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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디 6개로 뒤집기 우승…9년차 최은우, 생애 첫 감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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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우. 사진 KLPGA

최은우. 사진 KLPGA

최종라운드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우승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단독선두와의 격차는 4타. 이전까지 정상 등극의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역전 가능성은 더욱 낮아 보였다. 그러나 최은우(28)는 이러한 예측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무결점 플레이를 앞세워 생애 처음으로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최은우는 23일 경남 김해시 가야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합계 9언더파 207타를 기록하고 정상을 밟았다. 마지막 날 보기 없이 버디 6개만 잡고 역전 드라마를 썼다. 프로 통산 211경기만의 우승이다.

전날 2라운드까지 최은우는 3언더파 공동 4위로 이름을 올렸다. 단독선두는 7언더파의 이소미. 김수지와 김민별이 각각 6언더파와 4언더파로 각각 2위와 3위를 지켰다. 루키 김민별을 제외하고서라도 통산 5승의 이소미와 4승의 김수지를 넘어서기에는 최은우로선 부담이 컸다.

그러나 최은우는 소리 없이 상위권과의 격차를 줄여나갔다. 이소미와 김수지가 전반 1타를 잃는 동안 버디 3개를 잡으면서 우승 경쟁 대열로 합류했다. 까다로운 퍼트가 계속 컵으로 떨어져주면서 힘을 받았다. 이어 13번 홀(파3)에서 버디를 낚고 이소미와 7언더파 공동선두가 됐다.

이때부터 선두권 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기록한 고지우가 최은우와 이소미를 긴장시켰다. 그러나 최은우는 14번 홀(파4)에서 결정적인 버디를 잡았다. 세컨샷을 3m 옆으로 붙였다. 8언더파 단독선두. 이어 파5 16번 홀에서 버디를 추가해 쐐기를 박았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선 그린을 놓쳤지만, 완벽한 붙이기 퍼트로 파를 지켰다.

1995년생인 최은우는 어릴 때 호주로 골프 유학을 떠났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 호주에서 나왔다. 대학(건국대) 진학을 위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프로 전향을 택했고, 2015년부터 1부투어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우승의 꿈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9년간 210경기를 뛰는 동안 정상은 늘 남의 차지였다. 먼저 경기를 마친 뒤 두 손을 꼭 모은 채 챔피언조의 경기를 지켜본 이유다. 우승상금 1억4400만 원을 가져간 최은우는 “우승은 예상하지 못했다. 최종라운드를 시작할 때 선두와 타수 차이가 많이 났다. 우승보다는 내 플레이만 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제일 부족했던 부분이 퍼트였다. 항상 고민을 많이 했다. 퍼터를 바꾸기도 많이 하고, 레슨도 계속 받았다. 나만의 것을 찾으려고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퍼트를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다행히 이번 대회에서 퍼트가 잘 따라줘서 우승을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최은우는 “9년차인데도 우승이 없었다. 이를 이겨내고자 했다”면서 “마침 오늘이 아버지 생신이다. 최고의 선물을 드린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오랜 시간 부모님께서 뒷바라지를 해주셔서 이렇게 우승을 하게 됐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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