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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본토 해병대까지 가세했다...러 기자도 취재 온 '쌍룡훈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9일 오전 경북 포항 화진해수욕장. 해안선 넘어 검은 연막탄을 뚫고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 8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다에선 프로펠러 추진 장치로, 육지에선 궤도형 바퀴로 이동하는 이들 KAAV는 물살을 헤친 뒤 모래사장에서 진용을 갖췄다. 이윽고 해병대 장병 70여 명이 우렁찬 함성과 함께 나와 일사불란하게 사격자세를 취했다.

29일 오전 포항 훈련장에서 한미장병들이 '23 쌍용훈련, 결정적 행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포항 훈련장에서 한미장병들이 '23 쌍용훈련, 결정적 행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연합상륙훈련 '쌍룡훈련' 중 '결정적 행동'(decisive action) 단계의 한 장면이다. 실제 병력이 상륙해 목표 지점을 확보하는 내용의 쌍룡훈련은 유사시 공세적 작전을 펴는 목적으로 진행한다.  

이날 결정적 행동 훈련은 공군 C-130 수송기들의 등장으로 본격적 막을 올렸다. C-130에서 강하한 돌격부대가 적의 위치를 파악한다는 시나리오였다. 이후 미 해군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마킨 아일랜드함(LHD 8)에서 출격한 미 F-35B 스텔스 전투기 등 공중전력이 가상 적 기지를 타격했다. 상륙전의 종반은 KAAV, 미 해병대의 공기부양상륙정(LCAC)이 맡았다. 해안 상륙과 동시에 하늘에선 미 수직이착륙기 MV-22B '오스프리'가 가세해 병력을 날랐다.

29일 경북 포항시 북구 화진리 일원에서 실시된 2023 쌍룡훈련에서 해병대 KAAV(한국형상륙돌격장갑차)부대가 해안으로 돌격하고 있다. 뉴스1

29일 경북 포항시 북구 화진리 일원에서 실시된 2023 쌍룡훈련에서 해병대 KAAV(한국형상륙돌격장갑차)부대가 해안으로 돌격하고 있다. 뉴스1

군 당국은 올해 쌍룡훈련을 5년 만에 재개하면서 이 같은 핵심 훈련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쌍룡훈련은 문재인 정부 당시 남북 유화 분위기 속 “연대급 이상 훈련은 한·미가 단독으로 한다”는 방침에 따라 2019년 중단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쌍룡훈련의 재개는 한미 연합 실기동 훈련 ‘정상화’를 상징한다”며 “올해 역대 최대 전력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일 시작한 쌍룡훈련은 여단급이던 기존 상륙군 규모를 사단급으로 늘려 다음 달 3일까지 이뤄진다. 여기엔 대형수송함 독도함, 강습상륙함 마킨 아일랜드함 등 함정 30여 척, F-35B 전투기 등 항공기 70여 대, KAAV 50여 대 등이 투입됐다.

미국 본토에서 오랜만에 해병 증원 전력이 참가하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번 훈련에는 미 캘리포니아주 캠프 펜들턴에 주둔하는 해병 제1원정군(Ⅰ MEF)이 2016년 이후 7년 만에 참여했다. 그간 미국은 쌍룡훈련에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해병 제3원정군(Ⅲ MEF)을 파견해왔다.

29일 경북 포항시 북구 화진리 일원에서 실시된 2023 쌍룡훈련에서 해병대특수수색대원들이 낙하산을 이용 적 후방에 침투하고 있다. 뉴스1

29일 경북 포항시 북구 화진리 일원에서 실시된 2023 쌍룡훈련에서 해병대특수수색대원들이 낙하산을 이용 적 후방에 침투하고 있다. 뉴스1

2021년 창설한 한국 해병대 항공단과 미 해병대 제1해병항공단의 연합 훈련도 쌍룡훈련을 계기로 처음 시행됐다.

군 관계자는 “미국이 주일미군 전력에 더해 본토 전력도 보냈다는 건 이번 훈련의 실전성을 강조하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사시 미 본토의 증원전력이 얼마나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을지 시험해봤다는 의미다.

이번 쌍룡훈련을 통해 한·마 연합 군사훈련의 로키(low-key) 기조가 완전히 폐기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훈련은 지난 정부 시절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각종 훈련의 홍보를 최소화하곤 했던 것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김승겸 합참의장이 직접 주관했고, 폴 라캐머라 한연합사령관,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안병석 연합사부사령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이 참관했다. 또 한·미·일뿐 아니라 러시아 등 전 세계 140여 명 취재진이 몰렸다. 대대적인 홍보전이 이뤄진 셈이다.  

29일 경북 포항시 북구 화진리 해안에서 실시된 2023 쌍룡훈련에서 미 해병대원들이 LAV(경장갑차)와 함께 작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29일 경북 포항시 북구 화진리 해안에서 실시된 2023 쌍룡훈련에서 미 해병대원들이 LAV(경장갑차)와 함께 작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쌍룡훈련은 한미 연합 실기동 훈련 중 가장 공세적 성격의 훈련인 만큼 북한의 반발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 선전매체 통일의메아리는 이날 “해안지역에 대한 상륙을 가상한 전쟁연습이 방어가 아닌 침략에 목적을 두고 있음은 너무도 명백한 사실”이라며 “침략을 전제로 하는 북침전쟁의 서막”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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