에 붙일 수 없다.
해마다 유니폼을 대물림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세대는 3년에 한번 꼴로 유니폼을 맞추고 있지만 나머지 대학팀 선수들의 유니폼은 해어지고 찢어지고 구멍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의 누더기차림이다.
연세대는 대회 출전 때마다 학교측으로부터 10만원씩 지원 받는 게 고작이며 고려대의 1년 치 예산도 합숙훈련 한번 하기 어려운 2백40만원이고 성균관대의 1년 예산이 5백 만원으로 18개교 중 가장 많다. 그러나 이 같은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는 미식 축구선수들의 투지는 초겨울 날씨를 뒤바꿀 만큼 뜨겁다.
미식축구와 한번 악연(?)을 맺으면 졸업하고도 후배선수들을 위한 재정적 지원 및 심판자원 등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해야 한다.
미식 축구협회는 현재 체육회 가맹 경기단체가 아니다.
미식 축구협회는 지난 46년 설립, 체육회 산하 단체로 가입했으나 55년 3개 시·도지부가 결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명 당했다.
이에 대해 원로 미식 축구인 주원복(58)씨는 그 당시 협회 부회장으로 있던 야당의원인 고 전이낙(당시 56세)씨를 내쫓기 위해 정관에도 없는 조항을 들어 쫓아냈으며 그 후로 미식축구협회는 정치 색이 있는 체육회 가입을 생각지도 않고 있다고 밝혔다.
텅빈 관중석과 달리 그라운드에서 풋풋한 사람이 이어져 커플이 탄생되기도 하는데 선수들을 뒷바라지 해주는 각 팀의 자원봉사 대학생인 매니저(여학생들로만 구성) 와 부부가 된 케이스는 지금까지 14쌍에 이른다.
경기중 부상해도 본인 스스로가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비 인기종목인 미식 축구는 아마추어리즘을 계승한 상아탑체육의「순수함」을 계절을 잊으며 영글게 하고 있다. <장 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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