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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푸드] 낚을 때 손맛 좋고, 먹을 때 입맛 사로잡는 ‘참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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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지금이 최고, 제철 식재료 3명의 박사에게 듣는 참돔의 모든 것


육식성이라 잡내가 없어 맛이 깔끔해
회로 먹으면 특유의 쫄깃함 느낄 수 있어
다이어트에 좋은 고단백 저지방 식품

집마다 식문화야 다르지만 참돔이 밥상에 오르는 일은 고등어에 비하면 확실히 드물어 보인다. 평범한 밥상보다는 주로 고급 횟감, 또는 제사상에 올릴 생선찜 요리가 먼저 떠올리곤 한다.

그래서일까, 회가 아닌 참돔은 어쩐지 낯설고 조리도 서툴다. 제철을 맞아 통통하게 살 오른 돔. 자연산과 양식을 비교하는 법부터 조리법과 영양까지 3명의 박사님께 물었다.

제철은 바로 지금!

여름이 가까워지면 참돔은 알을 낳으러 얕은 연안으로 이동한다. 산란하면 몸에서 단백질, 지방 같은 영양이 빠져나간다. 알을 낳고 활동이 다시 왕성해져 몸을 회복하는 시점, 그러니까 다시 살을 찌운 때가 제철이다. 5~7월까지 알을 낳는다고 보면, 8~10월에 살을 찌워 11월에서 4월 정도까지 맛이 좋다. 살이 오르고 지방도 차오르는 지금이 제철이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물고기의 맛은 먹이나 서식환경에 따라서 달라진다. 항구 가까이에 있는 물고기는 기름 냄새가 배고, 낙동강 하구 펄에 사는 물고기는 흙냄새가 난다. 또 연안에 사는 돌돔은 바위에 붙은 소라나 따개비를 깨 먹어서 약간의 갯내음이 있다.그런데 참돔은 다르다. 해양학자 명정구 박사(이하 명박사)는 “참돔은 산란 때만 연안에 온다. 겨울에는 수심 100m에 살며 새우나 게 등을 먹는 육식성이라 잡내가 없어 맛이 깔끔하다. 언제 먹어도 살에서 단맛이 난다. 연안 고기와 달리 살이 고급이라 그야말로 ‘참돔’이다. 참돔의 ‘참眞’은 ‘진짜’ 또는 ‘최고’라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너무 크면 회 맛 떨어질까?

참돔은 근육도 살도 단단하다. 익혀 먹어도 그렇지만 회로 먹으면 특유의 쫄깃함이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터 정재묵 박사(이하 정박사)는 “쫄깃함은 자연산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서 “회를 뜨자마자 살을 접으면 자연산은 탄력 때문에 바로 펴진다. 반면 양식은 근육의 단단함이 자연산보다 떨어져 탄력이 덜하다”고 말한다.

크면 회 맛이 떨어진다는 소문 사실일까. 명 박사는 “너무 어리거나 너무 나이가 많으면 그럴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넙치(광어)도 너무 어리면 맛이 없다. 하지만 모든 생선이 다 그런 건 아니다. 나이가 들고 크기가 커야 맛있는 생선도 있다. 보통 참돔은 3~4년 정도 자라면 산란한다. 어른이 됐다는 뜻인데, 이때부터가 맛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참돔은 수명도 길다. 길게는 50년까지 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자연산과 양식은 어떻게 구분할까.

자연산과 양식을 구분하기 좋은 방법은 콧구멍이라고 알려져 있다. 자연산은 콧구멍이 한쪽 면에 두개, 양식은 하나다. 정박사는 “양식의 경우, 콧구멍 사이의 막을 ‘비공격피막’이라고 하는데, 콧구멍이 연결되는 ‘비공격피결손증’이란 증상을 가지고 있어서다. 그런데, 요새는 양식 기술이 발달해서 이마저도 거의 없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가장 좋은 구별법은 꼬리지느러미. 뾰족하면 자연산, 아니면 양식이다.

단백질은 많고 지방은 낮다.

참돔은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에게 딱 좋을,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다. 물론 수산물 대부분이 고단백 식품이긴 하지만, 그중 참돔은 아미노산의 균형이 좋다. 국립수산과학원 식품위생가공과 장미순 박사(이하 장박사)는 “곡류나 고기에 부족한 라이신, 트레오닌 같은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루 함유돼 있다”고 설명한다.

지방 함량은 생선에 따라 다르지만, 계절별 차이도 있다. 생선 대부분은 겨울에 지방이 붙는다. 지방이 많은 생선 중 하나가 고등어인데, 고등어도 여름에는 지방이 적고 겨울에 많다. 표준수산물성분표(2018년)에 따르면, 고등어의 경우 5~7월의 지방 함량이 5~9%이고, 9월 무렵에는 17% 정도가 된다. 반면 자연산 참돔의 지방은 2% 이하다. 성장을 위해 양질의 사료를 먹는 양식산 참돔의 지방은 자연산보다 조금 더 높은 7~8%다. 지방이라고는 하지만, 나쁜 지방이 아니라 DHA, EPA 같은 불포화지방산이다.

생선 손질? 초보라면, 손질된 것을 사자.

생선 손질 초보라면, 참돔 손질을 직접 하는 건 피하도록 하자. 참돔은 잔가시가 없는 대신 뼈가 크고 세다. 심지어 비늘도 크다. 초보라면 겁먹기 쉬운 레벨이다. 장미순 박사는 “뼈가 굵고 센 데다, 가시를 제거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시중에 판매하는 손질된 제품을 사거나, 마트나 시장에서 손질해달라고 요청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참돔을 고를 때는 눈이 맑고 뚜렷하며 비늘과 지느러미에 손상이 없는 게 좋다. 손으로 눌러서 탄력이 있는 게 좋은데, 만약 눌러서 뻣뻣하다면 냉동일 수도 있다.

참돔 조리가 처음이라면.

생선요리란, 생선 살에 배어든 양념이 조화를 이룰 때 맛있다고 느낀다. 그런데 참돔은 육질이 단단하고, 성분은 단백질이 대부분이다. 살도 두툼해서 양념이 잘 배지 않는 편이다. 게다가 단백질은 가열하면 응고돼 단단해진다. 물론 생선은 원래 단백질이 많지만, 다른 점은 지방의 차이다. 장미순 박사는 “우리가 주로 먹는 생선은 지방 함량이 높은 게 많다. 불에 가열하면 지방이 올라오는 걸 볼 수 있는데, 먹으면 고기가 부드럽다”고 말한다.

반면 지방이 적은 참돔은, 양념이 배지 않으면 밍밍하고 오래 조리하면 퍽퍽하다고 느낄 수 있다. 장 박사는 “주로 굽거나 쪄서 간장 양념을 곁들이는 조리법이 발달한 이유가 아닐까 한다”면서 “토막을 얇게 쳐서 양념이 잘 배어들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양념이 세면 고유의 담백한 살맛을 가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참돔 눈 주위에는 점질성으로 된 다당류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다. 끈적한 재질의 당 성분이다. 장미순 박사는 “그중 대표적 성분이 콘드로이틴 황산”이라고 설명한다. 피부 미용에 좋다고 한다. 또, 눈알에는 피로 해소에 효과적이라는 비타민B1이 함유돼 있다. 눈만이 아니라 턱 주위의 살은 쫄깃해서 맛이 좋기로 알려져 있다. 장 박사는 “아가미 운동, 즉 근육 운동을 많이 해서 식감이 쫄깃하다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부위”라고 설명한다.

도움말=해양학자 명정구 박사,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터 정재묵 박사, 국립수산과학원 식품위생가공과 장미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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