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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이란, 중국 중재로 악수 … 미국선 “바이든, 뺨 맞은 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알리 샴카니 이란 국가안보회의 의장이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가운데는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신화=연합뉴스]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알리 샴카니 이란 국가안보회의 의장이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가운데는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신화=연합뉴스]

이슬람권의 패권을 놓고 대립해온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의 맹주 이란이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10일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것을 두고 미국 내에서 바이든 정부의 외교 실패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은 지난 10일 베이징에서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고 2개월 안에 상호 대사관을 다시 열기로 합의했다. 지난 2016년 사우디가 시아파 유력 성직자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사건을 계기로 외교 관계가 단절된 지 7년 만이다.

공개된 사진에서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의장과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은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 판공실 주임을 가운데 두고 손을 맞잡고 있다. 특히 10일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린 날이었다.

백악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협상의 의미와 중국의 역할을 애써 평가절하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합의를 두고 “우리는 이 지역에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면서도 “이란을 사우디와의 협상 테이블로 부른 것은 대내외적인 압력 때문이지, 중국의 초청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양국 간 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두고 봐야 한다. 이란은 자기 말을 지키는 정권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또한번 사우디로부터 뺨을 맞은 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신의 대선공약을 접고 지난여름 사우디를 방문해 원유 증산을 요청했으나 사우디가 이를 수용하지 않은 데 이어 이번엔 중국의 손까지 잡아 또한번 외교적 타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이날 “중동에서 미국이 서서히 발을 빼는 것으로 걸프 국가들이 인식하는 가운데 중국의 중요한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애런 데이비드 밀러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미·중 관계가 점점 냉랭해지는 때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MBS) 왕세자와 중국과의 관계는 훈훈해지고 있다. 이건 바이든의 얼굴을 한 대 때린 격”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에 대해 아랍국가들은 종파와 상관없이 일제히 환영 입장을 냈다. 반면,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대이란 전선 강화를 추진해온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이스라엘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이스라엘 정부의 총체적이고 위험한 외교 정책 실패”라며 “이란에 맞서 우리가 구축하기 시작한 지역 방어벽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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