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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총선 1년 앞, 양당 독점과 대립 줄일 선거제 합의부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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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 김성룡 기자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 김성룡 기자

행정·입법 권력 충돌, 포퓰리즘 남발 속 ‘적대적 공생’만

국회 전원위, 유불리 계산 대신 정치 다양성 길 모색해야

22대 총선이 꼭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이자 역대 최대 의석 차의 여소야대 국회가 어떻게 변할지 결정되는 무대다. 이런 만큼 앞으로 여야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총선 승리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무한 대립의 정치’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줬는데, 이런 갈등이 더 첨예해질 수 있다.

압도적인 과반 의석을 지닌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등 법안 처리에서 힘자랑을 해 왔다. 방송법 개정안에 이어 노란봉투법, 간호사법 등에 대해서도 줄줄이 본회의 직회부를 예고하고 있다. 7년 만에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여권은 비슷한 강경 대응을 검토 중이다. 행정 권력과 입법 권력이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충돌하는 ‘정치 실종’ 상태를 바꾸는 방법은 유권자의 표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대화와 타협을 찾아보기 어려운 정치가 일상화한 데에는 거대 양당 독점 구조를 낳는 선거구제가 큰 원인으로 꼽힌다. 현행 소선구제에선 지역구 선거에서 한 명만 당선되는 ‘승자 독식’ 구조여서 상대 정당을 악마화하고 지지층만 의식하는 정치 활동이 반복된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투표한 유권자 10명 중 4명가량의 표는 ‘사표’가 됐다. 다양한 정치 세력의 진입을 돕는다는 취지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지만,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바람에 오히려 비례성이 더 나빠졌다.

내년 총선 선거제도를 제대로 바꾸는 게 급선무다. 오늘부터 국회 전원위원회가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 토론을 시작한다. 전원위 개최는 ‘이라크 전쟁 파견 동의안’ 이후 20년 만인데, 여야 의원 100명이 토론에 나선다. 전원위에는 국회 정개특위가 마련한 세 가지 안이 올라 있다. 현행 소선구제를 대도시 지역구에선 3~5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등의 내용이다. 여기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의원 정수 축소 논의를 제안한 상태다. 무엇보다도 거대 양당이 실제 득표율보다 과도한 의석을 가져가는 결과를 막고, 다양한 정당의 출현을 도움으로써 정치 양극화를 줄이는 제도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거대 양당이 의석수 유불리부터 따지는 태도를 버려야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정개특위 여야 의원들은 이미 선거제도 개편의 목표로 비례성·대표성 제고, 지방소멸 위기 대응, 지역주의 정당 구도 완화, 정치 다양성 증진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야가 벌써부터 쏟아내는 포퓰리즘 정책만 눈에 띈다. 민주당은 ‘전 국민 1000만원 대출’을 꺼내들었고, 국민의힘은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특별법을 야당이 추진하는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과 주고받았다. 이런 게 바로 ‘적대적 공생관계’가 아니고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