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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억 쏟아 5년 젊어졌다" 회춘 성공했다는 45세 부자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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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World View] 현대판 진시황의 꿈

현대판 진시황의 꿈

현대판 진시황의 꿈

불로장생을 꿈꾸는 현대판 진시황이 나타났다. 자신의 신체 나이를 18세로 되돌리기 위해 한 해 200만 달러(약 26억원)를 쏟아붓는다. 전직 테크기업 대표이자 억만장자인 45세의 브라이언 존슨이다. 그의 하루 일정은 다음과 같다.

오전 5시 기상, 30명의 전문 의료진의 검토하에 영양성분을 맞춘 채식 식단으로 1977칼로리 섭취, 매일 한 시간 운동, 24개가 넘는 보충제와 건강보조식품 섭취, 피부 영양크림 일곱 개 바르기, 취침 전 블루라이트 차단….

현재 그의 체지방률은 5~6%, 심장 나이 37세, 피부 28세, 폐활량과 체력은 18세 수준이라고 한다. 몸 전체의 생물학적 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5.1년을 되돌린 ‘역(逆)노화’를 이뤄냈고, 노화 진행 속도를 24% 늦추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캐나다 유력지 글로브앤드메일은 지난달 4일 “공상과학소설 같은 얘기”라면서 “젊음에 대한 열망을 수십억 달러의 이윤으로 바꾸려는 안티에이징(항노화) 산업의 포석”이라고 비판했다.

2021년부터 회춘 프로젝트에 돌입한 브라이언 존슨은 매일 70가지 이상의 건강 지표를 확인한다. [SNS 캡처]

2021년부터 회춘 프로젝트에 돌입한 브라이언 존슨은 매일 70가지 이상의 건강 지표를 확인한다. [SNS 캡처]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불사의 존재 ‘스트럴드블럭’. 이들은 영원히 죽지 않지만 대신 노화를 극복하지 못한 채 늙고 병든 채로 삶을 이어간다.

인간은 누구나 스트럴드블럭처럼 늙고 병든 상태로 무기력한 삶을 유지해야 하는 노화의 삶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노화를 피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달리 지금껏 노화는 죽음과 함께 생명체가 겪어야 할 불가피한 과정이자 유전적 메커니즘에 따라 진행되는 순리로 받아들여졌다.

생물학계에선 세포가 복제와 분열을 반복함에 따라 텔로미어(telomere, 세포핵에 있는 염색체 끝부분에 존재하는 특수한 입자)의 길이가 서서히 짧아지면서 노화가 진행되고, 운동·영양 부족과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발생하는 활성산소는 텔로미어를 더 짧게 만들어 노화를 가속화하는 위험 요인이라고 설명해 왔다.

그런데 최근 노화에 대한 전혀 다른 관점이 등장하고 있다. 노화를 자연 섭리가 아닌 질병으로 보는 것이다. 치료를 통해 늦추거나, 멈추거나, 되돌릴 수 있다는, 즉 회춘이 가능하다는 솔깃한 얘기가 된다.

대표적인 학자가 하버드대 유전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싱클레어다. 그는 저서 『노화의 종말』에서 “노화는 질병이며, 생활방식 개선과 함께 항노화제로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해 세계인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싱클레어 교수는 노화와 유전자는 관계없으며 장수를 통제하는 효모와 이를 자극하는 약물을 먹거나 주입함으로써 노화를 억제 또는 역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채식 위주의 식단. [SNS 캡처]

채식 위주의 식단. [SNS 캡처]

하지만 아직 주류 학계는 부정적이다. 글로브앤드메일은 존슨이 바이오산업, 특히 안티에이징 분야에 거금을 투자한 투자자임을 잊지 말라고 경고한다. 존슨이 제시한 역노화의 기준도 문제다. 정우현 덕성여대 약학과 교수는 “분자생물학자 입장에서 피부 탄력이나 체지방률, 내장 기능 향상 같은 건 역노화의 증거로 볼 수 없다”면서 “텔로미어 길이 연장, 세포 내 활성산소량 저하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는 노화를 질병으로 보는 관점 자체에도 회의적이다. 정 교수는 “암은 모든 세포에 동시다발로 일어나는 게 아니고 특정 세포에서 우발적으로 생겨나 개체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면서 “모든 세포에 전반적·공통적으로 일어나는 노화와는 전혀 다르다”면서 ‘노화=질병’ 주장을 반박했다.

노화와 죽음은 여전히 자연의 섭리라는 게 주류 학계의 통설이다. 단, 적절한 식이요법이나 운동과 명상 등 생활방식의 개선을 통해 노화를 늦추고 활력을 유지하는 건 가능하나 아무리 엄청난 노력과 돈을 투입해도 노화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회춘은 아직 불가능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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