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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트럼프 34개 혐의는 무엇…‘내년 봄 재판’ 고집 속셈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 절차를 마친 뒤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자택으로 돌아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자신에 대한 기소를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 절차를 마친 뒤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자택으로 돌아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자신에 대한 기소를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법정에 섰다. 미국 전ㆍ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돼 법대(法臺) 앞에 선 건 1776년 미 건국 이래 240여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공소사실을 통지받고 혐의 인정 여부를 밝히는 기소인부(認否) 절차를 마치면서 트럼프에게 적용된 구체적인 혐의와 향후 재판 절차, 차기 대선 변수 등에 관심이 모아진다.

트럼프에게 적용된 34개 혐의는 무엇인가.
이날 공개된 공소장에 따르면 그에게는 총 34개의 중범죄 혐의가 적용됐는데, 사업 기록 위조 등 기업 문서 조작과 관련된 것들이다. 특히 총 29쪽 분량의 공소장에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성추문 등 사생활 관련 폭로를 막기 위해 뿌린 돈이 세 건에 달한다고 적시됐다. 2016년 포르노 배우 출신 스토미 대니얼스, 그리고 성인잡지 모델 캐런 맥두걸과의 과거 성관계 발설을 막기 위해 돈을 준 혐의 외에도 ‘트럼프에게 혼외 자식이 있다’고 주장한 뉴욕 트럼프타워 도어맨에게 3만 달러(약 4000만 원)를 줬다는 새로운 혐의가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다만 공소장에 열거된 34건의 중범죄 혐의는 각기 다른 범죄사실은 아니고 모두 같은 유형의 별건 범죄(사업 기록 위조)다.
4일(현지시간) 공개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공소장. A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공개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공소장. AP=연합뉴스

트럼프의 머그샷 촬영은 왜 무산됐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초 형사법원 출두 전에 맨해튼지검에서 지문 채취를 하고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 촬영에 응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는 다른 피고인들처럼 지문을 찍고 간단히 신분 확인 절차를 가졌지만 머그샷 촬영은 취소됐다. 뉴욕 사법 당국은 머그샷이 외부에 유출될 가능성을 감안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기 대선 캠프는 트럼프의 머그샷 이미지를 만들어 찍은 티셔츠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공식 트럼프 머그샷 티셔츠’라고 이름 붙인 이 셔츠는 한 벌에 36달러(약 4만7000원)에 팔리고 있다. 티셔츠엔 “무죄(Not Guilty)”라고 박혀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차기 대선 본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샷 이미지를 만들어 인쇄한 티셔츠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사진 트럼프 대선본부 홈페이지 캡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차기 대선 본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샷 이미지를 만들어 인쇄한 티셔츠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사진 트럼프 대선본부 홈페이지 캡처

공소사실은 얼마나 파괴력이 큰 것들인가.
이번 사건을 수사해 온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검장은 “다른 범죄를 은폐하고 속이기 위해 기업 문서를 위조하는 것은 뉴욕주 법을 위반한 중범죄”라고 했다. 다만 이날 공개된 혐의가 초유의 전직 대통령 기소라는 사안의 엄중함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약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으로 있다 ‘트럼프 저격수’로 돌아선 존 볼턴은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는 것을 강하게 원치 않는 사람으로서 나는 이번 문서(공소장)가 굉장히 괴롭다”며 “(공소사실은) 내가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약하다”고 했다. 
향후 재판 절차는 어떻게 되나.
본격적인 재판은 내년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기소인부 절차를 진행한 후안 머천 판사는 “오는 12월 4일 법원에서 다시 검찰과 (트럼프) 변호인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검찰은 재판 개시 시점을 ‘내년 1월’로 할 것을 요청한 반면 트럼프 변호팀에 최근 합류한 토드 블란치 변호사는 ‘내년 봄 이후가 적절하다’고 맞섰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재판 개시 전 청문회가 먼저 열리며 그 전까지 검찰과 변호인 측은 혐의사실을 다투는 각종 문서를 교환하고 법원에도 제출하게 된다. 재판 전 청문회 단계에서 변호인 측이 거듭 무죄를 주장하면 유무죄를 가리는 본격 재판 절차가 진행된다.
트럼프 측이 ‘내년 봄 이후 재판’을 고집한 속셈은.
재판 과정을 최대한 2024년 대선(11월)까지 끌고 가려는 ‘지연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형사 기소를 ‘정치적 박해’로 규정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조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탄압받는 이미지를 극대화해 공화당 내 지지층을 결집하고 후원금 모금에도 적극 활용하는 불쏘시개로 삼고 있다. 이번 이슈가 차기 대선 한복판까지 이어지면 적어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상당한 호재가 될 거란 계산을 하고 있다.

