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정통 개신교계와의 접점을 늘리면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확실한 선 긋기에 나섰다.
김 대표는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우리는 갈등이 고조되고 서로 반목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며 “집권당 대표이자 기독 정치인으로서 큰 책임을 느끼고 좀 더 나은 사회,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사회,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많은 교계 지도자들이 기도하는 자리에서 인사드리게 돼 영광스럽다. 수고하신 모든 분께 하나님께서 복에 복을 더해주시길 바란다”라고도 밝혔다.
서울시조찬기도회는 서울시기독교총연합회(서기총)가 주최한 행사다. 대한예수교장로회와 기독교대한감리회 등이 포함된 이 모임을 교계에서는 정통 개신교계로 분류한다. 김 대표는 울산 대암교회 장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대표가 부인 이선애 여사를 만난 것도 고등학생 시절 교회에서였다”며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를 독실한 정통 개신교인으로 본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간 김 대표는 종교적 편향성 논란을 우려해 개신교계와의 만남을 후순위로 둬 왔다. 지난 3월 8일 대표에 당선된 뒤 찾은 첫 종교계 행선지도 불교계였다. 지난 3월 16일 그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만나 “우리나라 불교의 화쟁정신처럼 하나로 포섭하는 정신을 이어받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정통 개신교계와의 만남을 부쩍 늘리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조찬기도회에 참석했고, 9일에는 서울 중구 영락교회에서 열린 부활절 연합예배에 자리했다. 다음 달 초에는 개신교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이같은 행보에 대해 당내에서는 “전 목사와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전 목사는 2019년 광화문 집회에서 “하나님도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고 말해 정통 교계로부터 “신성모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전 목사가 대표회장을 지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지난해 12월 전 목사에 대해 ‘회원 자격정지 3년’ 징계를 내렸다. 한기총 관계자는 “전 목사에 대한 이단 여부에 대해서도 현재 논의 중”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대표가 정통 교계에 손을 내밀면서 ‘전광훈-국민의힘 유착’ 논란을 불식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 지시에 따라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당원 중 입당 당시 ‘추천인 전광훈’이라고 기재한 이중당적(국민의힘-자유통일당) 의심자 981명에게 탈당 경고문자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