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진스 입은 옷이 엄마 옷장에?…젠지 열광한 서태지 패션 컴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레게 음악을 배경으로 알록달록한 패션을 선보였던 티피코시, 말발굽 모양의 스티치와 로고로 시대를 풍미했던 수입 청바지 브랜드 트루릴리전,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그리고 리(LEE)까지. 1990년대 추억의 브랜드가 속속 부활하고 있다. 세기말 패션의 유행과 더불어 Z세대에게는 새로움을, 기성세대에게는 익숙함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추억의 반도패션, 티피코시 재출시

10일 패션 기업 LF는 1990년대 당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패션 브랜드 티피코시를 오는 17일 재출시한다고 밝혔다.

티피코시는 당시 반도패션(현 LF)이 선보였던 토털 캐주얼 유니섹스 브랜드다. 힙합·레게·락·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접목한 패션으로 X세대를 공략했다. 자신의 개성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문화가 확산했던 1990년대 초·중반의 캐주얼 의류 시장 호황기를 이끌었다.

LF가 1990년대 당시 인기를 끌었던 캐주얼 브랜드 티피코시를 17일 재출시할 예정이다. 사진 LF

LF가 1990년대 당시 인기를 끌었던 캐주얼 브랜드 티피코시를 17일 재출시할 예정이다. 사진 LF

대중들에게는 서태지와아이들이나 김건모, 삐삐밴드 등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가수들이 출연하는 CF로 눈도장을 찍었다. 전국에 21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성장을 이어가던 티피코시는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규모가 축소됐으며, 2008년 최종 철수한 바 있다.

당시 힙합, 레게 등 음악 장르와 연계된 공격적 마케팅으로 캐주얼 의류의 부흥을 이끌었던 티피코시. 사진 LF

당시 힙합, 레게 등 음악 장르와 연계된 공격적 마케팅으로 캐주얼 의류의 부흥을 이끌었던 티피코시. 사진 LF

LF는 티피코시 특유의 자유로운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젠더 플루이드(성 경계가 모호한)’ 패션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현재 10~20대인 Z세대를 겨냥해 LF몰과 무신사 등 온라인 위주로 판매할 계획이다. 초반에는 로고 가방 등 액세서리를 중심으로 하면서, 점차 의류로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LF 관계자는 “타 회사 라이선스(상표권)가 아니라, LF의 자산이기도 한 과거 브랜드를 다시 끌어왔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기성세대에는 향수를, 새로움을 갈망하는 Z세대에게는 독특한 경험 줄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엄마 옷장 뒤지면 최신 패션이

30년 전 오래된 패션의 현대적 부활은 최근 패션계의 뚜렷한 흐름이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청바지 브랜드 리(LEE)는 지난 2021년 재출시돼 약 2년 만에 500억원에 가까운 연 매출을 달성했다. 같은 해 부활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역시 지난해 3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밖에 트루릴리전, 노티카 등의 브랜드도 비슷한 시기에 재출시됐다.

최근 리,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등 1990년대 의류 브랜드가 속속 부활하고 있다. 사진 리

최근 리,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등 1990년대 의류 브랜드가 속속 부활하고 있다. 사진 리

이들 브랜드의 부활은 최근 몇 년 새 유행하고 있는 Y2K(year 2000·세기말) 트렌드의 확산과 궤를 같이한다. 당시 유행했던 배꼽티와 골반에 걸쳐 입는 ‘로우라이즈’ 청바지, 벨벳 소재의 트레이닝복 세트, 폴로 셔츠 등이 다시 최신 패션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지지 하디드, 켄달제너 등 해외 패션 인플루언서부터 블랙핑크, 뉴진스 등 K-팝 스타들도 세기말 패션을 들고 나왔다.

이처럼 ‘유행 시계’가 1990년대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은 지난달 말 공개된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정국의 캘빈클라인 광고 캠페인에서도 잘 드러난다. 브랜드의 글로벌 앰배서더(홍보대사)로서 촬영한 첫 광고 캠페인에서 정국은 1990년대 실루엣의 청바지 ‘90s 스트레이트 데님’을 입고 데님 재킷을 걸친, 복고 패션의 대명사 ‘청청 패션’으로 등장했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의 캘빈클라인 광고. 사진 캘빈클라인

지난달 28일 공개된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의 캘빈클라인 광고. 사진 캘빈클라인

새로 만들기보다 발굴, 왜

1990년대 브랜드는 당시 유행했던 캐주얼·힙합 의류들이 최근 유행하는 스트리트 패션과 유행의 결이 맞아 떨어진다는 점에서 인기다. 이들이 주로 남녀 공용의 캐주얼한 로고 스웨트 셔츠나 통 넓은 청바지 등을 내놓는 이유다.

또한 과거 브랜드의 소환은 브랜드의 유산(헤리티지)에 높은 점수를 주는 요즘 소비자의 입맛에도 맞는 전략이다. 지나치게 많은 새로운 브랜드가 시시각각 만들어지는 지금, 쉽게 만들 수 없는 브랜드의 역사는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의 2023년 봄여름 데님 캠페인. 사진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의 2023년 봄여름 데님 캠페인. 사진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여기에 아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인식시키기까지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명성이 있는 과거 브랜드를 가져오는 게 효율적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트렌드 분석가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는 “제품의 품질 차이가 거의 없고, 역사성이나 브랜드 고유의 이야기 등으로 차별화해야 하기 때문에 옛 브랜드의 부활이 이어지는 것”이라며 “다만 브랜드 정체성을 살리는 게 아니라 이름만 가져오는 식의 재런칭은 기대했던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