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MZ세대 사건리포트(1) | 형사전문 김은정 변호사가 말하는 MZ세대 성범죄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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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알선 장소로 전락한 SNS, 당신의 자녀가 위험하다”

트위터 ‘일탈계’ 성행, 10대 여학생이 신체 촬영해 올리면 대학생이 접근
성폭행한 뒤 촬영 영상 유포하겠다며 2차 가해, 피해자 가족 협박하기도

 김은정(36) 법무법인 테헤란 변호사는 성범죄 피해자 전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은정(36) 법무법인 테헤란 변호사는 성범죄 피해자 전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심야의 서울 사당역 인근 모텔촌. 정세희(16·가명)양은 모텔 입구에 서서 휘황한 건물 네온사인을 올려다본다. 살면서 이런 모텔에 발을 들여놓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가끔 밤 11시를 넘겨 학원을 마치고 귀가할 때나 눈에 스치던 불야성 같은 어른의 세계였다. 트위터에서 알게 된 남자는 자신이 있는 모텔에 와주면 15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얼굴을 숙인 채 곧장 로비를 지나면 된다고 했다. 그가 있는 곳은 802호다.

“불안하고, 우울하고, 두렵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자해를 했다. 내가 극단적인 시도를 하는 것을 부모님께서 보시고 나를 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다.” 정양은 20대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한 이후 입을 닫았다. 부모 손에 이끌려 간 병원에서도 묵묵부답이었다. 정양의 언니가 동생이 사용하던 PC와 휴대폰 기록을 살펴본 뒤에야 비로소 가족들은 내막을 알게 됐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성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환경에 일찍이 노출된 MZ세대가 시대를 막론하고 전 연령에서 높은 성범죄 비율을 차지하는 20·30세대가 되면서 빚어진 일이다.

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피의자로 분류된 3만1651명 성범죄자 가운데 남성이 3만239명으로 95.5%다. 이 가운데 19~30세가 1만312명으로 전체 대비 34.1%를 차지했다. 31~40세는 5854명으로 19.3%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배포, 불법촬영(카메라 등 이용 촬영·배포)과 같은 디지털 성폭력 범죄가 전체 성폭력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크게 늘고 있다. 이 비율은 2017년 20.2%에서 2021년 33.0%로 크게 뛰었다.

김은정(36·법무법인 테헤란) 변호사는 “요즘 세대는 SNS에서 제공되는 무분별하고 선정적인 정보에 너무 일찍, 그리고 쉽게 노출된다”면서 “이런 세태 속에서 성에 대한 관념이 부족하고 관심을 갈구하는 미성년자들과 그런 미성년자를 원하면서 SNS에 능숙한 성인이 한 공간에 아무렇게나 뒤섞여 있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성범죄 피해자 전담 변호사다. 로펌 생활을 시작한 지는 4년째, 초년생 때는 전국에 큰 충격을 준 조주빈의 ‘박사방’, 문형욱의 ‘n번방’ 등 음지에서 기승을 부리던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터졌다. 이후 사회적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MZ세대의 디지털 성범죄 실태를 듣고자 김 변호사를 찾았다.

성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한 트위터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지목되는 룸카페. 성범죄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법규 미비로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 사진:대전경찰청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지목되는 룸카페. 성범죄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법규 미비로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 사진:대전경찰청


SNS에서 촉발된 성범죄 사건이 많은 편인가?

“최근 2년 사이 많이 늘어났다. 한 달에 수임하는 성범죄 사건 30여 건 가운데 SNS를 통해 알게 된 건 수가 80%를 차지한다.”

SNS라고 하면 주로 어떤 플랫폼이 문제가 되는가?

“트위터가 압도적이다. 대부분 발단은 소위 ‘일탈계’라고 불리는 계정에서 이뤄진다. 일상에서 탈출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로, 10대 여학생들이 자신의 신체 일부를 촬영해 트윗을 올리는 계정이다. 지금 당장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도 수백 개는 화면에 뜰 것이다. 익명성이 담보되는 SNS에 얼굴만 노출되지 않으면 상관없다는 인식이 많다.”