트럼프가 감옥에 갈 가능성은 있나.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34건의 혐의는 가장 낮은 단계의 중범죄로 최고 징역 4년형에 처할 수 있으며 집행유예 판결도 물론 가능하다. 단순한 회사 장부 조작은 처벌 수위가 낮지만, 핵심은 대선에 불리한 사생활 폭로를 막기 위한 의도로 회사 기록을 위조했느냐 여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때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입막음 조로 준 13만 달러(약 1억7000만 원)를 자신의 트럼프그룹을 통해 나중에 갚으면서 회사 장부에는 ‘법률 자문료’로 적은 혐의를 받고 있다. 브래그 지검장은 “불법적인 수단으로 선거 후보를 띄우려고 음모를 꾸미는 것은 뉴욕주 선거법 위반”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가 실질적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교도소에 수감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그가 입막음을 위해 지급한 돈의 용도를 회사 장부에 표기하는 실무 작업에 실제로 관여했을지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NYT는 이번 기소 내용이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에 법원이 기각하거나 중범죄를 경범죄 수준으로 처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죄 판결을 받으면 대선 출마에는 문제없나.
대선 출마는 가능하다. WP는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공직 출마 자격이 박탈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미국 헌법상 대통령 후보 조건은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 ▶35세 이상 ▶최소 14년 이상 거주한 미국인 등 세 가지다. 미 현지 법률 전문가들은 “트럼프에 대한 기소나 유죄 판결이 선거 출마를 막을 이유는 안 된다”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도착해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도착해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사건 외 트럼프를 겨냥한 수사는.
그를 옥죄고 있는 다른 형사사건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 중 일부는 이번 건과 별개로 곧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 또는 특검의 수사는 크게 세 가지다.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 개표 개입 의혹 ▶2021년 1ㆍ6 의사당 난입 선동 의혹 및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의혹 ▶부동산 개발회사 ‘트럼프기업’ 회계 조작 및 사기 의혹 등이다. 이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때 석패한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1만1780표를 찾아내라”고 압박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이르면 이달 중 기소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방검사 출신 데니스 애프터굿은 “이번 뉴욕 기소보다 조지아주 기소가 훨씬 더 큰 사건일 수 있다”고 했다. 잭 스미스 특검팀이 수사 중인 1ㆍ6 사태 선동 의혹과 관련해선 미 하원 의회난입조사특위가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를 법무부에 권고하는 조사보고서를 냈었다. 잭 스미스 특검팀은 트럼프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압수한 100여 건의 기밀문건 유출 경위도 수사 중인데, 트럼프의 수사 방해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최근 확보하는 등 수사 진척 소식이 들린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조지아주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취하’ 할 것을 요구하고 기밀문서 유출 의혹과 1ㆍ6 사태 선동 의혹을 수사 중인 잭 스미스 특검을 “미치광이”라고 하는 등 모든 범죄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 칼럼니스트가 낸 소송의 재판이 오는 25일 열릴 예정이고, 트럼프 본인이 원고로 나선 건도 여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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