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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요구하는 크리에이터는…” 배그 리브랜딩 먼저 제안한 이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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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Editor's Note

AI 챗봇이 보고서를 써 주는 시대. 직장인의 생존 전략은 뭘까요? 결국 ‘기획’일 겁니다. 내 일에 새로운 시각을 부여하고, 솔루션을 찾아내는 건 오직 크리에이티브를 갖춘 기획자만이 가능한 역량이기 때문이죠.

콘텐트 기획, 상품 기획, 마케팅 기획, 모바일서비스 기획…
이제는 ‘크리에이티브적 태도’를 갖고 일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합니다.

신석진 크래프톤 크리에이티브센터 본부장은 16년간 크리에이티브의 최전선에서 일해왔습니다. 강력한 IP를 가진 게임 ‘배틀그라운드’ 리브랜딩을 맡았던 그는 말합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크리에이터는 보이지 않는 문제점을 찾아 아이디어를 더해야 한다”

오는 16일 열리는 폴인 라이브 세미나 ‘BTS·배틀그라운드·갤럭시, 크리에이티브 기획법’을 앞두고, 신석진 본부장을 만나 크리에이티브의 핵심 키워드 3가지를 들어봤습니다.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콘텐츠 비즈니스 설계자들 2023’의 1화 중 일부입니다.

신석진 크래프톤 크리에이티브 본부장 [사진 최지훈]

신석진 크래프톤 크리에이티브 본부장 [사진 최지훈]

저는 제일기획에서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습니다. 그 후 게임사 크래프톤으로 옮겼는데요. 많은 분이 게임 업계로 가면 만들 수 있는 콘텐츠의 주제와 범위가 좁아지는 건 아닐까 걱정의 말씀을 해주셨어요.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죠. 크래프톤에서 배틀그라운드 제작 스튜디오인펍지(PUBG) 리브랜딩과 배틀그라운드 브랜디드콘텐츠를 만들었고, 버추얼 휴먼 기획·제작까지 하게 됐습니다.

신석진 본부장의 크리에이티브 핵심 키워드 3

① 비주얼: ‘보이는 문제’는 누구나 풀 수 있다

2년 전에 배틀그라운드 비주얼 리브랜딩을 맡았어요.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어요. 제가 먼저 회사에 제안했죠.  

당시 크래프톤은 펍지 스튜디오에서 만드는 게임을 하나의 유니버스로 인식하게 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IP를 확장해 여러 콘텐트도 개발 중이었고요. 그 관점에서 로고의 미래를 예측해보니, 현재 로고의 부족한 점이 보였어요.

일단 게임의 이름을 ‘PUBG: BATTLEGROUNDS’로 바꿨어요. 펍지의 게임 중 하나라는 의미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려고 했죠. 또 다른 게임이 출시될 때 상단의 펍지 로고를 활용해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확장된 게임이라는 메시지도 주고요. 로고는 눈에 잘 띄도록 색감을 조정하고, 모바일 환경을 고려해 그래픽 모티브를 단순화했어요.

펍지 리브랜딩 이전(좌)과 이후(우). [자료 크래프톤]

펍지 리브랜딩 이전(좌)과 이후(우). [자료 크래프톤]

로고, 서체, 심볼까지 리뉴얼하며 프로젝트를 마무리했어요. 처음에 리브랜딩을 제안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잘 나가고 있는 게임을 갑자기 왜?’였어요. 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난 뒤 모두 리브랜딩의 효과에 동의했죠.

시대가 요구하는 크리에이터는 보이지 않는 문제점을 찾아야 해요.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보이지 않는 걸 찾아 거기에 아이디어를 더해야 해요.

② 글로벌: 모든 걸 관통하는 건 ‘팬심’

휠라와 BTS의 협업 작업을 한 적이 있어요. 당시 제일기획엔 패션 클라이언트도 없었고, BTS와의 협업이기 때문에 부담이 컸어요. 심지어 저는 패션 브랜드도, BTS도 잘 몰랐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해야 했죠.

일단 회사 내 ‘아미’들을 수소문했어요. 굿즈를 제작한 사람부터 BTS 관련 책을 쓴 사람까지 정말 다양했죠. (웃음)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다른 아이돌, 팬클럽과는 좀 다르단 생각이 들었어요. 남다른 세계관도 있고, 팬덤도 아주 강력하고요.

이 팬덤을 확실하게 타깃한 광고를 만들어야겠다 결심했어요. 직접 아미에 가입하고,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콘텐트들도 열심히 공부했어요. 각 멤버들의 캐릭터를 파악하고, 표정, 제스처, 전반적인 색채와 배경음악까지 BTS 세계관을 디테일하게 녹여내 스토리텔링 했죠. 광고는 연말에 뉴욕 타임스퀘어에 걸릴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예전엔 멋있고 프리미엄한 광고가 좋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만족하기 위한 거였죠. 그런데 이젠 팬과 소비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요. 회의에서 가장 하는 말도 ‘팬들이 좋아할까? 팬들이 보고 싶어 할까?’죠. 콘텐츠 발행 후에도 팀원들에게 “어땠어?” 묻기보다, 바로 유튜브 댓글 창으로 들어가요. 팬들의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잖아요.

