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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옆구리 치면 700만원, 밀치면 600만원...돈으로 본 '죗값'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관 옆구리 가격 700만원 

허위 신고를 하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이미지. 연합뉴스

허위 신고를 하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이미지. 연합뉴스

공무집행 중인 경찰관 옆구리를 한차례 가격하면 어떤 벌을 받을까. 미성년자에게 소주를 팔다 걸리면 어느 정도 처벌이 내려질까. "이 정도면 좀 봐주지 않을까"하는 비교적 가벼운 범죄에 대한 벌금형 기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단독 재판부 판단이 울산지법에서 잇따랐다.

먼저 경찰관 옆구리를 1회 가격한 20대 A씨에 대한 법원 판단은 벌금 700만원이었다. 울산지법 형사4단독 정인영 판사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이렇게 선고하고, 벌금 미납입 시 1일을 10만원으로 환산해 노역장 유치를 명령했다고 11일 밝혔다. 그는 지난해 9월 울산시 북구 주거지에서 술을 마시고 아버지를 계속 때리려고 한다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울산지역 모 파출소 소속 경찰관을 주먹으로 옆구리 쪽을 한차례 때려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주먹질 이유는 경찰관이 아버지 폭행을 만류한다는 것뿐이었다.

가슴 부위 밀치고 욕설 600만원 
같은 날 울산지법 형사1단독 이성 판사는 직접 주먹질을 하진 않았지만, 경찰관에게 욕설하고 몸을 밀친 40대 B씨에게 600만원을 선고했다. 자영업을 하는 B씨는 지난해 5월 울산 울주군 자신이 운영하는 매장에서 지인과 술을 마신 후 지인을 귀가시킬 목적으로 112 종합상황실에 전화를 걸었다. "사람이 길에 쓰러져 있고,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른다. 파출소 경찰차를 보내달라"면서다.

울산지법 입구. 김윤호 기자

울산지법 입구. 김윤호 기자

허위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을 앞에 두고 "형님 내가 형 태워주라고 파출소장에게 전화하는 거 봤지?"라며 모욕을 줬다. 이어 경찰관에게 다가가 폭행을 하려는 듯 위협했고, 이를 제지하는 한 경찰관 가슴 부위를 손으로 두 차례 밀치는 등 공무집행방해와 모욕죄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성 판사는 "B씨가 다문화 가정을 위한 여러 봉사활동을 하는 등 범행 전까지 성실하게 생활해온 점 등을 고려해 형법 제51조가 정한 양형 조건 안에서 벌금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미성년 소주 팔아…벌금 300만원 
이어 미성년자에게 소주 2병, 8000원어치를 팔다 걸린 식당 주인에게도 법원은 판매액 수십 배에 달하는 벌금을 선고했다. 울산지법 형사1단독 이성 판사는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식당 업주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는 울산 북구에서 술을 판매하는 식당을 운영하는 중 지난해 7월 16∼17세 청소년 3명에게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고 소주 2병을 8000원에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술판매 관련 이미지. 뉴스1

술판매 관련 이미지. 뉴스1

같은 날 울산지법 형사2단독 황형주 판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울산 남구 한 노래연습장에서 지난해 8월 손님들에게 소주 15병과 맥주 20병을 판매한 음악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동종 범행으로 3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으면서 다시 범행했고, 짧은 기간에 연이어 범행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산형이 신체구금형으로 
벌금형은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저질러 죗값을 치르는 재산형이다. 하지만 돈을 제때 내지 않으면 언제든 신체구금형, 즉 구금으로 바뀔 수 있어 벌금액에 따라 피고인이 느끼는 무게가 다르다. 대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전국 노역장에 있는 벌금 미납자 가운데 93%는 500만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받고 납부를 못 해 수감된 사람이다. 100만원 이하 벌금을 못 내 노역을 하게 된 사람도 약 60%에 달한다. 500만원 이하 벌금형 미납 건수는 2019년 13만8000건이었는데, 2020년 14만2000건, 2021년에는 19만9000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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