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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겨냥했나…日 '반격 장거리 미사일'에 4조 쏟아붓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1월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에서 일본 해상 자위대의 우즈시오급 잠수함이 해상으로 떠올라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에서 일본 해상 자위대의 우즈시오급 잠수함이 해상으로 떠올라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이 유사시 적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반격능력 확보를 위해 장거리 미사일 등의 자체 개발에 5년 간 총 3781억엔(약 3조 7420억원)을 투자한다. 여기엔 사정거리를 늘린 12식 지대함 미사일, 잠수함 발사 대함 미사일 등이 포함된다.

12일 아사히·요미우리 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전날(11일) 적의 사정권 밖에서 공격할 수 있는 이른바 ‘스탠드 오프(원거리 타격) 미사일 개발·생산을 위한 4건의 계약을 미쓰비시중공업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우선 방위성은 육상 자위대에 배치된 12식 지대함 미사일 개량에 나선다. 총 1734억엔을 투입해 현재 약 200㎞인 12식 지대함 미사일의 최대 사정거리를 1000㎞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일본 12식 지대함 미사일. 사진 일본 방위성

일본 12식 지대함 미사일. 사진 일본 방위성

올해부터 사정거리를 늘린 미사일 개발·생산에 들어가, 2026년부터 자위대에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방위성은 개량한 12식 지대함을 함선이나 전투기에도 장착해 발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개발에 별도로 269억엔을 투입하기로 했다.

방위성은 음속을 뛰어넘는 속도로 비행해 요격이 어려운, 도서 방위용 ‘고속 활공탄’ 개발에도 1194억엔을 들일 계획이다. 고속 활공탄은 지상에서 발사가 된 후 탄두부가 분리돼 초음속으로 글라이더처럼 비행해 목표물을 타격하기에 기존 방공망에서는 요격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올해부터 개발을 시작해 2026년 정식 배치될 예정이다.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도 이뤄진다. 방위성은 해상자위대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올해부터 2027년 말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예산 584억엔(약 5800억원)을 투입한다. 도입 시기는 발사 시험 등을 거쳐서 결정할 예정이다. 요미우리는 “개발에 착수한 잠수함 미사일은 어뢰발사관에서 발사돼 적 함정을 공격하는 것이 주 임무지만 지상 공격도 가능하다”며 “(방위성은) 탐지가 어려운 잠수함을 통해 미사일 발사 형태를 다양화함으로써 군사 억지력을 높이려 한다”고 전했다.

지난 1996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 당시 걸프해에 포진한 미 순양함 실로함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1996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 당시 걸프해에 포진한 미 순양함 실로함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 AP=연합뉴스

일본은 자국산 장거리 미사일 개발 이외에도 사정거리가 1250㎞ 이상인 미국산 순항 미사일 ‘토마호크’를 도입해 2026∼2027년 배치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토마호크 블록5 400발을 구입하기 위해 2023년 예산에 2113억엔을 책정했다.

일본이 미사일 개발에 나서는 것은 장거리 미사일이 지난해 12월 일본이 확보하겠다고 선언한 ‘반격 능력’의 핵심 무기라서다. 지난해 12월 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내각은 외교·방위의 기본 방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해 공격을 받았을 때 방위력만 행사하는 것에서 벗어나 적이 일본에 대한 공격에 착수했다고 판단될 때 상대의 미사일 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보유할 것을 명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021년 11월 일본 도쿄 육상자위대 아사카 기지를 방문해 12식 지대함 미사일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021년 11월 일본 도쿄 육상자위대 아사카 기지를 방문해 12식 지대함 미사일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를 두고 지난해 10월 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상공을 넘어가는 탄도미사일을 쏘는 등 도발에 나서고 있는 북한을 겨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일본은 개정한 국가안보전략에서 북한을 “종전보다 더욱 중대하고 절박한 위협”이라고 정의했다.

일본은 반격능력 확보 등을 위해 국방예산 증액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달 28일 일본 참의원이 가결한 2023년도 일본 예산안에서 방위 예산액은 전년 대비 26.4% 늘어난 6조7880억엔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13년 만에 본예산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를 넘겼다. 일본 정부는 통상 방위비를 GDP의 1% 이내로 억제해왔지만, 지난해 12월 국가안전보장전략을 개정하면서 2027년까지 GDP 2%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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