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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받고 승진 도왔다"…文때 임명한 소방청장 2명 기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3일 오전 청주시 청주지방검찰청 중회의실에서 이영림 차장검사가 소방청 인사 및 비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청주시 청주지방검찰청 중회의실에서 이영림 차장검사가 소방청 인사 및 비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승진 대가 '루이비통' 지갑 받은 소방청장 

검찰이 승진 대가로 뇌물을 받고, 국책사업 입찰정보를 누설한 혐의 등으로 전직 소방청장 2명을 재판에 넘겼다.

청주지검은 13일 직원에게 뇌물을 받고 승진 청탁을 들어준 전 소방청장 A씨(61)를 수뢰후부정처사, 뇌물요구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총 사업비 1300억원에 달하는 국립소방병원 건립사업 입찰과정에서 계획 문건을 브로커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는 전 소방청장 B씨(58)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 등을 적용해 불구속기소 했다.

A씨와 B씨는 모두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전직 소방청장이다. A씨는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3대 소방청장을 지냈다. B씨는 바로 뒤인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 면직될 때까지 4대 소방청으로 일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국립소방병원입찰 비리 수사에 착수해 소방청 최고위인사와 입찰참가업체 간 유착을 확인, 이 과정에서 소방청 내부에서 이뤄진 인사 비리까지 확인했다. 이번에 기소된 전직 소방청장과 이미 재판을 받는 브로커, 건축사사무소 사장, 입찰 심사위원인 교수 등을 포함해 14명이 범행에 가담했다.

충북 음성에 건립 중인 국립소방병원 조감도. 연합뉴스

충북 음성에 건립 중인 국립소방병원 조감도. 연합뉴스

청와대 행정관에 인사검증 청탁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2월~3월께 소방정감(1급) 승진을 희망하던 C씨(60)로부터 2회에 걸쳐 590만원 상당을 받았다. 소방청장은 승진 후보자를 결정하고, 승진자를 임명제청할 법률상 권한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C씨는 2020년 소방정감 승진 인사검증에서 학위취득과정 출석일 수 미달로 탈락했다”며 “소방청장에게 뇌물을 준 후에는 인사검증을 통과해 승진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A씨가 뇌물을 받고 C씨를 승진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소방청장인 A씨가 뇌물 대가로 청와대 인사비서관, 행정관에게 C씨 인사검증 통과를 청탁하고 소방청 차장으로 승진시켰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다른 직원을 통해 승진대상자 C씨에게 연락해 “뇌물을 주면 승진을 돕겠다”는 내용을 암시해 200만원을 먼저 받았다.

이후 C씨에게 직접 연락해 “성과급 일부를 가져오라”고 했다. 뇌물 300만원과 90만원 상당 루이비통 지갑을 추가로 받았다고 한다. 검찰은 “A씨가 뇌물을 받은 뒤에도 C씨를 통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했다. C씨를 통해 소방청 산하 단체장에게 뇌물을 요구하거나, 외부 인사청탁을 전달하는 행위였다.

뇌물 이미지. 중앙포토

뇌물 이미지. 중앙포토

브로커, 업체와 공모…입찰 선정 관여 

A씨는 소방청장 재직 당시 지인 부탁을 받고 화재사건 조사 내용과 단속결과를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대가로 렌트 차량을 받아 1600만원 상당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포착됐다. 검찰은 A씨 청탁을 받고 C씨 인사검증을 도와주며 현금 500만원을 받은 당시 청와대 행정관(41)에게는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국립소방병원입찰비리 사건에 대해 “입찰참가업체와 브로커, 소방공무원, 심사위원이 유착해 조달청을 기망한 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2020년 소방청 기획조정관이었던 전 소방청장 B씨는 그해 4월~10월 사이 소방청 입찰 관련 문건을 브로커(63)에게 전달했다. 당시 소방청 소방정책국장이던 C씨는 특정 업체에 유리한 대학교수를 설계 공모 심사위원으로 추천하는 데 공모했다.

검찰은 “소방청 공무원들이 입찰참가업체와 브로커 부탁에 따라 입찰공고문 초안, 입찰 계획 관련 청와대 보고 문건을 유출하고, 포섭된 대학교수를 추천받아 조달청에 심사위원으로 추천했다”며 “특정 업체에 고득점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입찰을 주관하던 조달청을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속인 중대범죄”라고 설명했다.

소방청 심볼. 중앙포토

소방청 심볼. 중앙포토

검찰 “소방청장이 승진 대가 뇌물 요구” 

청주지검 이영림 차장검사는 “소방청장이 최고위직 승진 대가로 뇌물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등 심각한 부정부패 범죄를 확인했다”며 “국가 주요사업 과정에서 벌어지는 구조적 비리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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