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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100위 밖인데…BTS 보다 빨리 빌보드100 진입한 중소돌, 누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1월 데뷔한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의 노래 '큐피드'가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96위, 영국 오피셜 '톱100' 차트에서 61위에 오르는 등 세계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 어트랙트

지난해 11월 데뷔한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의 노래 '큐피드'가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96위, 영국 오피셜 '톱100' 차트에서 61위에 오르는 등 세계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 어트랙트

말 그대로 ‘중소의 기적’이다. 데뷔한 지 5개월이 채 되지 않은 중소기획사 소속 신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가 역대 K팝 그룹 중 가장 빨리 빌보드 메인 차트에 진입하면서 K팝의 역사를 새로 써내려가고 있다.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 2월 발매한 첫 번째 싱글 ‘더 비기닝: 큐피드(The Beginning: Cupid)’의 타이틀곡 ‘큐피드(Cupid)’로 세계 양대 대중음악 차트로 꼽히는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차트를 수놓고 있다.

데뷔 130여일만에…초고속 빌보드 입성

‘큐피드’는 빌보드가 지난 8일(현지시간) 업데이트한 싱글차트 ‘핫 100’에서 94위를 기록했다. 앞서 한주 전 같은 차트에서 100위로 첫 진입한 데 이어 2주 연속 순위에 오르면서 한주 만에 6계단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데뷔한 피프티 피프티가 빌보드 차트에 처음 이름을 올리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35일. 역대 빌보드 ‘핫 100’에 진입했던 어떤 K팝 그룹(원더걸스·트와이스·블랙핑크·방탄소년단·뉴진스)보다도 빠른 기록이다.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가 지난 2월 24일 발매한 첫번째 싱글 앨범 '더 비기닝: 큐피드(The Beginning: Cupid)'. 사진 어트랙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가 지난 2월 24일 발매한 첫번째 싱글 앨범 '더 비기닝: 큐피드(The Beginning: Cupid)'. 사진 어트랙트

K팝에 한층 더 문턱이 높은 영국 오피셜 차트가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한 싱글 차트 ‘톱100’에서도 ‘큐피드’는 61위를 기록하며 첫 진입 순위 96위에서 한주 만에 35계단 오르는 상승세를 보였다. 지금까지 이 차트에 진입하는 데 성공한 K팝 걸그룹은 블랙핑크·뉴진스에 이어 이들이 세 번째다.

피프티 피프티의 글로벌 인기가 더욱 놀라운 건 이들이 4대 대형 기획사(SM·JYP·YG·하이브)가 아닌 중소 기획사 소속이란 점 때문이다. 이들이 속한 어트랙트(ATTRAKT)는 2021년 6월 설립된 신생 기획사로, 아이돌 그룹을 제작한 것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다. 대형 기획사의 막대한 투자와 프로모션 없이 데뷔해 한국 차트에서는 ‘큐피드’가 여전히 100위권 밖(멜론 최고 순위 103위)일 정도로 인지도가 낮다. 중소 기획사의 신인 아이돌을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알아보는 일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기존 K팝 인기와 완전히 다른 양상”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의 음악은 멤버들의 탄탄한 가창력, 독특한 음색을 기반으로 편안하고 몽환적인 감성을 자아내는 곡들이 주를 이룬다. 사진 어트랙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의 음악은 멤버들의 탄탄한 가창력, 독특한 음색을 기반으로 편안하고 몽환적인 감성을 자아내는 곡들이 주를 이룬다. 사진 어트랙트

틱톡을 비롯한 글로벌 소셜미디어에서 노래가 유행한 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짧은 동영상 콘텐트 기반 SNS인 틱톡에서는 원곡을 2배 가량 빨리 감은 ‘스페드 업(Sped up)’ 버전이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되는데, ‘큐피드’의 이 버전이 그렇게 활용되면서 노래 자체도 떴다. 10일 기준 틱톡에서 ‘큐피드’ 2배속 버전을 BGM으로 사용한 게시물은 220만개, ‘#큐피드챌린지’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은 1억 220만개에 달한다. 이 덕분에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가 SNS상 인기곡을 집계하는 ‘데일리 바이럴 송’ 차트에서는 ‘큐피드’가 지난달 20일부터 지금까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SNS의 덕을 볼 수 있었던 건 기본적으로 좋은 음악과 멤버들의 탄탄한 실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4인조로 구성된 피프티 피프티는 보컬(시오, 아란)과 랩(새나, 키나) 담당 멤버 모두 안정적인 실력과 개성 뚜렷한 음색을 지녀 지난해 데뷔 앨범 ‘더 피프티(THE FIFTY)’가 발매됐을 때부터 업계에서 조금씩 입소문을 탔다. 미국 그래미는 올해 초 발표한 ‘2023년 주목할 K팝 신인 걸그룹 10개 팀’ 중 하나로 이들을 일찌감치 점찍기도 했다.

미국 그래미는 올해 1월 발표한 '2023년 주목할 K팝 신인 걸그룹 10개 팀' 중 하나로 피프티 피프티를 꼽으며 이들의 데뷔 앨범에 대해 "이 4인조 그룹은 눈부신 수록곡을 통해 다채로운 색깔과, 보기 드문 완성도 높은 보컬을 선보인다"고 호평했다. 사진 그래미 홈페이지 캡처

미국 그래미는 올해 1월 발표한 '2023년 주목할 K팝 신인 걸그룹 10개 팀' 중 하나로 피프티 피프티를 꼽으며 이들의 데뷔 앨범에 대해 "이 4인조 그룹은 눈부신 수록곡을 통해 다채로운 색깔과, 보기 드문 완성도 높은 보컬을 선보인다"고 호평했다. 사진 그래미 홈페이지 캡처

퍼포먼스를 고려해 강렬한 비트가 주를 이루는 일반적인 K팝 아이돌 음악과 달리, 누구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 리스닝’ 색깔을 추구한 것도 전 세계 리스너들을 사로잡는 데 주효했다. 데뷔 타이틀 ‘하이어(Higher)’와 이번에 차트에 오른 ‘큐피드’ 모두 편안한 리듬과 레트로풍 선율로 몽글몽글한 감성을 자아내는 곡들이다. 이런 곡들을 모으기 위해 소속사 대표는 해외 작곡진을 중심으로 300여곡을 수집해 그중 좋은 곡을 수록했다고 한다.

정민재 음악평론가는 “피프티 피프티의 성공은 노래의 안무나 멤버들 개개인의 캐릭터가 함께 주목받는 기존 K팝 그룹의 인기 양상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이들의 음악은 고전적인 팝송의 느낌이 강하다는 점에서 ‘K팝의 성취’라기보다 ‘좋은 팝송이 해외 차트에 안착한 사례’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기존의 ‘K팝스러움’을 탈피한 음악이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새로운 갈래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뉴진스 등을 기점으로 최근 K팝에서는 기존 팬들뿐 아니라 누구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세련된 음악으로 세계를 공략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피프티 피프티도 이런 측면의 기획력이 통한 사례”라며 “이 방식이 항상 통하지는 않겠지만, 하나의 대안으로서 비슷한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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