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판다 위해 중국어 배운 사육사...한국에 뜻밖 찬사 쏟아진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이 미국 동물원에 임대한 판다 ‘러러’의 돌연사로 분노한 중국인들이 전 세계적으로 ‘판다 지키기’ 캠페인에 나선 가운데 한국 에버랜드가 중국인들로부터 뜻밖의 찬사를 받고 있다.

판다 러러 죽음에 뿔난 중국인들

지난 16일 중국 동물원협회는 베이징 동물원 소속 수의사와 사육사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동물원으로 보냈다.

암컷 판다 ‘야야’의 반환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야야는 수컷인 러러와 함께 2003년 멤피스 동물원으로 입양돼 줄곧 이곳에서 생활했지만 지난 2월 러러가 돌연사한 후 서둘러 귀환 준비에 들어갔다.

2020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동물원에 머물고 있는 야야. 털 상태가 좋지 않아보이지만 지난 16일 중국 수의사들이 도착했을 당시 건강상태는 양호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로이터=연합뉴스

2020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동물원에 머물고 있는 야야. 털 상태가 좋지 않아보이지만 지난 16일 중국 수의사들이 도착했을 당시 건강상태는 양호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로이터=연합뉴스

판다 보존 및 연구 프로젝트 일환으로 미국에 간 야야는 대여 기간이 정해져 있다. 만료일은 다음 달 7일이다.

대여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중국에선 야야를 멤피스 동물원에서 하루라도 빨리 데려와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웨이보 등에 2020년에 찍은 러러와 야야의 영상을 근거로 “신선한 대나무 먹이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눈빛도 생기를 잃었다. 멤피스 동물원의 관리가 소홀하다”고 비판했다.

곳곳서 시작된 판다 감시...한국 뜻밖의 1등

해외로 간 판다에 관한 중국인의 우려가 커지며 ‘판다 지키기 캠페인’도 일어났다. 중국인들이 자발적으로 판단가 있는 동물원을 찾아다니며 상태를 확인하고 소셜미디어(SNS)에 사육 환경 등을 찍어 올리는 것이다.

공개된 영상엔 프랑스 보발 동물원에 있는 판다 ‘환환’부터 시작해 오스트리아, 미국 애틀랜타·워싱턴DC 동물원 등에 있는 판다들의 모습이 담겼다.

판다의 주식인 대나무 잎이 충분히 제공되는지, 판다들이 휴식을 잘 취하고 있는 지도 함께 조사됐다.

 지난해 7월 20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에버랜드에서 두 돌 생일을 맞은 에버랜드 아기판다 푸바오가 사육사들이 준비한 생일 케이크를 먹고 있다. 뉴스1

지난해 7월 20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에버랜드에서 두 돌 생일을 맞은 에버랜드 아기판다 푸바오가 사육사들이 준비한 생일 케이크를 먹고 있다. 뉴스1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한국 에버랜드는 러시아 모스크바 동물원과 함께 세계 각국의 동물원 중 판다를 가장 잘 관리하는 곳으로 꼽혔다.

이들은 에버랜드 판다월드에 대해 “아기 판다 가족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돌봐주고 있는 것 같다” “정말 감동적이다” 등의 평을 남겼다.

현재 에버랜드에선 2014년 중국에서 들여온 러바오(수컷)와 아이바오(암컷), 그리고 이들의 새끼인 푸바오가 함께 자라고 있다.

싱싱하지 않은 대나무 잎은 입에도 안 대는 판다의 까다로운 식성을 맞추기 위해 에버랜드는 매주 1~2회 경남 하동에서 그날 벤 대나무를 공수해 온다. 대나무를 사들이는 데 연간 1억원 이상이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푸바오를 돌봐온 강철원 사육사는 푸바오가 나중에 중국으로 돌아갈 것에 대비해 중국어도 직접 배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바오가 중국어에 익숙해져 중국에 가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용인 푸씨’의 예정된 이별...일본선 공항 배웅

한국에서 탄생한 1호 판다 푸바오는 ‘용인 푸씨’로도 불린다.

국내에서 태어났다 하더라도 중국과의 사전 협의에 따라 만 4살이 되는 내년 7월 중국으로 돌아간다. 중국 쓰촨성 등 3곳의 야생 보호구역에서 푸바오의 짝을 찾을 예정이다.

앞서 일본 우에노동물원에서 태어난 판다 ‘샹샹’도 지난달 21일 중국으로 돌아갔다. 샹샹은 일본에서 ‘샹샹 피버(열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셀럽이다. 샹샹이 중국으로 돌아가는 날 팬들이 공항까지 배웅나왔다고 한다.

지난달 중국으로 보내진 일본에서 태어난 판다 '샹샹'. 일본에서의 마지막 날 우에노동물원엔 많은 방문객들이 모였다. 연합뉴스

지난달 중국으로 보내진 일본에서 태어난 판다 '샹샹'. 일본에서의 마지막 날 우에노동물원엔 많은 방문객들이 모였다. 연합뉴스

중국은 1980년대부터 모든 판다를 대여 형식으로만 해외에 보내고 있다. 장쩌민 당시 국가주석 주도로 상대국에 우호를 표시하는 의미에서 판다를 보내는 이른바 ‘판다 외교’를 펼쳤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18개국 22개 동물원에 자이언트 판다가 임대 형식으로 살고 있다. 중국은 판다 1쌍마다 100만 달러(약 12억원) 씩을 받는다.

"中 판다 외교는 동물의 정치적 활용" 

임대한 판다와 그 판다들이 해외 현지에서 낳은 새끼도 소유권은 중국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1800마리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은 멸종 위기종이다 보니 특별 관리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지난달 일본 시라하마 동물원에서 중국으로 보내지고 있는 판다. 연합뉴스

지난달 일본 시라하마 동물원에서 중국으로 보내지고 있는 판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중국의 판다 외교를 두고 동물을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판다의 귀여운 이미지를 이용해 인권 탄압 문제 등을 가리고 있단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 의회에서는 판다 새끼 반환 합의를 파기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낸시 메이스 미 공화당 하원의원은 “중국 정부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탄압과 대만 문제를 판다 외교를 통해 가리고 있다”면서 “이러한 눈속임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 동물보호단체 PETA 아시아지부 제이슨 베이커 부회장은 “판다는 외교적 목적으로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개체물이 아니다”며 “그들은 매우 지능적이고 사회적인 동물로, 가족과 친구들과 긴밀한 유대 관계를 형성한 가운데 존재하는 동물이기에 막무가내로 주고받아서는 결코 안 된다”고 조언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