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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연기한 61세 최민식 "다신 안 해, 과학의 힘 믿었다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디즈니+ ‘카지노’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에서 차무식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에서 차무식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눈치 채셨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드라마 처음부터 ‘화무십일홍’이라는 대사가 나오거든요. 저도 처음엔 뜬금없이 무슨 소리지 싶었는데, 결국 차무식은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다’는 말처럼 꽃잎이 떨어지듯이, 느닷없이 사그라지죠.”

배우 최민식(61)이 25년 만에 택한 드라마로 화제를 모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가 지난 22일 시즌2 8화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SLL 산하레이블 비에이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카지노’(총 16부작)는 보육원에서 자랄 정도로 가난했던 차무식이 두둑한 배포와 돈에 대한 욕망 하나로 필리핀 카지노를 장악해가는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렸다.
도박판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의 욕망이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 호평 받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차무식이 결국 가장 믿었던 후배에게 살해당하는 결말에는 ‘허무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찐하게’ 연애하는 기분”으로 애정을 갖고 차무식을 연기했다는 최민식은 “그런 결말이 욕망에 미쳐 날뛰던 놈의 최후로 옳다고 생각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카지노’ 종영을 맞아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최민식에게서는 그가 연기한 차무식을 능가하는 묵직하고도 넉넉한 아우라가 물씬 풍겼다.

수많은 인물이 등장했다가 죽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지점도 많은 이야기를 끝까지 시청하게 만든 건 최민식이 빚어낸 차무식 캐릭터의 힘이 컸다. 차무식은 분명 돈과 권력을 향한 욕망 때문에 각종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이지만, ‘내 사람들’에 한해선 한없이 신의를 지키는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최민식은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평범함’에 주안점을 뒀다고 했다.

디즈니+ '카지노' 스틸컷.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카지노' 스틸컷.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그는 “만약 차무식이 단선적인 나쁜 놈이었다면 이 작품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 100% 나쁘거나 100% 착한 사람은 없지 않느냐”며 “날 때부터 슈퍼맨이거나 악당이었던 게 아니라, 아주 평범한 놈도 그렇게 모진 인생을 살면서 악인이 될 수 있다는 다중적인 면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가장 아끼는 후배에 의해 고꾸라지는 결말 역시 “그렇게 용의주도하고 거침없이 권력을 휘어잡는 인간도 결국 빈틈 있는 인간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그 의미를 해석했다.
마지막 만찬 장면에서 차무식이 빨간 꽃을 탁자에 둔 것도 ‘화무십일홍’과 같은 그의 최후를 암시하는 장치로 최민식이 제안한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MBC ‘사랑과 이별’(1997) 이후 줄곧 영화에만 출연해온 최민식은 오랜만의 드라마 작업에 대해 “결과가 어찌됐든 긴 호흡을 갖고 만드는 과정이 좋았다”고 돌이켰다. 특히 손석구·이동휘 등의 후배들과 함께한 3개월 간의 필리핀 현지 촬영은 더위와 코로나19 후유증으로 고생스러웠지만, “결코 인상 쓰거나 스트레스를 표출할 수 없었던” 시간이라고 떠올렸다.

“팀플레이의 개념을 확실히 알고 있는 후배들 모습을 보면서 저도 자극을 받았어요. 처음엔 다들 고시 공부하는 줄 알았다니까요. 방구석에 모여서 나오질 않는 거예요. 술 먹는 줄 알고 가봤더니 대본 펴놓고 회의를 하고 있더라고요. 다음날 일찍 촬영이 있어도 밤 늦게까지 난상 토론을 벌이기도 했죠. 이런 친구들과 같이 작업할 수 있었던 과정이 참 좋았어요.”

디즈니+ '카지노' 스틸컷.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카지노' 스틸컷.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카지노' 스틸컷.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카지노' 스틸컷.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60대 최민식이 디에이징(de-aging) 기술을 활용해 차무식의 30대부터 연기한 대목도 화제를 모았지만, 그는 “이제 그런 거 안 할래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과학기술의 힘을 믿었다가...”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그는 “30대 분량을 (차무식의 청년 시절을 연기한) 이규형에게 최대한 넘기고 싶었는데, 감독이 ‘여기서부터는 형(최민식)이 해야 한다’고 해서 했다. 그런데 도저히 몸이 안 따라주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첫 OTT 시리즈 도전이자 간만의 드라마 복귀작을 마친 그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아직 차기작이 정해지지 않은 최민식은 “영화와 OTT 시리즈 모두 장단점이 뚜렷해 좋은 작품이 있다면 어느 것이든 하고 싶다”면서도 “역시 극장이 좋긴 하더라”며 영화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엊그제 오랜만에 영화관에 갔는데, 극장의 음향과 냄새, 사람들과 같이 집중해서 볼 수 있다는 게 역시 좋더라”며 “영화계가 코로나19 때문에 위축된 상황이지만, 좋은 작품을 만들어서 걸면 관객들은 당연히 돌아오실 거라 믿는다”고 했다.

'카지노' 최민식.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카지노' 최민식.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인간의 욕망을 다룬 작품을 마친 지금, 최민식의 욕망은 무엇인지 묻자 ‘카지노’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이혜영, 김주령과 함께 “로맨스 영화를 하고 싶다”는 의외의 답이 튀어나왔다.
“진짜로 우리끼리 술 마시면서 ‘로맨스 한번 하자’고 이야기 나눴다”며 웃은 그는 이내 진지하게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욕망이 점점 더 강해진다”고 털어놨다.

1989년 드라마 ‘야망의 세월’로 데뷔한 이래 묵직한 연기로 관객을 휘어 잡아온 그지만, 이제는 “자극적인 것 말고, 힐링이 되는 따뜻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이성 간의 로맨스든 형제·친구·가족 간의 이야기든, 힐링이 되지만 절대 무리하게 감정을 강요하지는 않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소문 좀 많이 내주세요. 저, 코미디도 괜찮을 것 같지 않나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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