10대들은 왜 그런 계정을 올린다고 보나?

“관심 때문이다. 일탈계 게시물을 올린 상당수 여학생의 팔로어가 수천 명에 달한다. 성적 호기심이 많고 여러 면에서 자극에 민감한 나이여서 유명인사가 된 듯한 관심에 큰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부모와의 갈등이나 학업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을까?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성 관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미성숙한 나이일 때다. 자신의 신체 사진을 올려서 받는 불특정다수의 관심에 홀리게 되고, 그러다 ‘만나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익명의 남성과 약속을 잡는 것으로 이어진다.”

일탈계에 관심을 보이는 남성의 연령대는 주로 어떻게 되나?

“20대 초·중반이 많다. 주로 대학생이다.”

정상적으로 연애하지 못하는 부류로 봐야 하나?

“다수의 피해자가 그렇게 묘사한다. 그들은 일탈계를 하는 미성년자에게 10만~15만원의 용돈을 준다면서 접근하는데, 그 돈은 부모에게서 받은 용돈인 경우가 대다수다.”

과거 일본에서 ‘원조교제’라고 불린 청소년 성매매가 SNS로 옮겨온 것 같다.

“맞다. 성을 매수한 성년은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성매매를 의도하고서 일탈계를 운영하는 사례도 있나?

“물론이다. 가출 청소년이 대표적이다. 집을 나온 아이들에겐 당장 10여만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상적인 경로로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으니 몸을 팔게 된다. 어차피 그 아이들이나 성을 매수한 쪽이나 세상에 알려지길 원치 않기 때문에 실제적인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학교 동급생이 포주 노릇을 한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존재한다. 전학을 오게 된 학생이 친해지고 싶은 무리에게 접근했더니 며칠 지나자 아무렇지 않게 성매매를 권유했다는 것이다. 그 무리는 성매매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걸 마치 ‘아싸’(아웃사이더)나 다름없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몰아갔고 결국 그 학생은 시키는 대로 몸을 팔게 됐다.”

한순간의 일탈이 평생 상처로 남아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SNS를 매개로 하는 성범죄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유흥 거리 전경. / 사진:연합뉴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SNS를 매개로 하는 성범죄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유흥 거리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성착취물을 제작하는 등 2차 가해가 심각할 것 같은데?

“SNS 성범죄의 가장 큰 문제다. 애초 트위터에선 신체 접촉을 몇 번 허용한다는 유사 성행위를 전제로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십중팔구 성 매수자는 태도를 돌변해 성폭행한다. 특히 무력으로 미성년자를 제압해 성관계를 맺는 장면을 촬영하는데 그것이 상대를 협박하는 수단이 된다.”

피해자의 가족까지 협박한다고 들었다.

“가해자는 성폭행이 끝난 뒤 피해자의 가족 신상을 알려주면 영상을 지워주겠다고 약속한다. 이때 피해자 가족의 휴대전화 번호까지 모두 알아간다. 10대들은 그저 무서울 수밖에 없고, 가해자는 영상을 지웠다는 말만 하니 믿는 것 외엔 별다른 방도가 없어 모텔을 급하게 빠져나온다. 하지만 며칠 뒤 가해자가 더 만나자고 했다가 거절하면 피해자의 부모에게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다.”

실제로 상대 부모한테까지 연락하게 되는 경우가 있나?

“이런 가해자들은 괜히 선을 넘었다가 자신의 흔적이 남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에 직접 연락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자신의 아이피를 추적할 수 없도록 VPN(가상 사설 네트워크)으로 온라인에 영상을 유포해버린다. 경찰에 신고되거나 로펌에 사건이 의뢰되는 건수는 상황이 후자까지 치달았을 때다.”

성범죄는 주로 어디에서 벌어지는가?

