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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바이든 표심공략 북아일랜드 등 방문서 또 문건 유출·말 실수 '해프닝'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북동부 라우스주의 던도크를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북동부 라우스주의 던도크를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뿌리찾기’의 일환으로 북아일랜드·아일랜드를 연이어 방문한 가운데 그의 동선이 담긴 기밀 문서가 또다시 유출됐다고 영국 BBC·미 CNN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5장 분량의 해당 문서는 미 대표단이 11일 하룻밤을 묵었던 영국령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한 호텔 인근에서 발견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 일정과 보안 요원 배치 등을 요약한 문서로, 거리에 떨어져 있던 것을 시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북아일랜드 경찰청은 이에 “보안 위반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고위 인사와 대중들, 우리 직원들의 안전을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비밀 경호국도 “언론보도를 인지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동선에 영향을 받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최근 미 정부는 국방부가 작성한 기밀 문서가 온라인으로 유출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다만 보도에 따르면 문건 유출은 미 정부가 아닌 북아일랜드 측 실책으로 보인다. 북아일랜드 측이 미 대통령의 방문으로 “10년 내 최고 수준의 보안”을 대비했다고 밝힌 것에 비하면 황당한 실수를 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를 연이어 순방 중이다. 영국과 아일랜드 간 평화 협정인 ‘벨파스트 협정(1998년 4월 10일)’ 25주년을 기념한 것이다. 실상은 대선을 1년 앞두고 3000만 명의 미국 내 아일랜드계 표심을 노린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령인 북아일랜드 방문 일정은 실질적으로 몇 시간에 불과했고, 북아일랜드까지 이동해 바이든을 맞이한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의 만남은 짧은 ‘차담’에 그쳤다. 대신 바이든 대통령은 순방에 자신의 여동생 밸러리 바이든 오언스와 둘째 아들 헌터 바이든도 동행했다. BBC는 “누이와 아들을 데리고 순방을 하는 건 전통적 외교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가족의 뿌리와 소속감 찾기 위한 행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 아일랜드로 넘어가선 야구 모자를 쓰고 거리를 활보하거나, 술집에 들르는 등 편안한 모습을 연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조상들이 살았던 아일랜드 북동부 라우스 카운티의 던도크 지역을 방문해선 “집에 돌아온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 지라에서 또다시 말 실수를 해 구설에 올랐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그는 던도크의 술집에 들러 대중에게 연설하면서 “아일랜드의 전직 럭비 선수가 내 친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그가 몇년 전 뉴질랜드의 럭비 선수단‘블랙 앤 탠스’(실제는 ‘올 블랙스’)를 이겼다”고 잘못 발언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블랙 앤 탠스’는 1919~21년 영국·아일랜드 독립 전쟁 때 영국군이 아일랜드 공화국군(IRA)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한 경찰 부대로, 무자비한 진압으로 악명이 높았다고 한다. 매체는 “이 지역의 역사적·정치적 민감성을 조심스럽게 다루려던 바이든이 결국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꼬집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에는 마이클 히긴스 아일랜드 대통령을 면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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