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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홀린 ‘자개 테이블’ 통영 장인 손길이 낳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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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마르셀 반더스가 통영의 자개장인과 협업해 만든 커피 테이블.

마르셀 반더스가 통영의 자개장인과 협업해 만든 커피 테이블.

이탈리아 밀라노의 심장부인 셈피오네 공원에는 이탈리아 최초의 디자인 전문 박물관 ‘트리엔날레 디 밀라노’(이하 트리엔날레)가 있다. 1923년에 개관한 트리엔날레는 수많은 거장 디자이너와 미술가, 건축가를 배출한 이탈리아의 ‘콧대 높은’ 박물관이다. 세계 최대 규모 디자인 축제인 ‘밀라노 디자인 위크’가 한창인 가운데 트리엔날레 중앙 전시관을 차지한 통영의 자개 탁자가 관람객 시선을 사로잡았다.

17일(현지시각) ‘트리엔날레 자개 테이블전’(mother-of-pearl tables)을 방문한 유럽 디자인 관계자들 반응은 뜨거웠다. 일반 관람객 공개 전에 디자인업계 관계자 대상 사전공개 행사였는데, 이날 하루 450여 명이 전시를 찾았다. 그중에는 영국 민트갤러리의 리나 카나파니 대표, 루이비통과 협업해 온 디자인 스튜디오 아틀리에 비아게티의 알베르토 비아게티 대표 등 디자인계의 거물도 있었다.

디자인 업계 관계자들이 17일 밀라노에서 열린 한국공예전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디자인 업계 관계자들이 17일 밀라노에서 열린 한국공예전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국 두손갤러리가 기획한 자개 테이블전에는 마르셀 반더스,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등 디자인 거장 6인이 참여했다. 이들이 디자인한 도안이 통영의 장덕군·강계순 자개장인 손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이른바 ‘할머니 장롱’ 자개에 ‘현대’라는 옷을 입히자는 아이디어가 결과물로 나오기까지 1년 6개월이 걸렸다. 주문생산 방식으로 테이블 한 점을 만드는 데 3개월이 필요하다. 목재를 다듬고, 쌓고, 옻칠하고, 조개패를 세공하는 작업이 전부 수작업이라서다.

KLM항공, 하얏트 호텔, 루이비통 등 세계적인 브랜드의 매장과 제품을 디자인해 온 네덜란드의 스타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는 자신이 디자인한 테이블 실물을 이날 처음으로 보고는 “붉은색을 입힌 버전도 만들고 싶다”며 즉석에서 후속 작업을 제안할 만큼 만족했다.

밀라노 도심을 운행하는 단청 무늬 트램.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밀라노 도심을 운행하는 단청 무늬 트램.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이날 밀라노 브레라 지구에서 열린 ‘2023 밀라노 한국공예전-공예의 변주’ 사전공개 현장도 뜨거웠다. 브레라 지구는 300년 역사의 브레라 예술대학이 위치해 젊은 유동인구가 많고 트렌드 변화도 빠르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브레라 지구의 펠트리넬리 전시장에서 윤광조, 강석영 등 중견작가 20명의 공예 작품을 선보였다.

한국공예전을 다녀간 베를린시립박물관 재단의 파울 슈피스 디렉터는 “박물관 재개관 때 한국 공예작품을 전시하고 싶고, 김광우 작가 작품을 구매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베를린에서 박물관 6곳을 운영한다. 고 김광우 작가의  ‘빈 돌’(empty stone) 연작은 크기가 다른 조약돌 모양의 도자 11개를 늘어놓은 형태다. 풍화에 닳아버린 몽돌을 통해 비움의 경지를 표현해온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던 중 지난해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8일 밀라노 유적지 팔라치나 아피아니에서 열린 한복 패션쇼.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18일 밀라노 유적지 팔라치나 아피아니에서 열린 한복 패션쇼.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알레시아 살레르노 프라다 재단 디자인 헤드는 얇은 나무판을 구부려 입체적인 곡선 오브제를 만든 뒤 한땀 한땀 구리선을 박은 김희찬 작가 작품에 관심을 보였다. 이날 전시된 작품 65점은 도자·금속·나무·유리 등 소재가 다양하다. 그중에는 옻칠·낙화(인두로 종이·나무 등을 지져서 그린 그림) 등 전통기법을 적용한 것도 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지난 11년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한국공예전을 열었다. 지난해 밀라노 한국공예전에 참여한 정다혜 작가는 전시 두 달 뒤 공예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로에베재단 공예상 대상을 받았다. 당시 전 세계 작가 3100여명이 이 상에 도전했다.

신진 작가를 위한 전시도 이날 문을 열었다. 밀라노의 유명 갤러리 ‘로산나올란디’에서 열린 ‘공예의 변주 오브제’ 전시에서는 한국 신진 작가 6명이 현대 공예작품 27점을 선보였다. 자신의 이름을 딴 갤러리를 운영하는 로산나 올란디 대표는 김자영 작가의 도자 스툴에 관심을 보이며 “수작업한 비정형 형태의 표면이 매력적”이라는 평을 남겼다.

올해는 공예 전시와 함께 전통문화 이벤트 ‘이것이 한국이다(THAT’S KOREA)’도 열렸다. 밀라노 도심의 트램이 한국 단청 문양으로 외부를 꾸미고 주요 유적지를 돌며 한식을 홍보했다. 18일 셈피오네 공원에 위치한 유적지 팔라치나아피아니에서는 한복 패션쇼가 열렸다. 금의재, 기로에, 김혜순 한복 등이 디자인한 한복 총 16벌이 무대에 올랐다. 고전적인 한복부터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복 느낌의 미니 드레스까지 다채로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 전시는 23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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