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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첨단산업에 550조 투자…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용인에 300조원 이상 투입되는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선다. 용인을 비롯해 전국 15곳에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해 첨단산업의 메카로 만드는 방안이 추진된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미래차 등 6대 핵심산업을 적극 키우겠다는 목표다.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는 1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가첨단산업 육성 전략,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 계획 등을 발표했다. 현재 미국·중국 등 세계 각국은 첨단 산업을 두고 경쟁력 확보와 기업 유치 싸움을 펼치고 있다. 이날 발표엔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제조 역량과 기술력에 비해, 정부 지원 수준과 규제 여건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깔렸다. 글로벌 경쟁에서 때를 놓치면 선진국과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담긴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첨단 산업은 핵심 성장 엔진이자 안보 전략 자산이고 일자리·민생과도 직결된다"면서 "반도체에서 시작된 경제 전쟁터가 배터리·미래차 등 첨단 산업 전체로 확장됐다. 더 성장하기 위한 민간 투자를 정부가 확실히 지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현재의 (첨단산업) 글로벌 경쟁 상황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신속한 (육성)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부는 이들 산업의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위해 2027년까지 양자·AI 등 12대 기술 연구개발(R&D)에 예산 25조원을 투입한다. 최첨단 설비를 갖춘 '한국형 IMEC'를 구축해 첨단 기술을 연구·교육·실증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전 세계 인재를 유치하기로 했다. 반도체 IMEC를 먼저 만들고, 이차전지·바이오 등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IMEC은 벨기에의 반도체 연구·인력양성 센터로 96개국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등을 통한 기업 투자세액공제 상향, 전력·용수 같은 필수 인프라 구축도 적극 지원한다.

이를 통해 반도체·미래차·이차전지·디스플레이·바이오·로봇 등 6대 산업에서 2026년까지 민간 주도로 550조원 투자를 끌어내기로 했다. 투자에는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주요 그룹이 참여한다.

'1위 수출 품목'인 반도체엔 340조원을 투자해 전력·차량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키우고, 우수 인력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주요국들이 앞다투어 자국 첨단산업 제조시설 투자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잡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차전지는 2030년까지 세계 1위 도약을 목표로 2026년까지 민관이 힘을 합쳐 총 39조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국내 생산 이차전지 생산용량을 60GWh 이상 수준까지 확보하고, 현재 500㎞ 수준인 전기차 배터리의 주행 가능거리를 800㎞까지 늘린다.

미래차는 95조원의 투자를 이끌어 전기차 생산규모를 5배 확대하고, 센서·이차전지 등 핵심기술을 확보해 글로벌 3강에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차산업 전반에서 활용이 늘어나고 있는 로봇 분야의 성장판도 연다. 민·관이 함께 2조원 이상을 투입해 5개 핵심부품의 독자적 기술을 확보하고, 사업모델을 실증하는 ‘국가로봇테스트필드’를 구축한다.

정부는 첨단산업을 키우기 위해 지역별로 생산 거점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전국에 국가산업단지 15곳(4076만㎡)을 구축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이다. 여기에 입주하는 기업들은 취득세·재산세 감면과 용적률 상향, 신속 인허가 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특히 경기 용인 남사읍에 단일 단지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710만㎡)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여의도 면적의 2.4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이곳에 반도체 제조공장(팹) 5개를 구축하고, 국내외 소부장·팹리스 등 기업 150곳을 유치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가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향후 입주할 기업들이 추가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용인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평택·이천 등 기존 생산단지, 판교 팹리스 밸리 등과 연계한 수도권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완성될 수 있다는 청사진을 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집적된 (반도체) 생태계 구축이 기업에 가장 큰 이점이 될 것"이라면서 "기업 상호 간에 기술이나 정보 이동이 자유롭고, 외국 기업이 들어오면서 해외 기술도 많이 접목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용인에 들어설 반도체 클러스터는 수도권 내 공장 증설 등을 제한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SK하이닉스가 조성에 나선 용인 클러스터처럼 공장 건축 '특별물량'을 할당받게 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산업부에서 공장 특별물량 배정을 요청하면 국토부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하는 식이다. 부처 간 협의 사항으로 법 개정과는 무관하다"라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 및 벨트 조성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 및 벨트 조성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그 밖엔 미래 산업 육성, 지역균형발전 등을 감안해 지역별로 특화한 국가산단을 조성하기로 했다. 충남 천안엔 미래 모빌리티, 전남 고흥은 우주 발사체, 경남 창원은 원자력·방산 단지가 들어서는 식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를 적극 완화하고, 지역 내 첨단 전문인력 양성 등도 강화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첨단산업 발전은 전체 경제 성장과 (함께) 지역균형발전과도 직결된다"면서 "정부는 지역 스스로 비교 우위에 있다고 판단한 분야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토지 이용 규제를 풀고,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속도"라고 말했다.

다만 국가산업단지 조성은 수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파격적인 규제 개선이 없으면 기업이 뿌리내리기 어려울 거란 우려가 나온다. 지금껏 여러 정부에서 지역별 산업 클러스터를 내놨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은 "우리나라가 첨단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무엇보다 규제의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클러스터는 기업 간 협력, 규제 완화 두 가지를 넓게 보장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기업 지원 배제, 정치적 고려에 따른 비효율화 같은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대부분 기대 이하의 성과를 냈다"면서 "무조건 한 지역에 특정 산업을 몰아주기보단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들어갈 수 있게 각종 규제를 최대한 풀어주고, 입주 자격도 유연하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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