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日과 달리, 韓은 AI확산에도 계란값 지켰다…가능했던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국내 확산 우려로 계란값 폭등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방역당국의 탄력적인 선제 방역 조치 덕분에 안정적인 계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규모 살(殺)처분으로 미국ㆍ일본 등의 계란값이 급등한 것과 대비된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고병원성 AI 농장 감염이 확인된 지난해 10월 이후 지난달까지 살처분 가금 규모는 632만 마리로 최근 10년래 가장 적었다. 역대 가장 많은 살처분을 기록한 2016~2017년(3807만 마리)의 6분의 1 수준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난해 고병원성 AI는 야생조류에서는 가장 이른 시기인 10월10일에 검출됐고, 항원 검출 건수(174건)는 역대 2번째로 많았다. 병원균을 옮기는 철새의 감염 개체 수가 크게 늘며 농가 확산 우려가 컸다. 하지만 선제 방역 조치로 살처분을 최소화해 시장의 수급 불안을 진정시켰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고병원성 AI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과학 기반의 주기적 위험도 평가를 통해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적기에 조정한 결과”라며 “범부처 차원의 총력 대응체계를 구축해 선제적인 방역조치로 타 지역ㆍ농장으로의 수평전파를 차단하며 확산을 방지했다”고 평가했다. 농식품부는 AI 발생에 따른 예방적 살처분 기준을 발생 장소 반경 3㎞ 이내에서 500m 이내로 완화한 바 있다.

덕분에 가금농가는 평년 수준의 달걀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었고, 한국은 계란값 폭등의 ‘무풍지대’로 남을 수 있었다. AI 확산과 이에 따른 살처분으로 ‘에그플레이션’(계란+인플레이션)이 심화한 미국ㆍ일본ㆍ유럽과는 다른 상황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난해 5800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한 미국의 지난달 계란값 상승률은 전년 대비 83.5%를 기록했다. 스페인(70.9%)ㆍ네덜란드(68.9%)ㆍ일본(64.3%) 등도 많이 뛰었다. 반면 한국은 되려 계란값이 전년 대비 6.4% 하락했다.

방역 당국은 최근 철새가 다시 북쪽으로 돌아갔고, 지난달 이후 농장에서 발생한 AI가 크게 줄었으며, 야생조류에서 검출되는 항원도 감소함에 따라 특별방역대책 기간을 지난달 31일로 종료했다. 위기단계도 이달 1일부터 ‘심각’에서 ‘주의’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간헐적ㆍ산발적 발생 가능성은 있다. 안용덕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일부 남아있는 방역 강화조치들은 위기 단계를 ‘주의’에서 ‘관심’으로 내릴 때 해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