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파워!중견기업] '게보린' 덕분에 … 노사분규 한번 없었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이성우 사장은 "최근 5년간의 고성장을 발판으로 삼아 매출 1조원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박종근 기자]

삼진제약은 제약업계의 숨은 강자다. 1968년 창사 이후 단 한차례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아시아가 선정한 아시아 200대 최우수 중소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삼진제약의 성장속도는 2000년대 들어 빨라졌다. 2001년 575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지난해 1000억원대를 돌파했다. 올 매출액은 1400억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최근 5년동안 매출과 순익은 각각 연평균 20%이상씩 늘었다.

삼진하면 '게보린'이 떠올려질 정도로 게보린은 이 회사의 효자상품이다. 매년 2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그러나 창업초기에는 이렇다할 히트 약을 내놓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삼진의 창업주는 약사 출신인 65세 동갑내기인 조의환.최승주 회장. 서로 다른 제약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의기투합해 회사를 공동설립했다. 하지만 동화약품, 동아제약 등 당시 시장을 지배하던 대형 제약업체에 밀려 약국에 물건도 대기 어려웠다고 한다. 삼진의 영업사원들은 어딜가나 문전박대를 당했다. 삼진제약을 살린 것은 역시 게보린.1970년대 후반 스위스에서 들여온 진통제 처방전으로 만든 이 약은 출시 6년만에 진통제 시장 1위 제품에 올랐고 지금은 '한국인의 두통약'으로 통한다. 이 약을 도입하자고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바로 2001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성우(61)사장이다. 이 사장은 "약효로 승부를 건 것이 적중했다. 당시 사세가 약해서 정공법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삼진제약의 사원 출신이다. 약대를 졸업하고 74년 삼진제약에 말단사원으로 입사했다. 영업담당 전무와 부사장을 거쳤다. 너무 앞서가다 실패를 할 뻔한 일도 있다. 관절염 치료제 '오스테민'은 삼진제약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89년 출시 후 몇년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당시 관절염은 나이가 들면 찾아오는 질병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잘 팔리지 않았다. 살기 어려웠던 60~70년대 비만 치료제가 팔리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오스테민은 발매 4~5년 동안 연간 매출액이 1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상황이 좋아졌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삶의 질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면서 올해 오스테민 매출은 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진제약은 이 사장의 취임을 계기로 '경영과 소유'를 분리했다.

공동 창업주는 일선 경영에서 한 발 물러났다. 두 창업주는 친인척이나 가족을 회사경영에 참여시키지 않는다. 회사 고위임원들도 회장 가족 면면을 잘 알지 못한다고 한다. 이 사장은 "가끔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두 분의 회장에게 의견을 구할 때도 있지만 내가 회사일을 다한다고 보면 된다"며 "그렇지 않았더라면 최근 5년의 고성장은 이뤄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진제약은 창업 이래 38년간 노사분규를 겪은 일이 없다. 이 사장이 취임한 뒤로는 5년 연속 무교섭으로 임금협상을 타결지었다. 실적이 좋아 성과급도 다른 회사에 비해 떨어지지 않게 준다.

이 사장은 500여명의 직원들과 솔직담백한 얘기를 나누기 위해 '찜질방'을 자주 이용한다. 섭씨 70도 정도의 찜질방에서 땀을 닦아가며 얘기를 나눈다. 이사장은 아무리 뜨거운 찜질방에서도 40~50분을 견딘다고 한다. 삼진제약은 최근 전문의약품(구입시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약품)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사장은 "매출이 1조원은 넘어야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도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문의약품 사업을 확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신약개발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이미 에이즈 바이러스에 작용하는 신물질을 개발해 미국의 신약개발 기업인 임퀘스트 사와 독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 신물질은 임상실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심재우 기자<jwshim@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삼진제약이 걸어온 길

1968년 약사출신 최승주.조의환 현 대표이사 회장 창업

79년 게보린 발매

85년 중앙연구소 설립

99년 에이즈치료 신 물질 미국 특허 획득

2005년 매출 1000억원 돌파 및 서울 서교동 신사옥 준공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