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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체인 무력화' 北 고체연료 ICBM 쏘나…중거리 미사일까지 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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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새 미사일의 시험발사에 나섰다. 발사 전 선제타격 개념인 ‘킬 체인’을 무력화하기 위해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새로운 방식의 탄도미사일”…고체연료 미사일로 추정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정 신무기.   노동신문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정 신무기. 노동신문

합동참모본부는 13일 “오전 7시 23분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중거리급 이상의 탄도미사일 한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1000㎞를 날아가 동해상 일본 홋카이도 인근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에 떨어졌다.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열병식 때 등장시키고 발사한 적 없는 새 무기체계를 이번에 시험한 것으로 봤다. 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시험발사했던 체계와 다른 방식의 탄도미사일”이라며 “중거리(IRBM)급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상각도 발사를 전제로 사거리 3000~5500㎞은 IRBM, 5500㎞ 이상은 ICBM으로 분류된다.

군 당국은 특히 이번 미사일이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발사 순간 화염이 주변으로 퍼지는 반면 액체연료 미사일은 화염이 촛불처럼 모인다. 여기에 항적의 형태, 속도 등도 이 같은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고체연료를 쓰면 순간 추력이 강하기 때문에 액체연료를 쓸 때보다 상승 단계에서 속도가 더 붙는다.

‘킬 체인’ 겨냥, 고체연료 미사일 확대 시도

북한은 기존 KN-23 등 사거리 1000㎞ 이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사거리 1000~3000㎞인 준중거리(MRBM)급 북극성 계열 미사일에는 고체연료 기술을 적용했지만 IRBM급 이상인 화성 계열에는 이 같은 기술이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연료와 산화제를 혼합해 고체로 만드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혼합될 경우 의도치 않은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어 상당한 숙련이 필요하다.

대신 고체연료는 액체연료와 달리 미사일 발사 준비시간이 짧고 연료를 실은 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한·미의 발사 징후 포착이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이는 군 당국이 최근 강조하는 3축 체계 중 킬 체인에 치명적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16일 "국방과학원 중요연구소에서 12월15일 오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되는 140tf 추진력 대출력고체연료발동기 지상분출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16일 "국방과학원 중요연구소에서 12월15일 오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되는 140tf 추진력 대출력고체연료발동기 지상분출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북한이 고체연료 미사일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정황은 꾸준히 포착돼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신속한 핵 반격 능력을 기본 사명으로 하는 또 다른 ICBM 체계를 개발할 데 대한 과업을 제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북한 매체는 지난해 12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140tf(톤포스ㆍ1tf는 1t의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 규모의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엔진) 지상 분출시험을 실시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2월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대출력 고체연료발동기(로켓 엔진) 지상분출시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2월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대출력 고체연료발동기(로켓 엔진) 지상분출시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최근 열병식에서 선보인 고체 ICBM 초기 시험발사 가능성

군 당국은 이번 미사일이 지난 2월 열병식 당시 9축 이동식 발사대(TEL)에 실려 등장한 고체연료 ICBM의 초기 시험발사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일각에선 2021년 1월 열병식에서 공개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5ㅅ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SLBM인 북극성-1형을 기반으로 지상발사형인 북극성-2형을 개발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북극성-5ㅅ형을 활용해 지상발사 방식의 고체 IRBM과 ICBM 개발 수순으로 나아가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2021년 1월 14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제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의 수중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5형 ㅅ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2021년 1월 14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제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의 수중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5형 ㅅ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이번 발사의 정점 고도가 3000㎞에 미치지 못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단 분리가 2단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여 앞으로 3단과 4단 분리를 위한 추가 시험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고체연료 기반의 IRBM을 거쳐 최종 ICBM으로 나아가는 수순이라고 가정하면 이번에 IRBM급 제원으로 시험발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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