“보이지 않는 걸 찾아 아이디어를 더해야 해요.” [사진 최지훈]

“보이지 않는 걸 찾아 아이디어를 더해야 해요.” [사진 최지훈]

③ 디지털: 아이디어에 기술을 접목하라

아이디어에 기술을 접목해보는 걸 좋아해요. 거기서 진짜 새로운 게 나오거든요. 삼성 스마트폰의 빅스비 기능이 막 나왔을 때였어요. 빅스비 기술을 접목해서 해볼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던 차에 희소병으로 목소리를 잃어가는 분들이 떠올랐어요. 그분들의 목소리를 빅스비에 남기면 영원히 간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삼성전자 본사에 만나 6개월 정도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그런데 론칭 전 프로젝트가 완전히 엎어져 버렸어요. 당황스러웠죠. 하지만 아이디어를 그렇게 버리고 싶진 않았어요. 얼른 다른 파트너를 물색했고, 고민 끝에 인도 삼성전자로 갔어요.

다행히 삼성전자 인도 법인에서 흔쾌히 수락했어요. 희소병 환자분들을 찾아 직접 찾아가 설득했어요. AI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서 당신의 목소리를 간직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요. 모두의 동의를 얻은 뒤 수십 시간에 거쳐 녹음을 마무리했어요. 그분만의 퍼스널 빅스비보이스를 만들어 ‘삼성 포에버’라는 이름의 캠페인으로 론칭했어요. 유튜브에 릴리즈되고 1주일 만에 1억뷰를 달성할 정도로 반응도 좋았고요.

Samsung Bixby Voice Forever [자료제공: Samsung India, 제일기획]

Samsung Bixby Voice Forever [자료제공: Samsung India, 제일기획]

남다른 결과물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기획 비결

① 일관된 방향성을 유지하라

저는 기획을 시작할 때 한장짜리 싱크업(think-up) 페이지를 만들어요. 이 싱크업만 잘되면 만사형통이거든요.

새로운 게임 콘텐트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죠. 일단 게임을 직접 해봐요. 그리고 게임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요. 왜 이 게임을 만들었는지, 무엇을 강조하고 싶은지, 어떤 점이 새롭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묻죠. 퍼블리싱과 마케팅을 맡은 분들에게도 어떻게 포지셔닝하고 싶은지 묻고요. 크리에이티브의 ‘씨앗’을 모으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본격적으로 한장짜리 이미지 보드를 만들어요. 크리에이티브 워딩도 하나 정하죠. ‘서바이벌’, ‘몰입감’, ‘최후의 승자’ 식으로요. 그리고 그걸 크리에이티브로 어떻게 표현할지 방향도 키워드로 정해요. 반전, 다크유머 같은 거죠. 물론 팀원들과도 모두 공유하고요.

그렇게 완성된 싱크업 페이지는 캠페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이 돼요. 일을 진행하다가도 그 페이지로 돌아와서 보고, 리뷰도 그 페이지를 바탕으로 진행하죠. 일관된 방향성 안에서 캠페인과 팀을 운영하고 개발해가는 것,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중요한 역량이에요.

② 결과물을 예상하라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길 때 가장 방해가 되는 건 ‘이게 될까?’ 하는 생각인 것 같아요. 그럴 땐 결과물을 예상해보세요. 어떤 비주얼일지, 어떤 톤앤드매너일지, 어떤 스토리텔링으로 전개될지 상상해보는 거죠.

저는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단계에서 꼭 뉴스 기사 헤드라인을 써봐요. 결과물이 세상에 나왔을 때 뉴스에 실린다면 어떤 헤드라인으로 소개될까 생각해보는 거예요. 그럼 결과물이 어떤 모습일지도 자연스레 그려보게 돼요. 그 이후엔 헤드라인을 실제로 구현하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거고요.

③ 냉장고에 ‘재료’를 쌓아라

뻔한 말일 수 있지만,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야 해요. 냉장고를 열었을 때 재료가 많고 다양해야 새로운 요리를 계속 만들 수 있잖아요. 크리에이터도 마찬가지예요.

(후략)

더 많은 인사이트를 듣고 싶다면

신석진 본부장이 인터뷰에서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는 오는 16일 오후 8시에 열리는 폴인세미나 ‘BTS·배틀그라운드·갤럭시, 크리에이티브 기획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미나는 유튜브 온라인 라이브로 진행되며 폴인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지금 폴인에서 확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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