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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셋 코리아

금융위기 차단 위한 선제적 안정책 마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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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스위스 크레디스위스(CS)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혼돈에 빠트렸다. 위험 확산 차단과 시장 불안을 덜기 위한 양국 중앙은행 등의 진화 노력은 적극적이었다. 사태를 조기 수습하지 못할 경우 위기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전염되고 글로벌 위기로 퍼질 우려가 있는 데다 글로벌 금융 허브 입지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예금자 전면 보호와 대규모 자금 지원 등으로 금융시장은 안정되어 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신용도가 낮은 중소 은행을 중심으로 유동성 경색, 추가 부실 불안이 남아있다. 국내 금융시장도 이들 은행과 직접적 거래가 크지 않았음에도 일시적으로 큰 변동성을 경험하였다.

은행은 추가 자본 확충 노력하고
엄격한 내부 통제 체계 구축해야
PF 관련 저축은행 유동성 확보를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SVB 사태는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인한 보유 채권의 대규모 손실이 예금 대량 인출(뱅크런)로 이어진 경우다. 특화 은행 비즈니스 모형이 초래한 유동성 위기의 성격이 강하다. 반면 CS의 경우는 수년간의 투자 손실이 누적된 데다 최대 주주가 투자 중단을 선언한 게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 여기에 돈세탁 방조, 대규모 리베이트 사건 등 신뢰의 문제가 배후에 자리 잡고 있다.

양국 정부의 신속한 대응으로 두 은행의 위기가 아직은 양국 금융시장의 시스템 위기나 글로벌 위기로 퍼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금융시장도 그 영향이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들은 두 은행과 자산·부채 구조가 다르고, 유동성·건전성 측면에서도 양호해 일시적 충격에 대응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인플레이션이 기대보다 빨리 안정되지 않고 고금리 상황이 당분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정부와 금융 당국이 불의의 위기 확산 가능성에 대비하여 선제적 금융 안정 대책들을 고려하고 있다.

이번 위기가 글로벌 차원의 위기로 확대되어 국내 금융시장으로 전염되는 시나리오에 대비한 위기 대응 대책(컨틴전시 플랜)이 필요하다. 또 국내에서 유사한 형태의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거시 건전성 차원의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당장의 위기 대응책으로는 국내 은행의 위기 대응 능력을 높이는 게 최우선이다. 돌발적 신용 위기 상황에 대응한 ‘경기 대응 완충 자본’ 등 추가 자본 확충 노력과 함께 대출 부실에 대비한 ‘특별 대손 준비금 제도’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금융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예금자 보호 한도도 경제와 금융자산 성장에 비례하여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외환시장 불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경상수지 적자 확대와 높아진 금리로 인해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 불안이 외화 자금 조달 경색과 환율 불안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국내 금융기관의 외환 보유 상황과 외화 자금 조달 여건에 대한 모니터링,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글로벌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과 관련하여 레고랜드 사태 같은 유동성 경색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저신용 건설사와 고위험 사업장에 투자를 많이 한 지방 저축은행, 부동산신탁사, 캐피털 업체의 관리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추가 채널 확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긴축 기조로 인해 자금 경색이 우려되는 신산업·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모험자본 생태계 육성과 함께 데이터·플랫폼 기반의 혁신금융 성장동력 확충 노력이 꺾이지 않도록 성장 단계별로 차별화된 지원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비슷한 위기가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거시 건전성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먼저 국내 은행들은 복수의 자금 조달 경로 확보와 운용·수익 구조를 다양화하는 사업모델 도입을 통해 위험을 분산하고, 고정 금리 대출 비중 확대 등 대출 채권 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내부 통제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SVB·CS의 내부 통제 부실과 도덕적 해이는 심각했다. 엄격한 내부 통제 체계 재구축과 내부자 거래 사전공시 강화 같은 은행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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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