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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드러난 '너구리 유전자'…WHO "왜 감췄나" 中 때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년 넘게 유지돼 온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가 올해 안에 해제될 것이란 세계보건기구(WHO)의 전망이 나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비상사태 선언이 해제된다고 올해 안에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비상사태 유지 여부는 국제 보건 규정에 따라 긴급위원회가 3개월마다 재검토하고, WHO 사무총장이 최종 결정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로이터=연합뉴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로이터=연합뉴스

가장 최근의 유지 결정이 지난 1월 30일 이뤄진 점을 감안할 때 오는 4월 말~5월초 비상사태 해제 여부가 논의될 전망이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이날 "우린 지금 대유행 시기의 어느 때보다 훨씬 나은 상황에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마이클 라이언 WHO 비상대응팀장도 "우리가 계절 독감을 대하는 것처럼 코로나19를 바라볼 수 있는 시점에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건강을 계속 위협하겠지만, 우리 사회와 의료 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상사태는 WHO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질병과 관련해 발령하는 최고 수준의 경보 단계로, WHO는 2020년 1월 코로나19에 대해 이를 선언한 이후 3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숙주가 너구리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분석 결과가 국제 연구진에 의해 나왔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 숙주가 너구리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분석 결과가 국제 연구진에 의해 나왔다. AP=연합뉴스

또 이날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너구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숙주였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가 뒤늦게 나온 것과 관련해 중국을 비판했다. 그는 "이 데이터는 3년 전 공유될 수 있었고, 공유됐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린 중국이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필요한 조사를 수행하며 그 결과를 공유할 것을 계속해서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17일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과학 연구소 스크립스 리서치, 호주 시드니대, 미 애리조나대 등이 소속된 국제 연구진은 중국 우한의 화난 수산시장에서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채취한 유전 데이터를 재분석했다. 그 결과 코로나19에 양성을 보인 유전자 샘플엔 이 시장에서 판매됐던 너구리의 유전자가 상당량 섞여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는 이들 너구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숙주였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국제 연구진이 이번에 분석한 유전자 샘플은 당초 중국 연구진이 3년 전 수집해 분석한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올 1월에야 국제 인플루엔자 정보공유기구(GISAID)에 관련 데이터를 공개했고, 이를 계기로 국제 연구진에 의해 재분석될 수 있었다. 

중국 우한의 화난 시장. AFP=연합뉴스

중국 우한의 화난 시장. AFP=연합뉴스

코로나19가 정체불명의 폐렴으로 처음 보고됐을 때 WHO는 화난 시장을 최초 발병지로 지목한 바 있다. 중국은 그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물이 아닌 인간에서 시작됐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국제 과학계는 이번 분석 결과가 코로나19와 야생동물과의 더욱 강력한 연관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미 시카고대 전염병학자 사라 코비는 "단순히 인간에 의한 감염이라면 유전자 샘플에 이렇게 많은 동물 DNA, 특히 너구리 DNA가 섞여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다만 CNN은 이번 분석 결과로 너구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됐던 게 확실한지, 너구리가 처음으로 인간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한 게 맞는지 단언할 수 없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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