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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look] BTS 멤버들 잇단 솔로 성공 뒤엔 자기만의 독창적 음악혁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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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헌

김도헌

한국 솔로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100 싱글차트 1위에 오른 지민의 성공은 BTS 멤버들의 꾸준한 자기 혁신과 표현 욕구의 결실이다. 힙합 그룹을 목표로 팀을 결성했던 만큼 슈가·제이홉·RM은 확실한 음악적 지향점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창작물을 공개해 왔다. 보컬 멤버 진·지민·뷔·정국도 서로 다른 매력의 보컬과 음악 세계를 기반으로 역량을 다져 왔다.

RM은 지난해 첫 정규앨범 ‘인디고’로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완성형 싱어송라이터임을 확인했다. ‘인디고’는 유년 시절의 음악 우상들과 현재 주목하는 아티스트들을 소환한 작품이다. 에픽하이 타블로·체리필터 조유진·박지윤·에리카 바두 등 인간 김남준의 음악 취향과 성장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 대중음악 신에 관심이 많은 아티스트인 만큼 콜드·폴 블랑코·김사월 등과 함께하며 이들을 대중에 소개했다.

슈가는 솔로 활동 때 ‘어거스트 디(Agust D)’라는 예명을 쓴다. ‘Agust D’와 ‘D-2’, 두 장의 믹스테이프는 거칠고 공격적인 사운드와 날 선 노랫말로 돌진하는 작품이다. 동시에 슈가는 수란의 ‘오늘 취하면’, 아이유의 ‘에잇’ 등 부드러운 팝 곡의 프로듀싱 역량도 갖췄다. 21일 발표할 첫 정규앨범 ‘디데이’에 기대가 크다.

제이홉은 RM과 슈가의 중간 지점에서 화려한 퍼포먼스와 재치 있는 가사로 이목을 끈다. 지난해 첫 정규앨범 ‘잭 인 더박스’ 발표와 함께, 미국 유명 페스티벌 무대 헤드라이너로 선 타고난 퍼포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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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 유연한 팔세토 가창이 인상적인 지민의 목소리에는 천진한 소년과 매혹적인 청년, 굳은 의지의 젊음이 공존한다. ‘다이너마이트’ ‘버터’ 등 BTS의 많은 노래에서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지민은 이번 ‘페이스’ 앨범을 통해 연약하고 상처받은 자아의 주인공이 각성해 세상에 당당히 나서는 서사를 훌륭하게 표현했다. 지민의 바통은 막내 정국이 이어받는다. 단단한 목소리로 안정적인 가창을 자랑하는 정국은 지난해 팝스타 찰리 푸스와 ‘레프트 앤드 라이트’, 2022년 카타르월드컵 주제가 ‘드리머스’로 솔로 팝스타로서 성공을 예약했다.

군 복무 중인 진은 솔로곡 ‘에피파니’에서 선보인 거대한 상상력과 차오르는 희망의 정서를 밴드 콜드플레이와 함께한 솔로곡 ‘애스트로넛’으로 실현했다. 허스키한 목소리의 뷔는 빌보드 핫100에서 13위까지 오른 ‘블루 앤드 그레이’로 따스한 위로를 건넨다.

BTS 멤버들이 솔로로서 보여주고 있는 건, 입대 전 하고 싶었던 것들의 결과물이다. 지금의 성과도 의미 있지만, 전역 후 보여줄 음악 세계가 더 중요하고 기대된다. 조급해하지 말고 이들이 ‘따로 또 같이’ 뮤지션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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