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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막겠다며 버드나무 베고, 억새밭 갈아엎었다…전주시 벌목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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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전주시가 전주천 일대 버드나무를 벌목하기 전(왼쪽 사진)과 후 모습.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주시가 전주천 일대 버드나무를 벌목하기 전(왼쪽 사진)과 후 모습.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북 전주시가 도심을 가로지르는 전주천과 삼천 일대에 있는 나무 수백 그루를 벌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주시는 “홍수를 막기 위한 치수 정책”이라고 했지만, 환경단체는 “생태계·경관 훼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3일 전주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한 달 사이 전주천과 삼천 주변 11㎞ 구간에 있던 수령 20년 안팎의 버드나무 260여 그루를 베고, 억새밭 3800㎡를 갈아엎었다. 전주천은 연간 1000만명이 찾는 한옥마을을 끼고 흐르는 하천이다.

전주시는 “시민 재산과 인명 보호가 우선”이라며 “기후 변화와 국지성 호우에 따른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14억원을 들여 하천 준설과 벌목 사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버드나무와 억새가 자라면서 물 흐름을 방해하고 이물질이 걸려 홍수 위험이 갈수록 커진다”는 논리다.

이윤승 전주시 하천관리과장은 “하천 통수(물 흐름) 단면을 확보해 치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자생하는 수목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벌목을 마친 천변 일부 구간엔 꽃밭을 만들 계획이다.

이에 전북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무차별 벌목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주시가 현재까지 버드나무를 포함해 1200여 그루를 벌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주천은 1990년대 말 시민단체가 ‘자연형 하천 조성 사업’을 제안했고, 전주시가 이를 이행하면서 오염됐던 하천 생태계가 되살아났다. 천변에 뿌리내린 버드나무·억새 군락지가 절경을 이루면서 전주시민뿐 아니라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가 됐다.

환경단체들은 “전주시가 집중 호우 때 버드나무 군락지가 전주천·삼천의 범람 위험을 키운다는 객관적 자료도 내놓지 못한 채 사업을 밀어붙였다”며 “홍수를 예방하겠다고 하지만 2020년 폭우로 쓸려나간 서신보 쪽 호안(제방 보호 시설)은 무너진 채 방치돼 있고, 하류 구간은 쓰레기 천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례에서 규정한 전주생태하천협의회 자문도 거치지 않은 데다 보금자리를 잃게 된 야생동물 보호 대책도 전무하다”고 했다.

전주천에는 법적 보호종인 수달·원앙·삵과 고유 어종인 쉬리·꺽지 등이 서식한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전주천과 삼천을 통합문화공간으로 전면 정비·개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논란이 일자 전주시는 “벌목 작업을 잠정 중단하고 사업 계획을 환경단체와 협의해 보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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