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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홀로 잘 나이 드는 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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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엊저녁에는 ‘나 혼자 산다’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며 밥을 먹었다. 혼자 살며 혼자 밥 먹는 이들의 친구 같은 이 프로그램도 달려온 지가 어언 10년이다. 그사이 나도 대학생에서 프리랜서가 되고, 4인 가구에서 1인 가구가 됐다. 결혼 생각 없이 혼자 사는 30대 여성. 누군가의 눈에는 불경하기 그지없을 이런 가구는 그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저출생 정책으로 보나 주변의 분위기로 보나 아마 앞으로도 쉽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

행복한 북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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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어 결혼을 못 한다는 2030도 있지만, 결혼을 삶의 필수적인 선택으로 여기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혼자 살거나 친구들과 사는 삶을 꿈꾸는 것이다. 떠밀리듯 결혼해 사느니 자신의 삶을 잘 꾸려나가겠다고 다짐하고, 그러다 외롭게 죽을 거라는 저주에는 결혼하면 외로움이 사라지냐고 반문한다. 경력 단절이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그만두고 싶지 않고, 부모님의 모습을 통해 결혼만이 외로움이나 상실감을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도 학습했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다. 이들은 결혼하지 않은 40대, 50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롤모델이다.

『에이징 솔로』(2023)에 그 롤모델이 있다. 1인 가구 논의에서 지금껏 주목받지 못했던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다. 기러기 부모도, 이혼 가구도 아닌 적극적인 비혼 중년. 홀로 나이 드는 삶을 능동적으로 택한 이들은 그 덕에 새로운 모험과 커리어 전환, 안정적인 삶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간다는 점에서 만족감 역시 크다. 가정을 꾸린 이의 충만함이 있다면 자기 삶을 온전히 쓰는 이의 충만함도 있는 것이다. 혼자 살기로 선택한 사람이 결혼한 이의 삶을 다 알 수 없듯, 결혼한 이가 혼자 나이 든 이의 삶을 다 알 수는 없다. 결국 중요한 건 혼자든 함께든 자신을 책임지며 잘 나이 드는 것이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