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통영 자개'에 밀라노 들썩...콧대 높은 유럽 디자이너들 불러세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탈리아 밀라노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셈피오네 공원에는 이탈리아 최초의 디자인 전문 박물관 '트리엔날레 디 밀라노'(이하 트리엔날레)가 있다. 1923년에 개관한 트리엔날레는 수많은 거장 디자이너와 미술가, 건축가를 탄생시킨 이탈리아의 자부심을 간직한 콧대 높은 박물관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 축제, '밀라노 디자인 위크'가 한창인 가운데 트리엔날레 중앙 전시관을 차지한 통영의 자개 탁자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7일(현지 시간) '트리엔날레 자개 테이블전'(mother-of-pearl tables)을 방문한 유럽 디자인 관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일반 관람객들에게 전시를 공개하기 전 디자인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사전 공개 행사였음에도 이날 하루에만 450여명이 전시를 찾았다. 그중에는 영국 민트갤러리의 리나 카나파니 대표, 루이비통과 협업해 온 디자인 스튜디오 '아틀리에 비아게티'의 알베르토 비아게티 대표 등 디자인계의 거물들도 행사장을 찾았다.

17일(현지시간) 밀라노 트리엔날레 박물관에서 열린 자개테이블전에서 네덜란드의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가 자신이 디자인한 테이블을 살펴보고 있다. 홍지유 기자

17일(현지시간) 밀라노 트리엔날레 박물관에서 열린 자개테이블전에서 네덜란드의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가 자신이 디자인한 테이블을 살펴보고 있다. 홍지유 기자

한국의 두손갤러리가 기획한 자개테이블전에는 마르셀 반더스,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등 디자인 거장 6인이 참여했다. 이들이 디자인한 도안은 통영 장덕군·강계순 자개 장인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할머니 장롱'으로만 기억되는 자개에 '현대'라는 옷을 입히자는 기획 의도가 손에 잡히는 결과물로 나오기까지는 1년 6개월이 걸렸다.

장인들이 주문 생산 방식으로 테이블 한 점을 만드는 데는 3개월이 소요된다. 나무 합판을 다듬고, 쌓고, 옻칠하고, 울퉁불퉁하고 거친 조개패를 보석처럼 세공하는 작업이 전부 수작업이라서다.

KLM 항공, 하얏트 호텔, 루이비통 등 세계적인 브랜드의 매장과 제품을 디자인해 온 네덜란드의 스타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는 자신이 디자인한 테이블의 실물을 이날 처음으로 보고 "붉은색을 입힌 버전도 만들고 싶다"며 즉석에서 후속 작업을 제안할 만큼 만족했다.

이날 밀라노 브레라 지구에서 열린 '2023 밀라노 한국공예전-공예의 변주' 사전 공개 현장 역시 열기가 뜨거웠다. 브레라 지구는 300년 역사의 브레라 예술대학이 위치해 젊은 유동 인구가 많고 트렌드 변화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브레라 지구의 펠트리넬리 전시장에서 윤광조, 강석영 등 중견 작가 20명의 공예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 17일 이탈리아 밀라노 펠트리넬리 전시관에서 열린 한국 공예전 '공예의 변주'에 방문한 갤러리 관계자들이 전시된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지난 17일 이탈리아 밀라노 펠트리넬리 전시관에서 열린 한국 공예전 '공예의 변주'에 방문한 갤러리 관계자들이 전시된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지난 17일 이탈리아 밀라노 펠트리넬리 전시관에서 열린 한국 공예전 '공예의 변주'에 방문한 갤러리 관계자들이 전시된 작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지난 17일 이탈리아 밀라노 펠트리넬리 전시관에서 열린 한국 공예전 '공예의 변주'에 방문한 갤러리 관계자들이 전시된 작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이날 한국공예전을 다녀간 베를린시립박물관 재단의 파울 슈피스 디렉터는 "박물관 재개관 때 한국 공예작품을 전시하고 싶고, 김광우 작가 작품을 구매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베를린에서 박물관 6곳을 운영하고 있다. 고 김광우 작가의 '빈 돌(empty stone)' 연작은 크기가 다른 조약돌 모양의 도자 11개를 늘어놓은 형태다. 풍화에 닳아버린 몽돌을 통해 비움의 경지를 표현해온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던 중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났다.

