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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방 대학, 다시 살려내려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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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인규 전 경기대 총장, 전 KBS 사장

김인규 전 경기대 총장, 전 KBS 사장

지난 13일 지방 대학을 살리기 위한 글로컬대학위원회 1차 회의가 열렸다. 교육부는 이 위원회를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성장할 역량이 있고 혁신 의지가 있는 대학에 대한 전략적인 집중 투자를 통해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글로컬대학’으로 육성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 이름도 세계를 뜻하는 ‘글로벌(global)’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이라는 의미의 ‘로컬(local)’을 합쳐 ‘글로컬’이라고 정했다고 했다. 존폐 위기에 몰린 지방 대학을 세계적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구상이다.

언론계 출신인 필자를 포함해 교육계와 경제·산업계, 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25명으로 글로컬대학위원회를 구성해 첫 회의를 열었다. 며칠 뒤에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글로컬대학위원회 위원 서너 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지방대 혁신에 대규모 지원 계획
지역과 연계된 산학협력이 핵심
강의형 수업, 수능시험 개선해야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교육부는 회의에서 지방 대학들이 처한 위기를 심각하게 여겼다. 전국 대학 입학 정원은 46만 명인데 반해 저출산에 따른 청년 인구 감소로 2040년 대학 입학 자원은 25만 명에 그친다고 한다. 20년 뒤에는 입학 자원이 현재 대학 입학 정원의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수도권 대학 입학 정원이 차면 지방 대학에 지원할 자원은 없게 된다는 예상까지 한다.

교육부는 존폐 위기에 놓인 지방 대학을 살리기 위해 2027년까지 글로컬 대학 30개 육성을 목표로 잡았다. 여기에는 기존 대학 학과 체제로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기술과 지식의 빠른 발전과 산업구조 고도화에 맞게 대학 교육을 전환해야 한다는 인식도 있다. 담대한 혁신으로 지역 산업·사회와 연계된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해 5년간 대학당 1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되면 1·2년차에는 100억원씩, 3년차에는 200억, 4·5년차에는 300억씩 지원할 예정이다. 지원 대상은 소재지가 비수도권인 고등교육법상 대학·교육대학·산업대학·전문대학 등이다. 2개 이상 대학과 기관이 사업 기간 중 통합을 전제로 혁신을 추진한 경우에도 신청이 가능하다.

이런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교육부는 관계 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안정적으로 재정 지원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계획이 달성되면 글로컬대학 내부의 구조·운용 혁신을 통해 지역 혁신을 위한 산학 협력 허브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대학 안팎은 물론 대학 내부 경계를 허무는 유연한 대학 운영과, 대도약을 위한 혁신 추진 체계 운영, 대학 운용 성과와 지역사회 기여도의 투명한 공개 등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글로컬대학위원회 위원으로서 필자는 대학 총장 4년 경험으로 볼 때 글로컬대학 성공을 위해서는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와, 학생들을 선발하는 방식을 함께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과거 전통적 교습 방식인 일방적 강의에서 탈피해야 한다. 학생들이 강의 내용을 미리 학습하고 강의 시간에 토론이나 과제 풀이를 하는 ‘역진행 수업방식’인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이나 학생들이 팀을 구성해 문제를 발견하고 대안을 제시하거나 정책을 실행하며, 결과를 분석하는 프로젝트 학습(Project-Based Learning) 등 창의력을 증진하는 방식의 강의가 도입돼야 한다. 이를 대학에 정착시키려면 조교수에서 부교수로 승진하는 과정에 플립 러닝이나 프로젝트 학습 기법 재교육을 의무화했으면 한다.

또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실시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학교 교육을 통해 수능에서 성적을 잘 받는 데 치중하다 보니 정작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창의력 생성을 가로막고 있다. 학생들의 창의력을 발전시키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대학 입시 방식에 대해 교육계와 사회가 진지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나친 서울 집중은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다. 수도권과 지방이 균형 있게 발전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지방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대학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글로컬대학 육성이 지방 살리기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인규 전 경기대 총장, 전 KBS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