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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뜯으며 '충성의 증표'…장애인 노예처럼 부린 남성의 최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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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지적장애를 가진 남성을 폭행·협박해 노예처럼 부린 50대 남성에게 재판부가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고상영)는 상해, 특수폭행, 폭행,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51)에게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15년간의 신상정보 등록 명령을 내렸다.

A씨는 지적장애인 B씨를 알게 된 2015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협박해 총 1억 5000만원을 빼앗고 폭행·성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B씨가 다른 사람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임을 알아채고 접근해 “내가 조직에서 생활을 좀 했다. 너 하나쯤 어떻게 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사람을 시켜 네 자녀를 납치할 수도 있다”며 매달 250만원씩을 요구했다.

협박당한 B씨는 2015년 12월~2020년 6월까지 총 317차례에 걸쳐 6778만원을 A씨에게 건넸다. A씨는 또 자신이 신용불량자임을 강조하며 392차례에 걸쳐 B씨의 명의 카드로 물건을 사거나 현금서비스를 받아 2279만원을 썼다. 수천만 원짜리 중고 외제 차와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시계도 B씨를 시켜 구매해 ‘충성의 증표’라며 받아냈다.

식당 일을 하던 B씨는 A씨의 횡포에 결국 가게를 접고 호텔 근무와 대리운전, 택시일을 하게 됐다. 그러나 A씨는 멈추지 않고 B씨가 매달 받는 급여 대부분을 빼앗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B씨가 기억하고 증언한 폭행만 26차례였다. 2021년 9월에는 약 9일 동안 온갖 물건과 주먹으로 40여차례 폭행하고 B씨의 입에 모기약을 뿌렸다. 보복이 두려워 범행을 견디던 B씨는 A씨가 자신을 성추행하려 시도하자 6년 만에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고 A씨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A씨는 법정에서 “B씨와 2인 1조로 대리운전을 했기 때문에 차량을 받았다” “명품시계는 생일 선물로 받았다” 등 해명을 하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CCTV, 녹음파일, 주변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피해자는 가벼운 지적장애 수준을 보이지만 추상적 사고나 논리적 사고의 발휘가 적절하지 못해 장기간 지속한 피고인의 폭행, 협박에 심리적으로 완전히 종속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우 심각한 폭행에도 피해자는 전혀 반항하지 못할 만큼 피고인의 폭행이 일상화됐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의 아들이 폭행 장면을 목격한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제압하기 위해 성추행까지 저질러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범행을 당해 장기간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했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부채를 떠안게 됐다. 피해자의 인격과 존엄성이 중대하게 훼손된 점, 피해자가 엄벌을 원하고 있는 점, 자신의 죄를 반성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장기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게 타당하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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