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모습의 국감 보여라(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는 26일부터 시작된 국회의 국정감사활동이 잡음 많았던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모양으로 진행되고 완결되기를 기대한다.
국회가 3당합당과 그로 인한 내각제 파동으로 사실상 도외시했던 정부의 국정실태를 비로소 정면으로 다룰 수 있는 기회로 국민이 정부시책에 대해 품고 있던 의혹과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고 정부의 비정을 바로잡는 데 국감의 목표가 분명히 설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지난 4개월여 내외정세의 격변에 의한 도전,의혹사건의 빈발,물가고·범죄의 다발적 흉포화 등에 대한 민생정책의 부재상황이 진행됐음에도 정치권이 이를 방관해 국민의 불만과 불안이 고조됐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의원 각자가 과거 권위주의시대의 습성처럼 사리에 맞지 않는 자기홍보성 질문을 가지고 호통이나 치고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회로 남용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회가 국민의 이런 기대에 부응하면서 나라의 민주화와 국민의 후생복리를 한 단계나마 진전,증대시키기 위해서는 국감 때면 으레 나타났던 추태와 시행착오를 과감히 지양하는 자정모습을 보여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88,89년의 국감활동을 돌이켜 보면 5공의 독재체제하에서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처리했던 수많은 비리가 있었음에도 여야 의원들이 준비 및 연구부족으로 대부분의 의혹사건에 대해 변죽만 울렸던 사실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의원들은 문제가 있는 부문에 대해선 객관적 논거를 갖고 집요하고도 날카롭게 정부를 추궁하고 진실을 규명하는 자세를 가져야지 과거 흔히 보듯 근거도 없는 폭로성 한건주의에 집착해서는 국감 본래의 의의가 상실되고 국민의 지탄만 받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평민당이 중점감사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자세는 고무적이나 전반적으로는 인기영합적 정치감사에 주력하는 듯한 태도는 버려야 마땅하고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는 대안까지 제시하는 정책감사의 성숙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의원이 면책특권을 방패로 책임질 수도 없는 유언비어성의 폭로나 상황을 모르고 하는 무식한 주장만 늘어놓으면 국민의 판단을 혼란케 할 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정부와 여당도 무조건 실정을 감추고 비호하는 데만 연연하는 태도를 버리고 국감을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는 것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적지 않은 의원들이 정부측 인사나 증인들에게 폭언이나 고함을 질러 정회소동이나 벌이고 시간만 축내는 작태라든가 국감기회를 한몫 보는 대목으로 오인해 오히려 국감 비리의혹을 무성하게 남겼던 구태는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
더욱이 이번 국감기간은 20일간의 법정기한의 절반도 안되는 9일밖에 되지 않고 3당합당에 의한 거여의 등장과 그 동안의 파행정국 때문에 의원들의 준비자세가 미흡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한층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국감기간만 어물쩡 넘기면 된다는 의식에 가득찼을 행정부측이 무성의한 자세로 나올 가능성이 높음을 고려할 때 의원들,특히 야당 의원들은 자세를 가다듬고 정곡을 찌르는 새로운 국감의 정상을 보이는 데 앞장서길 간곡히 당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