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득 있다고 되레 거절 당했다…금리 15.9%에도 몰려간 대출상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소액생계비대출 상담 및 신청이 시작된 지난 3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대출 상담 안내문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소액생계비대출 상담 및 신청이 시작된 지난 3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대출 상담 안내문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연체이력과 상관없이 최대 100만원을 연 금리 9.4~15.9%로 빌려주는 서민정책금융 '소액생계비대출'에 일주일 만에 신청자가 5500명 가까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서민금융진흥원은 출시 첫 주에 진행한 5747건의 상담 중에서 몇 가지 사례를 공개했다. A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A씨는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한부모가정 취준생이다. 가족 중 아무도 월 소득이없다 보니 생활비 마련을 위해 카드 현금서비스, 리볼빙 등으로 그간 근근이 버텨왔다.

하지만 최근 이자율 급증으로 저금리 시대에 가능했던 A씨의 ‘빚 돌려막기’는 한계에 다다랐다. 카드론 연체가 3건 등재되며 인터넷 강의 결제비용 마저 댈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소액생계비대출 상담창구를 찾은 A씨에게 대출 지원뿐만 아니라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제도에 대한 상담까지 지원했다. 채무조정제도는 현재 소득이 없어 채무상환이 곤란하지만, 금융자활의지를 가진 지원자에게 채무 일부를 깎아 주고 추후 이를 나눠 갚도록 하는 제도다. A씨는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 채무조정제도 상담도 받아볼 예정이다.

이처럼 소액생계비대출이 대출 지원을 넘어 심도있는 상담 서비스가 병행되며 지원자들이 몰랐던 채무조정, 공적급여 프로그램 등을 소개해 ‘금융자활’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전체 상담건 중 5499건에 대해 총 35억원 규모 대출신청이 접수돼 이들에게는 평균 64만원 대출이 지원됐다. 대출 지원이 거절당한 248건은 일정 수준 소득이 있거나, 세금을 체납한 경우, 또는 금융 질서를 문란하게 한 이력이 있는 사례다.

5500명에 달하는 대출자 중 상당수는 단순히 대출만 지원받은 게 아니라 A씨의 경우처럼 중장기 금융자활을 위한 추가 상담도 진행했다. 상담 분야별로 채무조정 2242건, 복지연계 1298건, 취업 지원 583건, 휴면예금 조회 593건 등이 이뤄졌다.

서민금융진흥원 측은 “질병이 있고 소득이 없는 분의 경우 생계급여, 의료급여 등의 국가 지원책이 있는데도 이를 모르시는 분이 제법 많다”며 “이런 공적급여 복지제도 안내는 물론 일자리 안내, 불법 사금융 피해에 대한 신고 안내, 휴면예금 안내 등을 병행해 대출 지원 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소액생계비대출에 대한 높은 수요에 금융위원회는 추가 재원 마련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하루 7억원 정도가 (대출금으로) 나가는 데 기존에 있는 것(1000억원) 가지고 몇달 정도는 쓸 수 있는 규모"라며 "내부적으로 추가 재원 마련에 대해 고민하고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방안으로는 서민금융진흥원이 운용·관리 중인 국민행복기금 여유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