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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냐"…김기현에 훈수 두는 당대표 선배 홍준표·이준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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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한 달이 채 안 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전직 대표들이 잇따라 훈수를 두고 있다. 저마다 “당을 위한 고언”이란 입장이지만 김 대표 측에선 “지지율 회복으로 바쁜 시기에 시어머니만 늘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사진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김성룡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사진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과 자유한국당에서 각각 대표를 지낸 홍준표 대구시장은 3일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은 대표가 부패에 휩싸여도 지지율은 고공행진인데 왜 우리 당은 지지율이 폭락하는지 검토해 봤느냐”며 “당 지도부가 소신과 철학 없이 줏대 없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또다시 총선을 앞두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썼다.

“전광훈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했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된 김재원 최고위원을 징계하라는 압박으로 해석됐지만, 비대위 전환 가능성까지 언급되자 김 대표도 발끈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방자치 행정을 맡은 사람은 그 일에만 전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홍 시장은 다시 페이스북에 “나는 그냥 대구시장이 아니라 당 대표를 두 번이나 지낸 당의 어른”이라며 “참 어이없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사진은 지난달 20일 오후 대구시청(산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토교통부-대구광역시 국가산단 및 균형발전 현안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 사진은 지난달 20일 오후 대구시청(산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토교통부-대구광역시 국가산단 및 균형발전 현안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직전 대표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같은 날 김 대표의 행보를 지적했다. 제주 4ㆍ3 추념식에 참석한 이 전 대표는 김 대표가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런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기본으로 해야 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며 “역사의 아픔을 함께하겠다는 원칙을 가진 이준석 지도부와 달리 김기현 지도부는 여러 복잡한 고민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김 대표가 1000원 학식 현장을 살피기 위해 경희대 학생식당을 방문했을 때도 “20대 잡겠다고 갑자기 학생들 아침밥 먹는 데 간다고 하는 것은 대중 정치인이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3일 제75주년 4·3추념식이 봉행된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3일 제75주년 4·3추념식이 봉행된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의 직전 전신인 미래통합당에서 대표를 지낸 황교안 전 대표도 지난 2일 한 방송에 출연해 “김기현 지도부가 처음 출발을 잘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며 “친윤 일색이 됐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내엔 “쓴소리는 다양하게 나올수록 좋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표의 심정을 제일 잘 아는 인사들이 대표를 흔드는 건 보기 좋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홍 시장은 한국당 대표 시절 자신을 비판하는 세력에 “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든다”고 비난했다. 이 전 대표도 지난해 국회부의장이자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5선)이 “정치 선배로서 조언한다”고 말하자 “정치 선배라는 표현을 써가며 지적하는 게 아쉽다. 서열상 국회부의장보다 당 대표가 위”라고 맞받았다.

민주당과 대비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명 대표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고 고질적인 당내 계파 갈등도 노출됐지만 적어도 전직 대표가 이 대표를 비판하는 일은 눈에 띄지 않아서다. 오히려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수많은 담금질을 거쳐야 명검(名劍)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중심으로 선거해야 한다”며 이 대표를 옹호했다.

지난해 10월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이해찬 전 대표의 회고록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 출판기념회에서 이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해 10월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이해찬 전 대표의 회고록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 출판기념회에서 이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정동영 전 의장(열린우리당)은 지난달 이 대표의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때 일부 민주당 이탈(찬성)표가 생기자 “전쟁 상황 중인데 상대방에게 자기편 장수를 잡아가라고 표결하는 건 반란군”이라고 말했다. 대선 경선에서 맞붙은 추미애 전 대표는 물론, 대선 경선에서 난타전을 벌인 이낙연 전 대표도 공개적 비판은 윤석열 정부를 향하고 있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이 대표 비판은 현역 의원의 몫”이라며 “당의 어른인 전직 대표가 굳이 현직 대표를 흔들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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