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새 미사일의 시험발사에 나섰다. 발사 전 선제타격 개념인 ‘킬 체인’을 무력화하기 위해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새로운 방식의 탄도미사일”…고체연료 미사일로 추정
합동참모본부는 13일 “오전 7시 23분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중거리급 이상의 탄도미사일 한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1000㎞를 날아가 동해상 일본 홋카이도 인근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에 떨어졌다.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열병식 때 등장시키고 발사한 적 없는 새 무기체계를 이번에 시험한 것으로 봤다. 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시험발사했던 체계와 다른 방식의 탄도미사일”이라며 “중거리(IRBM)급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상각도 발사를 전제로 사거리 3000~5500㎞은 IRBM, 5500㎞ 이상은 ICBM으로 분류된다.
군 당국은 특히 이번 미사일이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발사 순간 화염이 주변으로 퍼지는 반면 액체연료 미사일은 화염이 촛불처럼 모인다. 여기에 항적의 형태, 속도 등도 이 같은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고체연료를 쓰면 순간 추력이 강하기 때문에 액체연료를 쓸 때보다 상승 단계에서 속도가 더 붙는다.
‘킬 체인’ 겨냥, 고체연료 미사일 확대 시도
북한은 기존 KN-23 등 사거리 1000㎞ 이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사거리 1000~3000㎞인 준중거리(MRBM)급 북극성 계열 미사일에는 고체연료 기술을 적용했지만 IRBM급 이상인 화성 계열에는 이 같은 기술이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연료와 산화제를 혼합해 고체로 만드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혼합될 경우 의도치 않은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어 상당한 숙련이 필요하다.
대신 고체연료는 액체연료와 달리 미사일 발사 준비시간이 짧고 연료를 실은 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한·미의 발사 징후 포착이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이는 군 당국이 최근 강조하는 3축 체계 중 킬 체인에 치명적이다.
북한이 고체연료 미사일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정황은 꾸준히 포착돼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신속한 핵 반격 능력을 기본 사명으로 하는 또 다른 ICBM 체계를 개발할 데 대한 과업을 제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북한 매체는 지난해 12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140tf(톤포스ㆍ1tf는 1t의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 규모의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엔진) 지상 분출시험을 실시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 열병식에서 선보인 고체 ICBM 초기 시험발사 가능성
군 당국은 이번 미사일이 지난 2월 열병식 당시 9축 이동식 발사대(TEL)에 실려 등장한 고체연료 ICBM의 초기 시험발사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일각에선 2021년 1월 열병식에서 공개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5ㅅ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SLBM인 북극성-1형을 기반으로 지상발사형인 북극성-2형을 개발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북극성-5ㅅ형을 활용해 지상발사 방식의 고체 IRBM과 ICBM 개발 수순으로 나아가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이번 발사의 정점 고도가 3000㎞에 미치지 못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단 분리가 2단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여 앞으로 3단과 4단 분리를 위한 추가 시험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고체연료 기반의 IRBM을 거쳐 최종 ICBM으로 나아가는 수순이라고 가정하면 이번에 IRBM급 제원으로 시험발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