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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송영길 캠프 9명, 의원 등 40명에 9400만원 전달 포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 검찰이 2021년 당시 당대표 후보자였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캠프 관계자 9명이 국회의원 등 최소 40명에게 현금 총 9400만원을 전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돈 전달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과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조모 전 인천시 부시장, 송영길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씨 등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6월1일 오후 서울 중구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송 후보는 "선거 기간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서울에 대한 비전을 알리는데 최선을 다했지만 시민의 마음을 얻기에 부족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6월1일 오후 서울 중구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송 후보는 "선거 기간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서울에 대한 비전을 알리는데 최선을 다했지만 시민의 마음을 얻기에 부족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국회사진기자단]

 1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둔 4월 말경 강래구 회장에게 ‘돈 살포’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고 한다. 강 회장은 윤 의원의 요청에 따라 4월말 경 3000만원을 마련한 후 300만원씩 봉투 10개에 담아 전당대회 직전 송영길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씨를 통해 이 전 부총장에게 전달했고, 윤 의원은 이 전 부총장으로부터 봉투를 받은 다음 날 민주당 의원 10명에게 봉투를 1개씩 나눠준 혐의를 받는다.

 이 같은 상황은 같은 날 윤 의원이 이 전 부총장과 강 회장에게 현금을 추가로 요청하면서 반복됐다. 이에 강 회장은 다시 현금 3000만원을 마련한 후 민주당 의원 10명에게 재차 3000만원이 뿌려졌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돈 봉투를 받은 인물은 중복될 가능성이 있어 6000만원을 받은 민주당 의원을 총 20명이라고 보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본부장급에도 900여만원의 돈이 뿌려졌다. 2021년 3월 초엔 강 회장이 먼저 경선캠프 관계자들에게 현금 살포를 하고자 하는 의향을 표시했고, 송영길 전 대표 캠프에서 활동하던 조 전 부시장이 현금 1000만원을 마련해 이 전 부총장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 전 부총장 등은 봉투 20개에 50만원씩을 넣어 강 회장에게 전달했고, 강 회장은 지역 본부장 10여명에게 총 9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지역위원장의 경우 강 회장의 지시를 받고 현금 500만원을 마련해 다른 지역본부장 7명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 회장은 4월 말 추가로 현금 2000만원을 마련했고, 이 전 부총장은 이를 50만원씩 봉투에 담아 지역상황실장 20명 이상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녹취록 속 “돈 1000만원을 주라”

JTBC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윤관석·이성만 두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 회장과 이 전 부총장으로부터 전달받은 돈 봉투를 의원들과 원외위원장을 비롯한 당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

 2021년 4월 25일 강 회장은 이 전 부총장에게 “(윤)관석이 형이 꼭 돈을 달라면 돈 1000만원을 주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틀 뒤 “저녁 먹을 때 쯤 올 거다. 그러면 10개 주라”고 당부했다. 이 전 부총장은 국회 앞의 한 중식당에서 윤 의원을 만나 돈을 전달했다. 이 전 부총장은 이후 강 회장에게 “윤 의원 만나서 그거 줬다”라며 돈을 준 사실을 알렸으며 송 전 대표의 보좌관에게도 돈을 전달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윤 의원은 같은달 28일 이 전 부총장에게 전화로 “인천(지역 의원) 둘하고 A는 안 주려고 했는데 얘들이 보더니 또 ‘형님 기왕 하는 김에 우리도 주세요’ 그래서 세 개 뺏겼다”라며 추가로 돈 봉투를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송 전 대표를 지지했던 호남 지역구의 5명 안팎 의원들 실명을 거론하며 돈을 건네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지난해 10월 이정근 전 부총장 수사 통해 단서 확보

 검찰은 지난 12일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정당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자택 등 20여 곳을 전격 압수수색 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정근 전 부총장의 10억원대 금품 수수 사건 수사에서 민주당 전당대회 관련 불법 정치자금 의혹의 단서를 발견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 압수수색과 포렌식으로 수년 치의 통화녹음을 확보, 이 전 부총장과 강 회장의 대화 내용을 파악했다.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송영길 전 대표와 우원식·홍영표 의원이 당시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해 송 전 대표는 2021년 5월2일 전당대회에서 35.6%를 득표해 당 대표가 됐다. 이 전 부총장과 강 회장은 당시 송영길 캠프에서 선거 운동을 돕고 있었고, 윤관석 의원은 송 전 의원 취임 후 당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이 전 부총장, 강 회장 등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불법 정치자금의 전달 경위와 자금의 성격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이 전 부총장의 뇌물수수 혐의뿐 아니라 2020년 한국복합물류 상임감사 취업 과정에서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송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 수사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검찰은 이미 수개월 전 녹취 파일을 확보했는데 문제가 있으면 그때 수사를 같이 해야 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 역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저는 아무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보도에 언급된 인물들 이야기에 본인이 거론되었다는 것조차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사건 관련자의 진술에만 의존하여 이루어진 검찰의 비상식적인 야당탄압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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