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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구글, 국내 이용자들에 개인정보 제3자 제공내역 공개해야"

중앙일보

입력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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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국내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구글 서비스 이용자들이 구글 본사와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개인정보 및 서비스 이용내역의 제3자 제공현황 공개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오병일 진보넷 대표 등은 구글에 자신들의 개인정보와 메일 내용 등을 제3자에 제공한 사실이 있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4년 7월 구글 본사와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구글 측은 ‘전속적 국제재판관할 합의’를 들어 국내 법원에 사건을 심리할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구글 서비스 가입 당시 이용자들이 ‘약관 또는 서비스와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소송은 독점적으로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연방 또는 주 법원에서 다뤄진다’는 내용의 약관에 동의했다는 이유였다.

반면 이용자들은 “구글 서비스 약관에 따른 권리 행사가 아닌 국내법상 강행규정에서 보장하는 권리 행사”라며 “미국 법원에 전속 관할을 인정하는 건 권리행사를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1·2심 재판부는 “약관상 전속적 국제재판관할 합의는 구글 서비스 이용자들과 구글 본사 사이에서 적법하게 효력을 가진다”면서도 구글 본사가 국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국어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 등을 근거로 소비자계약에선 해당 합의의 효력이 없다고 봤다. 국제사법에 따라 기업이 한 국가에서 영업활동을 했을 경우 전속적 국제재판관할 합의를 했다 하더라도 해당 국가의 소비자 보호 규정을 우선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재판부는 또 “구글 서비스 약관상 준거법 합의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망법상 이용자의 권리 보호에 관한 규정들이 적용될 수 있다”고도 했다.

“외국법이 정보공개 제한해도…무조건 비공개 안 돼”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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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달리 구글 본사뿐 아니라 구글코리아에도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실질적인 서비스 제공 주체가 구글 본사라 하더라도 이는 내부 사정에 불과하다”며 구글코리아 명의로 부가통신사업 신고를 한 점 등을 근거로 구글코리아 역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 봤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대부분을 유지하면서도 원심판결에서 “미국 법령에서 비공개의무가 있는 것으로 규정한 사항에 대해선 구글이 정보의 제공 현황을 원고에게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외국법에서 해당 정보의 공개를 제한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들의 열람 및 제공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해당 외국 법령에 따른 비공개의무가 대한민국의 헌법과 부합하는지 ▶개인정보 보호 필요성보다 외국 법령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이 현저히 우월한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해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구체적인 제한·거절 사유를 통지해야 하며, 국가안보 등 사유로 외국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했다 하더라도 그 사유가 이미 종료된 경우 이용자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고 했다.

“국내 법원에 다국적 인터넷 기업 소송 가능해져”

서울 강남구 구글스타트업캠퍼스. 뉴스1

서울 강남구 구글스타트업캠퍼스. 뉴스1

소송이 진행된 8년 9개월 동안 구글은 오 대표 등이 요구한 개인정보 제3자내역을 제공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공동 논평을 내고 “세계적 인터넷 기업이 약관에서 외국 본사 소재지로 전속적 재판관할합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런 경우에도 국내 이용자 권리침해가 문제될 경우 국내 법원에 해외사업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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