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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18원, LED등 95원…‘해외 직구’ 중국 플랫폼의 역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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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탄탄한 물류 인프라를 갖춘 해외 이커머스 기업의 한국 공략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른바 ‘극강의 가성비’와 빠르고 저렴한 배송, 통관 절차 간소화 등을 무기 삼아 해외 직구족을 겨냥한다는 전략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고양이 물그릇 ‘14원’, 모션 센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95원’, 노트북 거치대 ‘8원’. 11일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 중인 일부 상품의 가격이다. 무료 배송에, 닷새 안에 받을 수 있다. 기간 한정이나 첫 구매 할인 같은 꼬리표가 붙어 있지만, 다른 상품들도 1만원 미만의 초저가가 상당수다.

알리익스프레스는 2018년 국내에 상륙했다. 지난 3~4년간 탐색기를 거치더니 최근엔 고객센터 개설, 무료 반품 확대 등을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달부터는 배우 마동석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공격적 마케팅에 돌입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 전용 물류창고를 두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을 미리 보관하고 있어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초엔 국내에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최근 티몬과 인터파크 커머스 부문, 위메프를 연거푸 인수한 싱가포르 큐텐도 글로벌 물류망을 활용해 국내 직구 시장에 뛰어들 기세다. 실제로 티몬은 큐텐과 합병 이후, 큐텐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 거점을 통해 해외 직구 상품 배송 시간을 최소 3일 이상 단축하고 있다. 티몬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 직구 거래액은 큐텐 인수 이전인 6개월 전(지난해 9월)과 비교해 55.9% 급증했다.

티몬 관계자는 “큐익스프레스가 보유한 11개국, 19개 창고를 활용해 물류비용을 크게 줄였다”며 “배송 조건이 좋아지면서 직구 특유의 가격 경쟁력이 소비자에게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이커머스 1위 아마존은 지난 2021년 11번가와 손잡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해외 직구 시장은 지난 2014년 즈음부터 블랙프라이데이(미국), 광군제(중국), 박싱데이(영국) 등 세일 이벤트가 알려지며 조금씩 성장해왔지만, 길고 비싼 배송, 반품의 어려움, 앱 사용의 불편함 등으로 활성화가 더뎠다.

그러나 최근에는 초저가 공세에 한국어 상담센터를 설치하는 등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달 국내 쇼핑앱 부문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35개월간 부동의 1위였던 중고 거래 앱 당근마켓을 제쳤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는 9612만 건, 47억2500만 달러(약 6조2400억원)로 지난 2018년 대비 각각 198%, 71.5% 증가했다.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들의 국내 공략 배경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지난 2013년 38조원에서 지난해 약 200조원으로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성장 속도는 둔화하고 있지만, 해외 직구가 새로운 먹거리로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알리바바는 중국 이커머스 시장이 둔화하면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해 알리익스프레스로 동북아를 공략하고 있다”며 “다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강도가 약하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의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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