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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쓰는 것도 못하냐"…개표 1시간30분 지연시킨 '2표 소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은 투표 종료 이후 1시간 30분이나 지나 결과가 발표됐다. 표기가 불명확한 투표용지 2장 때문이었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민주당 의원 체포안이 표결된 가운데 개표 과정 중 감표위원들이 '부'를 불명확하게 쓴 2개표를 무효표로 처리할지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뉴스1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민주당 의원 체포안이 표결된 가운데 개표 과정 중 감표위원들이 '부'를 불명확하게 쓴 2개표를 무효표로 처리할지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뉴스1

이 의원 체포안은 이날 오후 3시 18분 투표가 종료됐다. 의원들은 투표용지에 직접 손으로 ‘가’·‘可’(가결) 혹은 ‘부’·‘否’(부결)를 적어서 투표함에 넣었다. 무기명 투표형식이었다.

그런데 개표 과정에서 표기가 불명확한 2표가 나왔다. ‘무’나 '부'로 쓰인 것처럼 보이는 투표용지 한장과 ‘복’으로 쓴 것처럼 보이는 용지 한장이었다.

의사국에 따르면 한글·한자를 잘못 적거나, 마침표·기호 등이 들어간 경우는 무효표로 처리한다. 글자를 쓰는 칸 위에 적힌 ‘가부란’에 동그라미를 쳐도 무효표가 된다. 하지만 해당 투표용지는 보기에 따라 해석이 달랐다. 국민의힘 감표 위원들은 “둘 다 무효표”라고 주장했지만, 민주당 감표 위원들은 “부결표”라며 대립했다.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무효표 논란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무효표 논란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표가 지연되자 국민의힘 의원석에선 고성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런 역사적 심판에 글씨를 보고 쓰는 것도 못하는 의원들이 있느냐” “제대로 보고 쓰셔야지”라는 식이었다. 부결을 의미하는 ‘부’와 비슷한 글씨로 보였기에 해당 투표자가 체포안 부결을 바라는 민주당 의원이라고 국민의힘은 판단한 것이다.

대립이 길어지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주호영 국민의힘,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를 불러 상의했다. 이후 김 의장은 “이 두 표는 일단 제외하고 나머지 표를 (검표를) 진행해서 만일 그 두 표 때문에 가부의 문제가 갈릴 수 없다면, 그때는 다른 합법적 방법을 통해 두 표가 부표냐 무효표이냐 가리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쪽에선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는 반발도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개표는 이어졌고, 2표를 제외한 개표 결과는 가결 139, 부결 137, 기권 9, 무효 10이었다. 2표와 상관없이 사실상 체포동의안 부결이었다. 오후 4시 45분쯤 김 의장은 “국회에 파견되어 있는 중앙선관위 직원 두 사람에게 의견을 들어본 뒤 이를 참고해서 제가 판단했다”며 “제가 보기에 한 표는 ‘부’로 보는 게 맞고 한 표는 ‘가부란’에 쓰이지 않았다는 것으로 봐서 무효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의 2표 중 한 표는 부결표에, 한 표는 무효표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최종 투표 결과는 가결 139표, 부결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확정됐다. 통상 20분이면 나오는 개표 결과가 이날은 1시간 30분이나 걸린 셈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안에 대해 신상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안에 대해 신상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체포안 가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의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날 출석 의원은 297명(재적 299석)이었다. 결국 149명의 동의가 있어야 가결되므로 논란이 된 2표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국민의힘에선 “체포동의안에 몇명이 반대했느냐도 정치적 파급력이 있기에 2표 모두 무효표로 처리됐어야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표결된 노웅래 민주당 의원 체포안은 이번처럼 수기가 아닌 전자투표로 진행됐다. 투표 부스에서 투표자가 ‘가’ ‘부’ 버튼을 누르면 되는 방식이라 당시 무효표는 0표였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관계자는 “투표 방식은 여야 합의에 따라 진행하는데 이 대표 체포안에 대해서 민주당은 전자투표가 아닌 수기투표를 원했다”며 “투표 과정에서 점을 잘못 찍는 등의 실수로 가결표가 무효표로 이탈하는 점을 노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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