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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거부권 단초 된 그 보고서 뭐길래…서로 "부실 과장" 맹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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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쌀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13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쌀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매년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가운데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의 단초가 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 분석 보고서를 향한 공세가 커지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허위 보고서’라는 주장까지 나오자 농경연은 ‘오히려 시민단체에서 악의적으로 데이터를 편집했다’는 취지로 적극적인 반박에 나섰다.

경실련 “농경연 보고서, 생산량 과장했다”

1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농경연이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쌀 생산량을 전망할 때 과거 추세와 비교해 생산량은 크게, 재배면적 감소세는 작게 추정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최근 20년 추이 기준으로 단위 면적(10a)당 생산량은 503㎏에서 514㎏으로 과장하고, 재배면적 감소세는 1.93%에서 0.54%로 축소했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농경연의 분석 결과는 ‘생산량 부풀리기’, ‘의도적 왜곡’이라는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부실 과장 보고서”라며 “정부가 현실과의 적합성에 문제가 있는 과다 추정된 자료를 근거로 쌀생산 과잉과 재정 부담을 강조하면서 진실을 호도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농경연 “논리적으로 합당하지 않은 비판”

하지만 농경연 분석에 참여한 한석호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공식 입장을 통해 “경실련의 비판은 논리적으로 합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경실련의 추세 분석은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현재의 정책과 모든 경제 상황이 미래에도 동일하다는 가정을 기본으로 했다”며 “양곡관리법 개정과 전략직불제의 정책이 분석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실련이 제시한 기초 데이터도 부정확하다며 ‘악의적 의도’를 의심했다. 한 교수는 “경실련의 쌀 생산량, 재배면적, 생산량 추세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다. 기초데이터 및 연평균 감소율 계산 방법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악의적인 데이터 편집으로 효과를 추정했다”고 밝혔다.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탓에 실제 감소 추세보다 더욱 크게 보이는 결과를 도출했다는 것이다.

농경연도 이날 별도 입장문을 내고 “경실련은 논 타작물 전환을 통해 쌀 과잉공급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과잉공급량 의무매입으로 쌀 농가의 판매와 소득이 명확한 상황에서 타 작물 전환이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실련은) 가장 최근 자료인 2022년산을 특별한 설명 없이 제외했고, 추세분석 방법도 일관되지 않는다”며 “생산량을 실제보다 더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한 것이 아닌지 추가적인 확인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野 ‘최종안 미반영’ 지적엔 “유의미한 변화 없다”

야권에선 농경연이 수정된 최종 개정안은 별도로 분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부권으로서의 근거로 부족하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농경연 연구는 지난해 12월 발표됐고, (최종안은) 지난 2월 27일 수정됐다”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 개정안을 검토한 연구가 아니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의 근거로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민주당이 채택한 최종안에선 ‘쌀 초과 생산량이 3~5% 이상이거나 쌀값 하락 폭이 평년 대비 5~8% 이상이면’ 쌀을 의무 매입하도록 정부 재량권을 일부 부여했다. 초안은 ‘3% 이상 초과 생산’, ‘5% 이상 가격 하락’ 등 단일 기준만 담겼다.

하지만 농경연은 최종안을 기준으로 분석하더라도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고 보고 있다. 김종인 농경연 연구위원은 “농가 입장에서 의무 매입 기준이 3%냐, 5%냐가 재배면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물량조건 변화로 인해 추정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에 대한 재투표가 이뤄졌지만, 재석의원 290명 중 찬성 177명, 반대 112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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