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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리오프닝만 기다렸는데…“여행수지 적자 더 커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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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올해 상반기에는 중국 경기 회복에 따른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등 대중 수출 부진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커진 데다, 중국 단체관광 불허 등으로 여행수지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중국 내 ‘애국소비’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도 부정적인 요소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중국 리오프닝의 국내 경제 파급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경제가 서비스 등 내수 중심으로 회복하면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은이 중국 성장의 국가별 영향을 추산한 결과, 중국 성장률이 제조업 위주로 1%포인트 높아지면 한국의 성장률은 0.11%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서비스업 위주로 1%포인트 오르는 경우, 한국 성장률 개선 폭은 0.08%포인트에 그쳤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등 IT 부문의 대중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대중 수입은 올해 들어 2차전지 재료 등을 중심으로 다시 늘었다. 그 결과 대중 무역수지 적자 폭은 지난해 4분기 26억2000만 달러에서 올해 1분기 78억5000만 달러로 3배가량으로 확대됐다.

국내 중국인 관광객이 예상보다 더디게 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2019년 국내 입국자 수를 100이라고 할 때 올해 53만큼 회복됐고 그중 중국인은 17수준에 불과했다.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관광 불허 등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해외로 나간 국민은 크게 늘어 1분기 여행수지는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보고서 작성을 총괄한 임근형 한은 국제무역팀장은 “지난해 4분기 여행수지 적자는 24억 달러였는데, 올해 1분기 중 3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내 제조업 재고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2015년~2019년 평균 재고 수준이 100이라고 볼 때 올해 IT 재고는 140을 넘어선다. 임 팀장은 “글로벌 수요 약화 등으로 IT 부문 등을 중심으로 재고 수준이 여전히 과거 추세를 크게 상회해 중간재 수입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문제는 이런 흐름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중국이 산업 고도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자급률을 높여가면서 수입 수요가 기조적으로 약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올해 1~2월과 작년 4~12월의 대중 수출 감소 폭을 비교한 결과 월평균 31억 달러의 대중 수출이 감소했는데 이 중 60%가량인 18억5000만 달러가 중국의 수입 수요 감소에 따른 것이었다. 이어 중국의 수입시장 구조 변화에 따른 영향이 7억6000만 달러(25%)를 차지했고 한국의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인한 감소는 4억9000만 달러(16%)에 불과했다. 한은은 2018년 미·중 무역분쟁 본격화 이후 중국 내 애국소비(궈차오) 운동이 확대되면서 화장품·의류·생활용품 등 소비재 전반에서 중국 제품 선호도가 증가 추세인 점도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하반기로 갈수록 IT 경기 부진 완화, 중국 내 재고 조정 등으로 대중 수출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임 팀장은 “시장에선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감산 등으로 하반기 이후 IT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글로벌 IT 경기 회복 시점이나 중국 산업 구조 변화 등 불확실성 요인이 산재해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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