“무인모텔(무인텔)이 가장 많다. 무인텔은 외부에서 객실로 들어가기까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가해자가 키오스크에 돈만 넣으면 쉽게 객실로 이동할 수 있다. 미성년자더러 CCTV를 피하기 위해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이 지정한 객실로 찾아오라고 하는 식이다.”

요새 청소년의 탈선 현장으로 지목되는 룸카페는 어떤가?

“실제 룸카페에서 벌어진 성폭행으로 찾아온 학생이 있었다. 최근 수요가 많아지다 보니 룸카페도 아예 밀실로 만들어지고 있다. 안에 침대가 있고 화장실에서 씻을 수 있게 돼 있는, 최소한의 숙박업소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특히 룸카페의 종업원 대다수는 청소년의 출입 검사를 따로 하지 않는다.”

이 외에 또 어떤 장소가 있나?

“최근에는 ‘차간단’이 트위터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차에서 간단히 하는 성매매’의 약자다. 장소만 맞는다면 SNS로 대화한 지 불과 20분도 안 돼서 실제 대면 접촉이 이뤄진다. 인적이 드문 골목에 위치한 낡은 빌딩 지하주차장이 접선 장소다.”

피해 미성년자에겐 평생의 상처가 될 텐데?

“자해하거나 심하게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다. 가족이 평생을 보호해야 할 만큼 불안한 심리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반면 본인이 어떤 피해를 본 건지 인지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 본인이 그냥 연락해서 나간 것이고 아저씨가 나를 만져서 기분 나쁘다 정도에 그치는 것이다. 부모들만 속이 탄다. 이때는 비록 변호사지만 충고하는 편이다. 이 사건이 얼마나 본인에게 위험하고 큰 피해인지,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언니로서 조언한다.”

데이팅 앱 통한 전문직 남성의 성범죄도

데이팅 앱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는 어떤가?

“앱에서 대화만 하다 호감을 갖고 오프라인으로 만난 뒤 서로 만취한 상태에서 원나잇 관계를 갖던 중 사건이 발생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데이팅 앱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과거 나이트나 클럽에서의 남녀 간 만남이 데이팅 앱으로 옮겨졌다고 이해하면 된다. 대면 접촉이 어려웠던 코로나19의 영향도 크다.”

어떤 사례가 가장 많은가?

“성관계를 할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블랙아웃) 상태였는지 단순히 필름이 끊긴 것이었는지가 쟁점이 되는 준강간 혐의 사건이 대다수다. 남녀 둘 다 술에 만취해 기억이 희미한 상태에서 성관계를 맺었는데, 여자가 아침에 일어나 정신을 차린 뒤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였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케이스다.”

데이팅 앱의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

“아무래도 남자가 고스펙일수록 매칭이 되기 때문에, 30대 나이의 견실한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종사자가 피의자인 경우가 많다. 의사와 세무사처럼 전문직 종사자도 발견되는 편이다.”

성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양형기준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해도 3년 이상 유기징역이다. 피해자는 정신적으로 살해된 것이나 다름없는데 법정형을 강도죄와 동일하게 보는 것이다.”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면, 그 수준은?

“강간을 인격적인 살인으로 본다면 살인죄에 준하는 징역 5년 이상은 돼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법정형이 강도죄와 비슷한 것은 강간에 대해 재물을 빼앗은 것과 동일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내에서 ‘치유의 봄’이라는 피해자 전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고소 대리 과정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피해를 입었을 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법률적 문제의 조력을 한다. 다수의 로펌은 형사사건의 경우 피의자나 가해자 위주로 안내하기 때문에 로펌 의뢰에 어려움을 느끼는 피해자분이 많다는 데서 착안했다.”

성범죄라는 특성상 피해자는 지인에게 털어놓지 못하기 때문에 여성 변호사를 더 찾을 것 같다.

“피해자 심신 안정을 위해 대화를 이어가기도 한다. 특히 강제추행 등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나 영상을 함께 봐야 하는 민망한 상황을 겪는데, 피해자 입장에서는 같은 성별의 변호사가 사건을 더 세심하게 다룰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본다.”

- 글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 사진 지미연 기자 agadi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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