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할 때도 폼나고 멋있게…스포츠 의류시장 벌써 7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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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발란스는 김연아를 모델로 발탁해 ‘Let’s 뉴운완(뉴발란스+오운완)‘ 캠페인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이랜드]

강원도 속초에 있는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정상에는 김연아를 모델로 세운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의 광고판이 걸려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40·50대 타깃의 등산·아웃도어 브랜드가 이곳에서 광고를 해왔다. 뉴발란스 관계자는 “2021년부터 설악산 광고를 시작했다”며 “요즘 젊은 여성은 등산할 때 아웃도어 의류보다 레깅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를 선호해 홍보 효과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스포츠의류 시장의 핵심 고객층이 바뀌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오운완(오늘 하루 운동 완료)’ ‘갓생(God(신)+生(인생)·계획적이고 부지런한 삶)’ 등의 신조어처럼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젊은 층에 운동은 기본값이 됐다. 코로나19 기간에는 골프채와 테니스 라켓을 잡은 이들이 대거 늘어났다.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자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고, 기존 라인업을 늘리는 등 스포츠의류 업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이유다.

패션 업계가 스포츠 의류 성장세가 지속하자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LF는 리복 국내 판권을 사들여 테니스 의류 등 신상품을 내놨다. [사진 각 사]

4일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젊은 층이 선호하는 ‘신명품’ 브랜드 대표격인 ‘메종키츠네’의 골프 컬렉션을 출시했다. 브랜드의 상징인 ‘여우’ 캐릭터를 활용해 점퍼·재킷·스웨터 등 골프 의류, 장갑·클럽 커버·볼 케이스 등 액세서리를 내놨다.

전날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이 지난 2019년 접었던 오스트리아 스포츠 브랜드 ‘헤드’를 다시 선보였다.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198㎡(약 60평) 규모의 쇼룸도 연다. 테니스와 스키를 기반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살려 헤드를 올 상반기 주력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코오롱FnC는 스포츠 브랜드 헤드를 3년 만에 리런칭했다. [사진 각 사]

패션 기업 LF는 지난해 10월부터 ‘리복’을 간판 스포츠 브랜드로 키우고 있다. 또 테니스 유행에 발맞춰 테니스 스니커즈 ‘클럽C 85’를 성공적으로 론칭, 5개월 만에 5만 족의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달부터는 옹성우·조이현 등을 의류 모델로 세우면서 젊은 층 공략에 나섰다. LF 관계자는 “여성복·남성복에 이어 스포츠웨어를 패션 포트폴리오 성장축으로 삼았다”며 “스포츠가 일상이 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스포츠의류 시장은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강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운동에 취미를 붙인 젊은 세대가 증가했고, 해외여행이 억제되면서 운동과 패션에 투자했다는 해석이다.

삼성물산은 메종키츠네 골프 컬렉션을 새롭게 선보였다. [사진 각 사]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스포츠의류 시장 규모는 2020년 5조9801억원에서 지난해 7조1305억원으로 19% 성장했다. 뉴발란스는 2020년 5000억원, 2021년 6000억원에 이어 지난해 7000억원의 매출을 돌파하는 등 코로나19 기간 중 크게 성장했다. 지난 2008년 국내 진출 당시와 비교해 30배가량 몸집이 커졌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무엇이든 ‘디깅(digging·깊게 파다)’하는 문화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자기 과시 트렌드가 맞물린 것도 요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몸매 가꾸기와 스포츠 활동에 몰입한 젊은 세대가 SNS에 관련 사진을 올리면서 시장이 급성장했다”며 “이들은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보여주는 것’에 민감하다 보니 파급 효과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