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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까지 노리는 '마약의 덫'...범정부 '마약범죄특수본' 신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마약 범죄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자 수사·교육 당국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범정부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기로 했다.

10일 대검찰청·경찰청·관세청·교육부·식품의약품안전처·서울시는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마약 범죄 유관기관 협의회를 열고 마약 수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마약 범죄 특별수사본부’(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5일 오후 7시쯤 서울 수서경찰서 직원들이 은마아파트사거리 근처 학원가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대치동에는 총 1260여개의 학원이 밀집해 있다. 최서인 기자.

5일 오후 7시쯤 서울 수서경찰서 직원들이 은마아파트사거리 근처 학원가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대치동에는 총 1260여개의 학원이 밀집해 있다. 최서인 기자.

이날 브리핑에 나선 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마약이 너무 쉬게 구해지고 피싱범죄까지 확대돼 공갈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것이 대두됐다. 국민과 학부모께서 우려와 불안이 큰 것으로 안다”며 “이번 특수본 출범은 범정부 차원의 수사와 행정 역량을 강화한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각 기관별로 마약수사를 할 수 있는 방식과 범위에 일부 차이가 있다”며 “사안별로 적절한 기관이 신속하게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해외 수사·사법기관과의 공조 등 기관별로 일부씩 수행하던 기능을 전체로 합쳐서 하면 좀 더 높은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검에 따르면 올해 1∼2월 마약 사범은 ‘역대 최다’를 기록한 작년 동기(1964명)보다도 32.4% 늘어난 2600명으로 집계됐다. 마약류 압수량 역시 176.9㎏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7.4% 증가했다. 이 추세면 연간 마약 사범은 사상 처음으로 2만명대가 될 전망이다.

SNS나 해외직구 등으로 마약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10·20대 마약 사범도 증가세다. 전체 마약 사범 중 10·20대 비중은 2017년 15.8%에서 작년 34.2%로 5년 만에 2.4배로 늘었고, 특히 10대 마약 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작년 481명으로 4배로 증가했다.

특별수사본부는 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김갑식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형사국장이 공동본부장을 맡고, 검찰·경찰·관세청의 마약 수사 전담인력 840명이 참여한다.

검찰은 이미 운용 중인 전국 마약 범죄 특별수사팀 등 377명, 경찰은 17개 시·도 경찰청과 전담 경찰서의 마약수사 전담인력 371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공항·항만을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마약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청도 8개 지역 세관의 92명을 동원한다.

중점 수사 대상은 ▲ 청소년 대상 마약공급 ▲ 인터넷 마약유통 ▲ 마약 밀수출·입 ▲ 의료용 마약류 제조·유통이다.

특별수사본부는 밀수-유통-투약 전 단계에서의 정보 획득과 수사 착수, 영장 신청, 재판 단계까지 기관별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마약 범죄가 의심되는 출입국 내역이나 수출입 통관 내역, 인터넷 마약류 모니터링 결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분석 내용 등 평소 모니터링 자료도 공유해 수사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적발한 마약 밀수-밀조-유통 사범은 원칙적으로 범죄단체죄를 적용해 구속 수사하고, 재판에서 무거운 형량을 구형해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특히 청소년 상대 마약 공급 사범이나 상습 투약 사범은 구속 수사하고, 마약 유통으로 벌어들인 범죄 수익은 특별법을 적용해 완전히 박탈할 방침이다.

 9일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에 ‘마약음료’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에 ‘마약음료’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최근 강남 학원가에서는 용의자들이 시음행사를 명목으로 필로폰 등 마약성분이 들어있는 음료수를 학생들에게 마시게 하고 음료수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자녀가 마약을 했으니 돈을 주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협박을 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에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마약 범죄 대응 방안도 마련됐다.

특별수사본부는 우선 온라인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강남 학원가 사례를 주시해 ‘기억력·집중력 향상’, ‘수험생용’, ‘다이어트약’ 등을 주요 키워드로 검색해 집중 모니터링해 의심 사례를 단속하기로 했다.

서울시와 경찰청은 학교, 학원가, 어린이 보호구역을 중심으로 폐쇄회로(CC)TV 6만1천여대를 활용한 24시간 모니터링에 나서고, 마약 범죄 의심자가 발견되면 즉시 경찰청에 정보를 제공하는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학교전담경찰관과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관, 법무부 청소년범죄예방위원 등은 학생 등·하굣길과 학원 이용 시간대 집중 순찰을 할 계획이다.

또 청소년 상대 마약공급사범에 대해선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재판에선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의 가중 처벌 조항을 적용할 방침이다. 또 중형 선고를 위해 법원에 중형 선고를 요청하고 적극적인 상소권 행사,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양형 강화 안건 상정 추진 등을 할 방침이다.

신봉수 대검찰청 반부패 강력부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마약류 범죄 확산에 따른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신봉수 대검찰청 반부패 강력부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마약류 범죄 확산에 따른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특별수사본부는 “수사·행정역량을 총동원해 마약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미래 세대가 마약에서 안전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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