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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 나가라" 이낙연 타깃 옮긴 개딸…친명계는 "정의롭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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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지난달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투표용지의 표기에 대한 해석 문제로 검표가 중단된 상황이 발생했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지난달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투표용지의 표기에 대한 해석 문제로 검표가 중단된 상황이 발생했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이 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대표에게 맹비난을 쏟아 붓고 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때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많이 나온게 이낙연 전 대표 책임이란 것이다.

민주당 홈페이지 국민응답센터에 올라온 “이낙연 전 대표를 당에서 영구 제명해야 한다”는 글은 2일 오후 4시 기준 권리당원 3만5000명이 동의를 표시했다. 5만명이 동의하면 당은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해당 청원은 이 대표의 체포안 표결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올라왔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이 전 대표를 비난하는 글도 쏟아졌다. 한 권리당원은 “이낙연과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 파’는 당원이 개·돼지로 보이냐”고 적었다. 이 전 대표를 비하하는 ‘낙지’ 표현을 들어 “한 줌 낙지 패거리는 나가라”는 글도 있었다.

이들이 이 전 대표에게 화살을 겨눈 건 이낙연계 의원들을 체포안 반란표를 주도한 배후 세력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 친명계 핵심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경기지역 이낙연계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전화를 돌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은 이낙연계가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준비하고 있으며, 결국엔 이 전 대표를 다시 옹립할 것으로 의심한다.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낙연 캠프가 대장동 의혹을 본격적으로 공론화한 만큼 사법리스크의 원흉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낙연계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에 있는 사람까지 소환하느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한 이낙연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뭐만 잘못되면 전부 이낙연 책임으로 돌리는 이 당의 분위기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꾸 계파로 갈라치기를 하는 게 당을 생각하는 사람들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명계도 “민주정당에서 색출은 있을 수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상민 의원은 라디오에서 “나치 시대에도 기독교 신자를 색출하려고 십자가 밟기를 강요했다. 민주주의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민주당에서 이런 정치문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도 “문자들을 보면 저를 비롯해 타깃으로 삼은 의원들을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고, ‘십자가 밟기’를 강요하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이 ‘이낙연계 찍어내기’ 여론전까지 펼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 대표는 이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2일 오후 ‘비명계에서 2차 체포동의안이 오면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라고 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묻는 취재진에 “정쟁이나 이런 문제보다 민생문제, 이자 폭탄, 전세 사기에 관심 좀 많이 가지라고 정치권에 얘기해주시면 좋겠다”고만 말했다.

외려 친명계 의원들은 강성 지지층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도 내놓았다.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당원들이 느끼는 분노와 실망감은 매우 정당하고 정의롭다”며 “의원들이 배신한 것인데, 그 배신을 확인하는 과정은 당원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남국 의원도 “대표한테만 (당원 자제를) 해달라라고 하면서 그것을 마치 공격의 무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명계를 비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강성 지지층은 이 대표가 서울중앙지법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출석하는 3일 또다시 결집한다. 이들은 이 대표 출석 시점에 맞춰 법원 정문 앞에서 ‘WITH 이재명’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일부 친명 성향 유튜버들은 같은 날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으로 옮겨 ‘수박 깨기’ 퍼포먼스를 하겠다고도 했다.

민주당 강성 권리당원의 좌충우돌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아직 수박 나올 철이 안 됐는데 좀 일찍 수박이 도는 것 같다”며“개딸 홍위병들의 행태는 우리 헌정사상 유례없는 유형의 폭력”이라고 꼬집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당의 건강한 의견 수렴을 가로막고, 다른 의견은 차단하는 잘못된 행위”라며 “민주당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지율도 떨어지고, 입지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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