밀라노디자인위크 '한국공예전'에서 선보인 고 김광우 작가의 '빈 돌' 연작. 사진 홍지유 기자

밀라노디자인위크 '한국공예전'에서 선보인 고 김광우 작가의 '빈 돌' 연작. 사진 홍지유 기자

알레시아 살레르노 프라다재단의 디자인 헤드는 얇은 나무판을 구부려 입체적인 곡선 오브제를 만든 뒤 한땀 한땀 구리선을 박은 김희찬 작가에 관심을 보였다. 이날 전시된 작품 65점은 도자·금속·나무·유리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졌다. 그중에는 옻칠·낙화(불에 달군 인두로 종이나 나무 등을 지져서 그린 그림)와 같은 전통적인 기법을 적용한 것도 있다.

김희찬 '무제'. 곡선으로 표현된 나무 위에 구리 와이어를 촘촘히 손으로 박았다.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김희찬 '무제'. 곡선으로 표현된 나무 위에 구리 와이어를 촘촘히 손으로 박았다.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지난 11년 동안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한국공예전을 선보였다. 지난해 4월 밀라노 한국공예전에 참여한 정다혜 작가는 전시 두 달 뒤 공예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로에베재단 공예상 대상을 받으며 한국공예의 저력을 입증했다. 당시 전 세계에서 3100여 명의 작가가 이 공예상에 도전했다.

17일 밀라노 로산나올란디 갤러리에서 열린 한국공예전 현장.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17일 밀라노 로산나올란디 갤러리에서 열린 한국공예전 현장.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신진 작가를 위한 전시도 이날 문을 열었다. 밀라노의 유명 갤러리 '로산나 올란디'에서 열린 '공예의 변주 오브제' 전시에서는 한국 신진 공예 작가 6명의 현대적인 공예작품 27점을 선보였다. 신진 디자이너의 출세 코스로 불리는 로산나 올란디에서 한국 작가들이 단체 전시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갤러리를 운영하는 로산나 올란디 대표는 김자영 작가의 도자 스툴에 관심을 보이며 "비정형적인 형태와 수작업의 매력이 느껴지는 표면이 매력적이다"라는 평을 남겼다.

18일(현지시간) 밀라노 팔라치나 아피아니에서 열린 한복 패션쇼 '한복 웨이브'에서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18일(현지시간) 밀라노 팔라치나 아피아니에서 열린 한복 패션쇼 '한복 웨이브'에서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18일(현지시간) 밀라노 팔라치나 아피아니에서 열린 한복 패션쇼 '한복 웨이브'에서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18일(현지시간) 밀라노 팔라치나 아피아니에서 한복 패션쇼가 열렸다. 홍지유 기자
한복패션쇼 밀라노
18일(현지시간) 밀라노 팔라치나 아피아니에서 열린 한복 패션쇼 '한복 웨이브'에서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18일(현지시간) 밀라노 팔라치나 아피아니에서 열린 한복 패션쇼 '한복 웨이브'에서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시내를 운행하는 트램에 한국 전통 단청 무늬가 입혀져 있다. '단청 트램'은 한식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기 위해 기획됐다. 홍지유 기자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시내를 운행하는 트램에 한국 전통 단청 무늬가 입혀져 있다. '단청 트램'은 한식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기 위해 기획됐다. 홍지유 기자

올해는 공예 전시와 함께 전통문화 이벤트 '이것이 한국이다'(THAT'S KOREA)도 열렸다. 밀라노 도심에서는 트램이 한국 단청 문양으로 외부를 꾸미고 두오모 성당 등 주요 유적지를 돌며 한식을 홍보했다. 18일(현지 시간) 셈피오네 공원에 위치한 유적지 팔라치나 아피아니에서는 한복 패션쇼가 열렸다.

금의재, 기로에, 김혜순 한복 등이 디자인한 한복 총 16벌이 무대에 올랐다. 저고리와 치마, 노리개를 모두 전통 방식 그대로 고수한 고전적인 디자인부터 연꽃, 난초 무늬를 입힌 통굽 구두, 한복의 느낌을 낸 미니 드레스 등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복까지 다채로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밀라노 디자인위크 전시는 23일까지 열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