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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땡 '커피수혈' 어쩌나...원두 내려도 5000원 '커피값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지난 22일 서울 중구 스타벅스 매장을 찾은 시민들이 커피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서울 중구 스타벅스 매장을 찾은 시민들이 커피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직장인 이재원(43)씨는 점심값으로 2만원쯤은 각오한다. 식사하는데 1만~1만5000원이 보통인데, 커피값이 5000원이라서다. 커피가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식후 한 잔’이 오랜 습관이라 바꾸기 어렵다. 그나마 하루 한 잔은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해결하고, 한 잔 더 마실 일이 생기면 ‘메가커피’ 같이 값싸고 양 많은 테이크아웃 커피를 이용한다. 이씨는 “최근 물가 상승으로 커피값도 많이 올라 이젠 편의점 커피, 봉지 커피로 갈아탈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커피 한 잔 5000원 시대에 접어들면서 외식 물가 부담도 더 커졌다. 지난해 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 업체가 줄줄이 커피값을 인상하면서다. 최근엔 커피 원두 수입 가격이 내려갔는데도 커피 가격이 요지부동이라 ‘커필레이션(커피+인플레이션)’ 우려마저 나온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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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커피 업계의 스몰 사이즈(354~360ml) 기준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 가격을 분석한 결과 스타벅스·할리스·앤제리너스·파스쿠찌·투썸플레이스 등은 4500원으로 나타났다. 폴바셋은 4700원, 커피빈은 5000원이었다. 가격 인상의 총대를 멘 건 업계 1위 스타벅스다. 지난해 1월 7년6개월 만에 아메리카노 가격을 400원 인상했다. 그러자 경쟁 업체가 잇따라 300~400원씩 올렸다.

가장 대중적인 아메리카노 대신 다른 커피 메뉴를 200~700원 올린 업체도 많았다. 아메리카노는 4000원대가 ‘대세’지만 카페라테의 경우 스타벅스 5000원, 폴바셋 5700원, 커피빈 5800원 등 5000원대가 보통이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커피값을 올렸기 때문에 당장 추가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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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커피 물가에 유독 민감한 건 한국이 손꼽히는 ‘커피 애호국’ 이라서다. 국내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2018년 기준 연간 353잔에 달한다. 세계 평균(132잔)의 3배 수준이다. 정부가 커피 물가 잡기에 나선 이유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커피 원두(생두) 수입 시 부가가치세(10%)를 면제했다. 같은 해 8월부턴 원두 수입 시할당 관세(기본 관세율보다 낮은 관세 적용) 0%를 적용해왔다.

세금 혜택을 준 결과 지난해 5월부터 ㎏당 7000원대를 유지하던 생두 수입 가격이 지난해 10월 정점(㎏당 7401원)을 찍고 12월 6058원으로 떨어졌다. 정점 대비 18.1% 하락했다. 문지인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외식산업과장은 “올해 1분기 이후부터 가격 내림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며 “최근 문제가 된 소주 물가처럼 커피 물가도 들썩이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기대와 달리 카페 커피값은 요지부동이다. 특히 지난해 대형 카페 브랜드가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면, 최근엔 ‘가성비’ 덕분에 인기를 끈 저가형 커피 브랜드가 가격을 인상하는 추세다. 이디야 커피는 지난해 12월, 매머드 커피는 올 1월 각각 커피 가격을 200~700원씩 인상했다. 이디야 아메리카노 한 잔(532ml)은 3200원, 매머드 커피 한 잔(610ml)은 1600원이다. 남양유업은 편의점용 커피 제품인 프렌치카페 3종 가격을 3월 1일부터 100~200원 인상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커피 원두 가격이 내리는데도 카페 커피값이 그대로인 건 원두가 커피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서다. 업계에선 커피 한 잔당 원두값을 500원 정도로 본다. 게다가 관세 혜택은 원두 수입업자에게만 해당한다. 서울 송파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장모(54)씨는 “로스팅한 원두를 들여오는 데 가격이 내려가지 않아 관세 혜택을 체감하지 못한다”며 “임대료·인건비·물류비는 물론 우유·설탕·빨대·플라스틱 컵 등 물가가 다 올라 커피값을 인상할 요인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원두 수입의 23%를 차지하는 브라질이 4~5월 커피 수확기를 앞두고 작황이 악화할 전망이다. 극심한 가뭄 때문이다. 국제 원두 가격이 수입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짧게는 2~3개월가량 걸리는 만큼 올 2분기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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