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안 꺾이네…정부, 유류세 인하 만료 앞두고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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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제 유가 내림세에도 국내 기름값은 요지부동이라 정부가 다음 달 유류세 인하 조치 만료를 앞두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유가정보판 모습. [뉴스1]

국제 유가 내림세에도 국내 기름값은 요지부동이라 정부가 다음 달 유류세 인하 조치 만료를 앞두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유가정보판 모습. [뉴스1]

국제유가는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는데 국내 휘발유 가격은 꿈쩍 않고 있다. 오히려 이달 들어 소폭 오르며 L당 1600원에 근접했다. 다음 달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정부 고민도 커졌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20일 전국 주유소에서 보통 휘발유는 L당 평균 1597.5원에 팔렸다. 하루 전보다 0.1원 오르며 1600원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해 하반기 꾸준히 내렸던 휘발유 가격은 올해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정부가 37%였던 유류세 인하 폭을 올 1월 25%로 축소한 여파다. 반면 경유 가격은 해가 바뀐 이후에도 계속 하락해 L당 1500원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이날 전국 평균 가격은 1538.08원으로, 지난해 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휘발유와 달리 경유의 유류세 인하 폭은 37%로 유지된 덕이다.

국제유가 흐름은 다르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촉발한 은행 위기와 경기 침체 우려가 맞물려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 선물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64.9달러로 주저앉았다. 2021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120달러대까지 치솟았던 유가가 반 토막이 났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런 국제유가 흐름에도 국내 휘발윳값은 요지부동이다. 국제유가가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되는데 2~4주 시간이 걸리는 데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폭 축소 영향도 컸다. 국제유가가 내리더라도 국내 소비자가 체감하려면 아직 더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휘발유에 덧붙는 유류세는 현재 L당 615원(유류세 25% 인하 반영)으로, 소비자가격에서 30~40%를 차지한다. 원유 못지않게 휘발유 소매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바로 영향을 끼치는 유류세 인하 종료·연장 여부를 두고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유류세 인하는 한시 조치로 법령상으로는 올 4월 30일 종료된다. 유류세 인하 혜택이 사라지면 국제유가가 추가로 하락하더라도 그 효과는 상쇄될 수밖에 없다.

기재부 내부에선 유류세 인하 조치를 한시로 더 연장하되 인하 폭을 단계적으로 축소해나가는  ‘속도 조절’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우선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당장 그만두면 5월 이후 물가가 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국제유가 하락 추세에 맞춰 단계적으로 유류세 인하 폭을 줄여나가면 물가 상승 충격도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란 판단이다.

또 현행 인하 폭(휘발유 25%, 경유 37%)을 유지하기엔 세금 수입(세수) 감소 부담이 워낙 크다. 기재부 ‘국세 수입 실적’ 보고서를 보면 유류세에 해당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은 지난해 11조1000억원으로, 2021년 16조6000억원과 견줘 5조5000억원 급감했다. 올해 들어서도 유류세수 감소는 이어지고 있다. 올 1월 교통세 수입은 1조1000억원으로 1년 전 1조원에 비해 1000억원 줄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4월 말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되기 때문에 4월 중 향후 조치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유가·경기 등 여러 가지 제반 사항을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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