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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 도시락, 780원 햄버거…지금 유통가는 '1000원 전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1500원 도시락, 1800원 샐러드, 780원 버거-.

유통가가 또 ‘가격 파괴’ 실험에 나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져온 ‘반값 전쟁’이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소비 둔화 우려 속에서 ‘1000원 전쟁’으로 심화하고 있다. 지갑 열기를 꺼리는 소비자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기 위해 용량 변화, 할인 조합 다변화로 1000원대 가격으로 프로모션하는 방식이다.

“1000원대로 만들자” 1000원 전쟁

31일 편의점 이마트24는 쌀밥과 볶음김치로 구성된 1500원짜리 ‘원더밥’을 내놓았다. 즉석밥(2000원대)과 볶음김치(1500원)를 따로 구입하면 3500원인데 각각 양을 10%, 40%가량 줄여 가격을 낮췄다. 이마트24 측은 “라면과 함께 즐기기에 최적화한 상품”이라며 “이 밥에 아임e 민생컵라면(800원)까지 더하면 23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24에서 한 고객이 쌀밥과 볶음김치로 구성된 1500원짜리 '원더밥'과 함께 라면을 먹고 있다. 사진 이마트24

이마트24에서 한 고객이 쌀밥과 볶음김치로 구성된 1500원짜리 '원더밥'과 함께 라면을 먹고 있다. 사진 이마트24

신세계푸드는 1800원짜리 ‘0.5인분 샐러드’를 선보였다. 양상추·적채·방울토마토에 드레싱으로 구성한 제품으로 용량은 기존 판매하던 제품의 절반 수준인 100g으로 줄였다. 노브랜드 버거 매장에서 팔기 시작했는데 지난 20일 출시 이래 1만3000개가 팔렸다. 단품 판매량은 신세계푸드가 당초 예상했던 판매량 대비 두 배가량 높은 수치다.

신세계푸드가 1800원짜리 ‘0.5인분 샐러드’를 선보였다. 양상추·적채·방울토마토에 드레싱으로 구성한 제품으로 용량은 기존 판매하던 제품의 절반 수준인 100g으로 줄였다. 사진 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가 1800원짜리 ‘0.5인분 샐러드’를 선보였다. 양상추·적채·방울토마토에 드레싱으로 구성한 제품으로 용량은 기존 판매하던 제품의 절반 수준인 100g으로 줄였다. 사진 신세계푸드

당초 소용량 제품은 1~2인 가구를 겨냥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적은 양의 식사를 즐기는 소식(小食) 트렌드가 퍼진 데다 가처분 소득이 줄면서 소비를 줄이려는 소비자들까지 이런 제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기업들도 그간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리고 대량 매입과 사전 계약, 신규 공급처 발굴로 가격을 낮춰오다 이젠 제품량을 조정하거나 통신사 할인, 신용카드 행사, 포인트 카드 등 할인 혜택 조합 선택지를 더 넓히고 있다.

GS25가 최근 내놓은 ‘780원 버거’의 원래 가격은 3900원이었다. 하지만 통신사 할인·행사 카드 등을 적용해 최대 80%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GS25가 최근 내놓은 ‘780원 버거’의 원래 가격은 3900원이다. 하지만 통신사할인·행사 카드 등을 적용해 최대 80%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사진 GS25

GS25가 최근 내놓은 ‘780원 버거’의 원래 가격은 3900원이다. 하지만 통신사할인·행사 카드 등을 적용해 최대 80%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사진 GS25

CU는 이달 들어 할인 프로모션을 최대한 적용 받으면 2000원에 살 수 있는 ‘백종원 제육 한판 도시락’을 내놓았다. 2주 만에 100만 개가 팔렸다. 세븐일레븐도 이달 초 삼각김밥(1100원)과 사이다(1400원)를 구매하면 원가격 2500원에서 78% 할인된 550원에 구매 가능한 프로모션을 펼쳤다.

경쟁사 눈치 싸움…가격 동일한 ‘반값 치킨’ 

대형마트들도 100g당 가격을 내세워 가격 경쟁력을 강조한다. 롯데마트는 국내산 한돈 갈비 찜용 100g이 990원, 냉동 미국산 LA갈비 100g이 1990원, 활 대게(러시아산) 100g이 3490원이라고 홍보한다. 신세계도 이판란(30구 2판)을 포인트 적립 시 8980원에 판매해 계란 한 구당 150원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의 눈치 싸움도 치열하다.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역대급 할인 행사인 롯데마트·슈퍼의 ‘온리원세일’과 신세계 19개 계열사가 진행하는 ‘랜더스데이’에선 각각 가격이 6980원으로 동일한 ‘반값 치킨’이 등장했다. 롯데마트는 행사 카드 결제 시에, 랜더스데이는 신세계 포인트 적립 시에 가능한 가격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유통 업계 관계자는 “요즘 대다수 먹거리 가격이 치솟으면서 먹는 양을 줄이거나 지갑을 열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 극강의 가성비 제품을 골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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