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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월드컵선 모두가 공격수…골 넣으며 삶의 희망 얻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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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영화 ‘드림’ 주연 박서준은 18일 화상 인터뷰에서 “홈리스 월드컵은 골 성취감이 살아갈 희망을 주는 점이 와 닿았다”고 했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드림’ 주연 박서준은 18일 화상 인터뷰에서 “홈리스 월드컵은 골 성취감이 살아갈 희망을 주는 점이 와 닿았다”고 했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홈리스(Homeless·노숙자) 월드컵에선 수비 한 명을 뺀 나머지 선수 모두가 공격수에요. 모든 선수들이 골을 넣었을 때 성취감을 느끼고 ‘당신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자는 취지죠. 우리가 같이 이 운동장 안에 있고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영화가 ‘드림’입니다.”

영화 ‘드림’(26일 개봉)에서 주연을 맡은 박서준(34)의 말이다. 18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그는 축구스타 손흥민과도 절친으로 알려진 축구 덕후다. 하체 위주 트레이닝, 태닝, 조기 축구 등으로 축구선수 외형을 갖췄다는 그는 영화에서 노숙자 축구팀의 코치가 된 전직 국가대표 축구선수 ‘홍대’가 됐다.

‘리바운드’ ‘카운트’ 등 최근 극장가의 스포츠 실화 영화 붐을 잇는 ‘드림’은 2010년 브라질 홈리스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한국팀 실화가 토대인 휴먼 코미디다. 홈리스 월드컵은 전후반 7분씩 총 14분간 진행되는 풋살 경기로 치러진다. 자활 목적의 ‘거리 잡지’가 발간돼야 참가가 가능한데, 2010년 ‘빅이슈 코리아’가 창간되며 자격을 얻은 한국팀이 그해 출전해 남자 43팀 중 꼴찌(11전 1승 10패)를 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모습으로 최우수 신인팀상을 수상했다. 천만흥행을 거둔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2018)의 이병헌 감독이 각본도 썼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본명 이지은)는 출전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찍는 ‘열정페이’ PD 소민 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가 다큐멘터리 PD 역을 맡아 노숙자 축구팀 코치를 연기한 박서준과 티격태격하는 입담 호흡을 펼쳤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가수 겸 배우 아이유가 다큐멘터리 PD 역을 맡아 노숙자 축구팀 코치를 연기한 박서준과 티격태격하는 입담 호흡을 펼쳤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홍대는 프로 축구단의 만년 2등이다. 그는 사기꾼인 어머니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기자(박명훈)를 폭행한 사건으로 반강제 은퇴를 하며 연예계 데뷔를 준비한다. 어머니 사건을 뒷수습할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노숙자 재활을 위한 월드컵 국가대표팀 코치 자리를 받아들인 것도 신파조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이미지 세탁을 하자는 매니지먼트사의 계획에 맞춰서다. 그런데 억지로 선 필드에서 홍대는 예상 못한 변화를 맞게 된다. 자기 문제에 짓눌려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그의 팍팍한 삶에 노숙자 축구단이 숨통을 틔워준다. 주색에 빠져 가족을 등한시한 과거를 후회하는 환동(김종수), 재혼한 전처와 곧 호주로 떠날 딸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효봉(고창석), 지적장애인인 아내(이지현)에게 푹 빠진 사랑꾼 범수(정승길), 누군가를 찾고 있는 고아 인선(이현우) 등 사연 많은 노숙자들을 돕게 되면서다.

이병헌 감독

이병헌 감독

잉꼬 부부 역의 정승길·이지현은 실제 23년차 부부. 이들을 비롯해 베테랑 배우들의 안정감 있는 연기가 드라마를 지탱한다면, 박서준·아이유의 톡톡 튀는 입담 대결이 영화에 웃음 스타카토를 찍는다. 김우빈·강하늘 주연 코미디 영화 ‘스물’(2015),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2019) 등 20~30대 배우들의 재치있는 대사 연기를 끌어내온 이병헌 감독의 특기가 잘 살았다. 경찰대생의 버디 액션 영화 ‘청년경찰’(2017),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2018) 등에서 자신만의 포커페이스 코미디를 선보여온 박서준과 이 감독의 궁합이 좋다.

홈리스 월드컵 장면은 촬영 여건상 영화에선 헝가리에서 촬영했다.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축구대회 장면 등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난항을 겪으면서, 기획부터 완성까지 8년여가 걸렸다. 실화를 담은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홈리스 월드컵을 처음 접한 이병헌 감독이 201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에 동행해 한국팀 일정을 함께 소화하며 취재한 내용을 영화 장면에 녹여냈다. 17일 이 영화 언론시사 후 간담회에서 이 감독은 “실화이고 소외계층을 다루기 때문에 희극 톤을 조절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면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즐길 만한 대중영화로 만들어 홈리스 월드컵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지난한 제작 과정을 버틸 동기 부여가 됐다”고 설명했다.

‘드림’은 박서준의 주연 티켓파워가 시험대에 오르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인 마블 영화 ‘더 마블스’는 오는 11월 개봉한다. 지난 12일 마블 스튜디오가 공개한 ‘더 마블스’ 예고편에는 장발의 박서준이 전투를 이끄는 갑옷 차림 모습이 공개됐다. 박서준은 “(먼저 마블 영화 ‘이터널스’에 출연한) 마동석형과 촬영 전 현장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면서 “지금은 계약상 자세히 말씀드리면 저에게 치명적이다. 개봉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시라”고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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