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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의원들의 볼썽사나운 ‘방일 정치 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34호 30면

도쿄전력 문턱조차 못 넘고 국내 정치용 사진만

“기준 따르면 반대 안 해” 정의용 발언까지 폄훼

외교사안 들고 외국행 반복…스스로 얼굴에 먹칠

일본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저지 대응단’ 의원 4명이 원전을 관리하는 도쿄전력의 책임 있는 담당자를 만나지 못했다. 사전 약속이 없어 건물에 들어가지 못한 채 거리에서 현수막을 펼치고 기자회견을 했다. 이를 지켜보던 도쿄전력 직원에게 원전 오염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문서만 건넸을 뿐이다. 일한의원연맹 소속 의원을 비롯해 주요 정치인들과 면담도 성사되지 못했다. 위성곤·양이원영·윤영덕·윤재갑 의원이 현지 회견에서 한글 현수막을 펼친 것을 두고 ‘국내 정치용 보여주기 쇼’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의원들은 탈원전 운동을 벌이는 학자 등을 만난 데 이어 어제 후쿠시마를 찾아 한 시의원과 면담했다. 시마 아케미 후쿠시마현 다테시 의원은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현지 주민 중 찬성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측이 제시하는 자료의 신뢰성에도 의문을 표했다. 의원들은 후쿠시마공동진료소도 찾아갔지만, 원전 현장 방문은 거부당해 이뤄지지 않았다. 후쿠시마 현지 주민 반응 등은 일본에 가지 않고도 알 수 있는 내용인데, 무작정 방일해 가는 곳마다 사진을 찍는 게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고 뭔가.

시민단체도 아니고 국회의원들이라면 사실과 자료에 근거해 판단해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5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모니터링 계획을 신뢰할 수 있다’는 중간 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대응단 단장인 위성곤 의원은 “IAEA를 다 믿고 맡길 수는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4월 정의용 당시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일본이 IAEA 기준에 맞는 절차를 따르면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개인의 돌출 발언”으로 치부했다. 간사인 양이원영 의원은 방일 활동의 정당성을 강조하려고 ‘광우병 괴담 사태’를 예로 들며 “1000만 명 집회로 정부가 협상 권한을 더 얻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는데, 괴담과 선동에 면죄부를 주려는 궤변에 가깝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인근 해양과 수산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야 하는 문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선은 IAEA의 검증 결과를 지켜봐야 하고, 일본도 조사에 주변국의 참여를 늘리는 등 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방일 중 오염수와 관련해 밝힌 입장이 명쾌하게 해명되지 못한 점도 혼란을 초래한 원인이다. 그렇지만 오염수 방류 대응은 정부가 국제사회와 연대해 풀 일이다. 윤 대통령이 직접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방침을 말했는데도, 민주당이 우리 정부의 말은 못들은 체하고 여론전만 벌이는 것은 부적절하다.

야당이 정부 대외정책을 평가하고 문제를 발견해내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외교적 사안을 들고 해당 국가를 찾아가는 것은 볼썽사납다. 의원 외교는커녕 자중지란만 드러내는 꼴이다. 2016년 8월에도 당시 김영호 의원 등 민주당 초선의원 6명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한반도 배치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방문해 논란을 낳았다. 중국 정부 관계자는 못 만나고 민간 전문가들을 만나 배치 반대 입장만 듣고 왔다. 탄핵소추안 가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정지된 시기, 민주당 송영길 전 의원 등이 중국을 찾았던 것도 정권교체 후 한중 관계가 균형 있게 출발하지 못한 단초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2021년 나경원 전 의원은 미국을 방문해 공화당 의원 등을 상대로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반대 여론전을 폈었다. 우리 얼굴에 스스로 먹칠하는 행태는 그만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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