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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도공 승리 이끈 금쪽이 이예은 "인천으로 가자"

중앙일보

입력

화이팅을 외친 도로공사 이예은. 김천=김효경 기자

화이팅을 외친 도로공사 이예은. 김천=김효경 기자

18살 '금쪽이'가 대형사고를 쳤다. 도로공사 신인 이예은이 매서운 서브로 챔프전 승리를 이끌었다.

도로공사는 2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3차전에서 흥국생명을 세트 스코어 3-1(22-25, 25-21, 25-22, 25-20)로 이겼다. 1패 뒤 2승을 거둔 도로공사는 역전 우승의 기회를 만들었다.

도로공사는 1세트를 먼저 내주고 궁지에 몰렸다. 2세트 20-20으로 팽팽하게 맞선 순간, 이예은은 원포인트 서버로 들어갔다. 서브 득점으로 자신의 챔프전 첫 득점을 올린 이예은은 연이어 날카로운 서브를 때려 4연속 득점에 기여했다. 3세트에서도 '예은 타임'이 이어졌다. 20-21에서 들어갔고, 도로공사가 3연속 득점을 기록했다. 1세트까지 포함하면 이예은 서브에서 무려 7득점이나 나왔다. 서브득점은 2개, 범실은 하나도 없었다.

김종민 감독은 경기 뒤 "20년 동안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똘끼 있는 선수를 좋아하게 됐다. 그런 선수가 큰 경기에 강한데, 그런 유형의 선수를 오랜만에 봤다. 신세대라 그런지… 굉장히 앞으로 기대되는 선수다. 신장이 작긴 하지만, 조금 더 지켜보면 좋을 거 같다"고 칭찬했다. 마르셀로 아본단자 감독도 이예은의 서브에 감탄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어떤 서브를 넣는지 알고 있었지만, 잘 받아내지 못했다. 좀 더 분석을 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생애 처음 기자회견장에 온 이예은은 '큰 경기인데 긴장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 이어 "긴장이 안 됐다. 들어갈 때마다 교체해준 언니들이 '할 거만 하라'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받아줘서 떨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이예은의 서브는 김미연을 향한 목적타였다. 이예은은 "작전은 짧게 때리라고 나왔는데, 흥국생명이 대비를 해서 길게 때렸다"고 말했다.

매서운 서브로 도로공사의 승리를 이끈 도로공사 이예은. 사진 한국배구연맹

매서운 서브로 도로공사의 승리를 이끈 도로공사 이예은. 사진 한국배구연맹

이예은은 청소년 대표 출신으로 필드 하키 선수였던 아버지로부터 운동 능력, 그리고 긴 팔다리를 물려받았다. 배구도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했다. 미들블로커, 리베로, 아포짓까지 안 해본 포지션이 없다. 1년 유급한 동기 임주은이 "엄청 잘 떠든다. 정말 잘 떠든다. 활기가 아주 넘친다"고 말할 정도로 활발하다.

선배 박정아는 "저희 팀에서 부르는 별명이 (오은영 박사의 금쪽상담소에서 딴)금쪽이다. 상황에 따라 은쪽이, 동쪽이가 된다"며 "그래서 그런지 긴장하는 모습도 없고, 준비가 안되어 있다가 코트에 들어가도 자기 할 몫을 해서 고맙다"고 말했다. 배유나는 "입단할 때부터 범상치가 않았다. 연습을 많이 못했는데도 처음부터 수비나 서브를 작전대로 잘 했다"고 설명했다.

엉뚱함이 매력인 선수답게 이예은은 "옆에 계신 분들(박정아, 배유나)을 초등학교 때부터 TV에서 응원하고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존경했던 선배들이랑 옆에 앉아 있어서 꿈 같다"고 말한 뒤 "인천으로 가자"는 힘있는 외침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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